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6.6 | 연재 [수요포럼]
'N포 세대'의 아픈 청춘, 청년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
160회 수요포럼
(2016-06-16 14:32:57)




일시 | 5월 18일(수) 오후 7시 30분
장소 | 전주 한옥마을 공간 봄
주제 | 청년 정책의 기조와 방향
연사 | 전효관 서울시 서울혁신기획관



제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과 지금은 너무 많이 다른 시대였던 것 같아요. 그 때 당시에는 공부도 진짜 안하고 그렇게 살았던 거 같아요. 사실 경쟁 같은 것에 많이 휘둘리지 않고, 대략 살아도 또 됐던, 그런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 최근 실업률은 지난 4월 15일 통계청이 내놓은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실업률은 4.3% 이다. 지난해에 비해서 0.3% 증가했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공식적으로 12.5%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30%를 훨씬 넘는다. 여기에 '열정페이' 청년까지 합하면 실상은 심각한 지경이다.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와 사회적, 경제적 압박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최근에는 집,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를 넘어 더 많은 걸 포기한다는 의미의 'N포 세대'라는 별명까지 생겨났다. 이는 청년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서 한 가정과 사회, 국가 공동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되고 있다.
불안한 현실에 꿈을 잃어가는 청년층. 그 문제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전효관 서울 혁신 기획관과 함께했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하자센터
"오신 분들은 주로 어디서 오셨나요?"

한 사람, 한 사람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보며 포럼은 시작됐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청년'만을 생각하던 사람이다. 청년들에게 움직이고 경험할 것을 권한다. 1999년 IMF 경제위기 상황에서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청소년 직업체험 센터 하자센터 부센터장을 시작으로 사회적기업 티팟 대표와 다시 하자센터장, 청년일자리허브센터 센터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서울시 서울혁신기획관으로 재직 중이다.

"제가 청년이나 제 아랫세대를 가지고 고민을 하게 된 건 우연이었습니다. 99년도에 박사논문을 쓰고 있었을 때, 갑자기 조한혜정 교수가 서울시에서 청소년 관련 정책 및 사업을 진행하는 데, 서울시에서 우리에게 예산을 주고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통해 만들어졌던 게 하자센터입니다." 

하자센터의 기획에 참여하게 된 그는 처음에는 공무원과 함께 일하는 것도 낯설었고, 하자센터에 오는 사람들도 낯설었다. 그 때 당시 학교를 자퇴한 친구들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일은 시작되었다.

"이 일이 제 직업이고 운영 책임을 맡다 보니 오기와 같은 감정을 갖고 하자센터를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떤 일을 준비 없이 하는 것도 장점도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잘 모르니까 모르면 조금 과감할 수 있거든요!"

기대 반 우려 반 걱정 반으로 불안하게 시작한 하자센터였지만 오히려 그게 장점이 되었다고 말한다. 잘 모르니까 과감히 운영됐던 하자센터는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금 식으로 말하면 굉장히 혁신적인 운영체제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연봉도 1/3은 30% 이상 올려주고, 한 1/3은 깎고, 1/3은 나가 보는 게 좋지 않나? 이렇게 하고, 정말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운영한 거예요." 


대학에서 느끼는 청년들의 문턱

"하자센터는 사람 하나만을 놓고, 이 사람을 어떻게 하면 될까? 이런 걸 고민했다고 하면 중앙정부는 무슨 평가시스템 짜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모니터링하고 현장의 업무와는 굉장히 괴리된 정책수립과정 같은 것을 되게 자신 있게 하더군요. 뭐가 안보이면 자신이 없어야 될 텐데 너무 자신 있게 그런 걸 만들어서 현장을 괴롭히기도 하고. 그런 일들을 하다가 때 마침 전남대학교에서 오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대학교를 가보니까 참 대학도 웃기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때는 문화전문대학원이 만들어지기 전이라 교양과목 수업을 맡았는데 정말 압도적인 숫자의 과목들이 공무원 수험과 관련한 과목들이었습니다."

그는 전남대 학생들의 자질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의협심도 있고 성실한 학생들로 기억했다. 하지만 그런 친구들조차도 청년의식은 감춰진 채 공무원 시험공부에만 몰입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처해있었다.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그런 상태로 가고 있는 현실에 많은 실망감을 느꼈다.

"어떻게 이걸 해결할건가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할 거 아닙니까. 교수들은 다들 어디 컨설팅을 다닌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학생들이 잘 되서 교수가 잘 나가면 그건 좀 이해가 되잖아요. 근데 학생들은 하나도 안 나가는데. 더군다나 제가 실망스러웠던 건 학교에 다니는 자기 학생들의 문제에 아무 토론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시스템이 붕괴됐다고 느꼈습니다."


청년들의 비빔 공간, 청년허브의 구상

"지역에 청년에게 비빌만한 공간과 여유를 가지고 있느냐가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청년문제를 지역의 주요 의사결정권자들과 어른들이랑 같이 이야기해야 돼요. 사회적 자원을 청년 친화적으로 재구성하지 않는 한 지역의 미래도 없을 수밖에 없다. 이런 걸 굉장히 이슈화 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자센터에 한 6년 만에 다른 일을 하다가 돌아 왔는데 느낌이 너무 달라진 거예요. 6년~7년 사이의 과거에는 청소년들 중엔 내가 뭘 해보겠다. 이렇게 생각한 친구들이 조금 있었던 거 같아요. 골치 아픈 친구들 중에서도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막 시비도 걸고 따지고 소통을 통해 뭔가 이뤄보려고 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근데 요새 애들은 너무 순해지고 착해졌습니다. 원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아요."

다시 돌아온 하자센터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또 청소년들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새로운 접근을 위해 전 기획관은 처음 하자센터를 다녔던 학생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IT분야와 같이 전문적인 한 분야에 대해 공부했던 아이들은 그와 유사한 관련된 일자리를 구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자 했던 친구들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바로 사회적인 장이 열리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는 분명 많은 청년문제 중 하나인 '고립'이었다.

"그래서 제가 서울시는 청년 관련해서 무슨 일을 하고 있지 쭉 살펴봤습니다. 그때 보니까 창업에만 집중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창업 하라고 돈을 주는 게 있고, 창업 센터 정도가 운영되고 있고, 취업정보 모아놓고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기존의 '잡코리아'나 '알바몬' 이런 데 다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창업에만 국한된 청년 지원에 한계를 느끼게 되고, 그는 본격적으로 청년허브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흐르고 있는 청년들의 꾸물꾸물 거리는 긍정적인 에너지의 흐름들을 지지해주거나 비빌 곳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 좀 더 기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
그렇게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청년문제를 풀어내고 난 후에 창업을 권장해야 한다. 하지만 커뮤니티를 꿈꾸거나 무언가를 도모해보고 싶다면, 어떤 공간 제공을 우선해야 한다. 먼저 그런 공간에 기웃거려 보기도 함으로써 분리와 고립을 이겨내는 것이다. 그래서 청년공간을 만들 필요성을 시작으로 청년허브가 기획이 되었다.

"청년허브를 설립하는데 사업계획을 내서 시작을 하려고 하는데 사업계획이 너무 구체적이지가 않다고 그러는 거예요. 그때 제가 가장 세게 공무원들이랑 붙었던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사업계획이 자세하지 않다. 근데 안 해봤기 때문에 자세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자세하게 알면 청년허브를 안 만든다. 이게 될지 안 될지 모르니까 이런 방향으로 전환을 시켜보자 이야길 하는 거고, 그래서 워크숍을 3번할지 4번할지 잘 모르니까 사업계획이 구체적일 수가 없다, 이렇게 이야길 했더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걸로 됐어요. 그때 몇 가지 사업 포인트를 잡았어요. 서울시에서 공공일자리사업 정책 같은 것을 새롭게 바꿔보자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공공일자리 같은 것은 대학생들이나 대학 졸업한 친구들을 행정인턴 같은 걸로 뽑는 거죠. 그들을 데려다가 복사 업무 같은 단순 업무를 시키는 거예요. 그 기관에도 도움도 안 되고 청년에게도 되게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식의 예산들이 낭비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청년들이 경험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기관에서 프로젝트를 만들어 참여를 유도했다. 예를 들면, 어떤 기관에서 하는 프로젝트로 잡지를 만들게 되면 한번 들어가서 11개월 동안 같이 일을 해보는 것이다. 단순히 경험을 떠나서 자극과 동기를 부여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청년들이 모여서 어떤 모임을 하겠다고 하면 비용만 던져주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 때문에 서울시하고 갈등이 많았습니다. 저는 이 청년 커뮤니티 지원활동 같은 경우 오롯이 적격성만 따졌습니다. 그 때 당시 지원받은 팀 들 중에서 어마어마하게 좋은 팀들이 많이 발굴이 됐습니다." 

대체로 이런 과정을 불신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제도 자체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전 기획관은 이 모든 과정을 청년과 정책의 신뢰과정으로 봤기 때문에 많은 청년 커뮤니티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청년허브가 하나 둘씩 자리를 잡아가게 된 것이다.  

"제가 혁신기획과로 와서 한 일 중의 하나가 청년과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청년 문제 중에는 주거문제도 있고, 청년 활동을 지원하는 문제도 있고, 공간 사업에 관한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청년문제를 총괄 조정하는 과를 하나 만들어야 되겠다. 생각해서 청년과를 만들었고,  그런 걸 통해서 작년에 청년 정책 같은 것을 선보였습니다."


우린 지금 어디에 있는가?

"고성장으로 발전하는 시대는 거의 끝났다 봐야 합니다. 저성장 시대로 확실히 접어들었고, 지금의 청년세대는 부모세대보다 잘 살 가능성이 없습니다. 앞으로 잘 살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진취적이기 어렵고, 현실적응도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한국 사회의 경쟁이 굉장히 극심해 졌고, 지금은 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경쟁이 과열화 됐습니다. 기존의 유대관계나 이런 것들이 거의 다 깨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으로 저성장시대가 이어지면서 앞으로 삶의 비전이 막막해져버린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어려워지고,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청년들이 그들의 자리를 굳혀간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이런 청년들의 객관적 상황을 넘어 그들의 주관적인 상황자체도 버겁게 흘러가고 있다. 스펙사회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사회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능력을 요구를 하고 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기회와 자원 등을 평등하게 주어야 한다. 하지만, 세상이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스펙과 같이 점수로 증명된 것만을 요구한다.

"경쟁사회라는 게 그렇잖아요. 계속 자책감 같은 것을 부여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면 좌절하거나 심지어는 우울증을 겪기도 합니다. 사회가 청년들에게 능력이든 열정이든 발휘할 장을 전혀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장을 제공하는 것이 공공의 책무이기도 하고 의무이기도 합니다. 사회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해야 되는 일이기도 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인식전환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기존 세대들조차도 쉽사리 인식을 전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문에서 그런 사설들 많았었는데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고 하죠. 지금 논이 말라가지고, 저수지가 말라가지고 물고기가 없다고 그러는데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면 어떻게 하나요. 그러니까 지금 일자리가 없어서 문제인 거죠. 아까 제 식으로 이야기 하면 뭔가 이렇게 조금 비비고 조금 이렇게 지지하고 뭐 이런 사회적인 조건을 만들지 않고는 진짜 무너져버릴지도 모르겠구나."

전 기획관은 기성세대가 최근의 청년문제를 구체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청년부채 같은 문제의 경우 그 상황에 처하게 되면 회복 자체가 쉽지 않다. 학자금 대출 등으로 인해 요즘의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면, 보통 3천만원 정도의 빚을 지고 사회에 진출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빚의 문제가 아니다. 구직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다시 제2금융권 같은 곳으로부터 금전적인 부분을 기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이자가 늘어나고, 회복을 할 가능성이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청년 개인의 문제도 아닌 것이 가족부채가 굉장히 많은 경우 아버지 빚 때문에 도전할 수 있는 조건자체가 주어지지가 않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사회에 나와 새롭게 시작이라는 것을 하기도 전에 이런 상황을 겪게 되는 것이다.
보편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청년들의 상태가 굉장히 힘들어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환기하려고 하려고 하지만 기존 세대들은 자신들의 청년의 삶에 묶여있다. 청년 문제를 자신의 경험, 즉 주체적 상황에 빗대지 않고, 시대에 맞춰 객관적 상황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처럼 사회적 자원을 청년 친화적으로 재구성하지 않는 한 지역의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는 놀라울 정도로 한국사회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도, 행정도 기존 의사결정을 가지고 있는 곳들이 놀랍도록 무책임합니다. 사람들의 삶에 아픔과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을 상실한 것 같습니다."


혁신의 시작은 현장에서 시작한다.

"정리해보자면 어디서 막혀있는지 당사자 얘기를 좀 들어봐야 해요. 실제 고통은 어디에 있는지 듣는 거죠. 행정도 진짜 그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행정이 시민을 위한해도 시민을 가장 대상화 시키는 게 행정이에요. 다 위를 보고 일하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시장님한테 칭찬을 받을까, 이걸 하면 인사에서 눈에 좀 뛸까. 시민의 상태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거예요. 말은 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다 위를 보고 일하고 있어요."

청년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도 따끔한 말을 잃지 않았다. 단순 인사이동을 신경 쓰기 때문에 실질적인 청년 정책들의 효과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청년 정책을 위해서는 청년, 당사자들과의 소통이 필요하고, 당사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현장을 보면 혁신이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혁신이 막 공부해서 일어나는 게 아니고 이 문제를 조금 어떻게 잘 풀어볼 수 있지? 고민을 하면 어떤 문제가 풀릴 수 있는 단서가 있습니다."

그는 '혁신'은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해서 일어나는 변화가 아니라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청년 문제는 일시적 경기순환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저성장과 산업구조 변화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전향적 조처가 필요하다. 불황, 실업 등으로 사회적 장이 열리지 않으니까 청년들의 좌절, 실망, 분노가 심해지고 있다. 청년들의 문제를 같이 듣고, 고민하고, 풀어보면서 적어도 사회가 자신들에게 무관심하지 않다는 심리적 안전망이 절실한 때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