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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 | 연재 [읽고 싶은 이 책]
열정으로 가슴이 뛴다, 이 순간 나는 살아있다
다비드 메나셰 『삶의 끝에서』
양정복(2016-05-17 14:46:53)




교사, 가르치면서 맥박이 뛰는 희열을 느끼다
처음 교사로 발령받았을 때 나는 기대와 두려움, 설렘과 낯설음이 뒤섞여서 그 중 어떤 감
정이 우선인지 꼭 짚어내기 어려웠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결심은 굳셌지만 무엇을 어떻게 열심히 해야하는지 알 수 없어 막막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서투른 초보교사였던 나와는 달리 다비드 메나셰는 첫 수업부터 맥박이 뛰는 희열을 느낀다. 원래 저널리스트를 꿈꾸던 다비드는 저널리스트 과정의 과제를 하면서 그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느낀다. 그 후 인턴교사로 6세 아동인 초등학교 1학년의 문학수업을 하면서, 휘트먼의 시 '풀잎'을 낭송하다가 아이들의 생기발랄한 반응을 수용한다. 아이들에게 정원에 나가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진 것들을 기록하여 시를 창작하도록 한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를 둘러싼 세계를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열광적으로 환호한다. 아이들이 배움의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는 것을 보며 다비드도 희열을 느낀다. 가르치면서 느끼는 교사 자신의 희열...그것이 다비드를 교사의 길, 그것도 매번 맥박이 뛰는 것을 느껴야 만족하는 문학교사의 길을 걷게 한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다비드 메나셰는 1997년 개교한 마이애미의 코럴리프 고등학교 창립멤버 영문학교사로 부임한다. 다비드의 수업방침은 '교과서에 나오는 것만 가르치지 않겠다.'
다비드는 '내가 훌륭한 교사가 되고자 한다면, 먼저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내가 가르치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할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교사로서 나의 성공을 판단할 지표는 연봉을 얼마나 받는가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교과내용을 빠짐없이 숙지시키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아이들도 그만큼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그리고 그 노력의 목표는 아이들에 대한 '기대'였다. '아이들은 기대한 만큼 나아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그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창의적이고 열정적으로 수업을 한다. 자신의 수업이 집중할 가치가 있는 수업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수업방법 및 학생에 대한 이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 많은 아이들에게 교사라는 지위로 주어진 권위가 아니라 가르침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권위를 얻게 된다. 제자들은 다비드에게 다음과 같은 평을 한다.


메나셰 선생님은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만 가르쳐 주신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을 배우는 방법과 그것을 즐기는 법까지 가르쳐 주셨다.
-에이드리애나 앙글로, 코럴러프 고등학교 2008년 졸업생


나는 선생님이 그저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반 아이들에게 존경을 강요하지 않아 것이 마음에 들었다. 선생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존중과 사랑, 관대함 때문에 우리들은 그때도 그랬고 앞으로도 항상 선생님을 존경할 것이다.
-제럴 타이론, 코럴러프 고등학교 2010년 졸업생


죽음을 대하는 자세, 패배는 없다
가르치는 것, 아이들과 상호교감하는 것에 더욱 즐겁게 빠져있던 다비드에게 2006년의 뇌종양 선고가 내려진다. 그 선고는 문학교사가 누릴 수 있는 모든 보람과 즐거움을 잃게 된다는 의미였다. 그에게 주어진 예정시간은 15개월이었다.
이때 그는 아이들에게 충격을 적게 주는 방법을 찾아 자신의 현실을 알렸고, 그에게 가장 소중한 문학교사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고 매순간 열정을 다해 수업을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의사의 예상을 뛰어넘어 2012년까지 6년간 이어진다. 시야가 70%까지 줄고 왼손과 왼발이 마비되어 더 이상 수업을 할 수 없을 때까지 교사로서의 역할을 쉬지 않는다.
더 이상 수업을 할 수 없고 병원에서 마지막 치료 외에는 할 일이 없을 때, 그는 결심을 한다. 평소 학생들에게 가르친대로 '생의 우선순위 목록'에 따라 가장 우선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한다. 그대로 앉아 죽음을 대하는 것보다 치료를 거부하고 미국 전역에 나가서 살고 있는 제자들을 만나보기로... 자신의 가르침의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운전도 할 수 없는 몸으로 수없이 넘어지고 다치면서도 101일 동안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31개 도시의 옛 제자 75명을 만나는 여행에 나선다. 그 여행에서 제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목격하고 그 제자들에게서 배움과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에게 배우던 시절의 우울하고 아픔 많던 제자들은 그 모든 성장통을 무사히 이겨내고 너무나도 훌륭하게 사회의 일원이 되어 있고, 죽음을 앞둔 은사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내는 단계까지 자라있었던 것이다.
꽃은 질 것을 알기에 피어있는 찰나가 더 소중하다. 단풍도 곧 질 것을 알기에 더욱 찬란하다. 우리의 삶도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더욱 소중하다. 죽음을 앞둔 자의 모든 살아있는 순간의 소중함에 대한 깨달음, 매순간 최선을 다한 가르침의 자세, 독립성만이 최선이 아니라 자신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인간애에 대한 수용, 죽음을 앞두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많은 소중함과 인간애를 알려주고 다비드 메나셰는 4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다. '삶의 끝에서'그는 역설적으로 삶의 소중함과 노력하는 삶에는 패배가 없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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