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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 | 연재 [TV토피아]
아이돌 역사의식 논란, 비난할 것인가 고민할 것인가?
아이돌 역사의식 논란
박창우(2016-06-16 14:48:06)



대학민국 극한직업에 '여자 아이돌'을 추가해야 할 거 같다. 외모가 마음에 안들면 "어떻게 그 얼굴(혹은 몸매)로 아이돌을 하느냐"며 손가락질 하고, 노래 실력이 부족하면 "뭘 믿고 가수를  하냐"며 돌파매질을 한다. 조금이라도 살이 찌면 자기 관리가 부족한 사람으로 낙인찍고, 혹여 팬들 앞에서 피곤한 표정이라도 보이면 졸지에 초심을 잃은 사람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뿐만이 아니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예쁘게(겸손하고 예의바르게) 해야 하며, 애교와 개인기도 갖춰야 한다. 게다가 최근엔 역사의식도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은 모양이다.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단박에 알아맞히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개 숙여 사과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이돌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더우먼을 찾는 것인지 당최 모르겠다.

맞다. 최근 "긴또깡"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걸그룹 AOA에 대한 이야기다. AOA의 멤버 설현과 지민은 한 케이블 방송에 출연,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안창호 선생님"이라 답했으며, 이후 제작진이 "이토 히로부미"라고 힌트를 주자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발음)"이라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비난은 일방적이다. 그녀들에 대한 소양과 인성이 소환되고 심지어 국민의 자격까지 등장한다. 사과로는 부족하고 눈물도 성에 안찬다. 이참에 호되게 당해보라는 식이다. 이들이 한국사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세대라는 점, 그리고 아이돌을 준비하며 학교교육에 충실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가볍다. 너무 가볍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흥분하고 손가락질 하는지 모르겠다. AOA라는 그룹이 이대로 대중의 외면을 받고 인기가 땅에 떨어지면 그땐 만족할까? 불과 얼마 전까지 상식이 부족한 연예인들을 '뇌순남(뇌가 순수한 남자)', '뇌순녀'라 부르며 웃고 즐기던 대중과  AOA를 비난하는 대중은 얼마나 다른가?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협의회 공동대표인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주진오 교수는 SNS를 통해 "여고생 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도시락 폭탄을 던진 분이 윤봉길이 아니라 안중근이라고 대답한 학생이 40%나 된다. 5.16 군사정변을 주도한 사람이 전두환이라고 응답한 학생이 60%가 넘었다. 현재 수능을 준비하는 고교 2학년의 실상"이라며 역사교육의 현실을 꼬집었다. 만만한 아이돌을 향해 손가락질하기 전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모르면 배우면 된다. 그리고 가르쳐주면 된다. 아직 어린 친구들이다. 이번 논란을 설현과 지민 두 사람의 문제로 국한시키면 남는 건 비난뿐이다. 하지만, 사회적 차원으로 논의를 확대 시키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걸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또 우리시대에 역사가 갖는 의미 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비난은 쉽고 고민은 어렵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을 남겼다.

비난 할 것인가, 고민 할 것인가. 선택은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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