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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 | 문화현장 [문화현장]
‘가족’이라는 단어의 따뜻함
가족시리즈 <헤이, 부라더>
강미선(2017-04-28 10:31:49)



"예술의 시선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 2004년에 개관한 다목적 공연장 '문화영토 판'의 모토이다. 매 년 3~4편의 연극을 지속적으로 기획 및 제작하고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변화와 흐름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문화영토 판은 삶과 인간에 대한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공연한다. <힘내요 나라씨>, <민들레, 아리랑!>, <굿바이>, <9회말 2아웃> 등 자체창작공연, 기획공연, 워크숍공연 등을 통해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전국연극대회에서 연기상,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문화영토 판에서는 매 년 봄에 가족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가족과 함께 공감하는 혹은 가족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시리즈 공연을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있다. 지난 3월 10일-25일에도  공연된 <헤이, 부라더>는 판의 열 세 번째 가족 시리즈이다.
<헤이, 부라더>에서는 오늘날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1인 가구'라는 유형의 가족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돈 때문에 이사 가야할 처지에 놓인 '가족이 필요 없는 남자'와 '새로운 가족을 원하는 남자', 두 주인공의 동거 생활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이전의 가족시리즈가 감동적인 가족 이야기라면, 이번 공연은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유쾌한 가족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웃음만을 쫓진 않는다. 유쾌한 장면은 유쾌하게, 감동적인 장면은 감동적이게 그렸다.
<헤이, 부라더>에서는 배우지망생 이소룡과 촉망받던 체육 특기생 이종석, 오직 두 주인공만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소룡은 갑작스런 사고로 부모를 잃고 혼자 남겨졌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킬 정도로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와 대비되는 성격을 가진 이종석은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운동을 포기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평범한 직장인으로 자신의 생활에 간섭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이야기는 자취집에서 쫓겨나와 저렴하게 나온 집을 구하게 된 종석이 소룡의 집에 들어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함께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하우스 메이트를 원하는 소룡과 그저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로 있고 싶은 종석은 매사에 티격태격 부딪치지만, 소룡의 노력으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어느 날, 서로에게 말하지 못한 가정사와 힘들었던 인생을 공유하며 두 사람 사이의 벽이 허물어져 가던 중 서로 다른 사고로 인한 오해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오해도 잠시, 몇 마디 대화로 간단히 풀어져버린 오해는 두 사람을 더 끈끈하게 만들어준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오해가 단 몇 마디로 해소된다는 설정은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관객들에게 사소한 몇 마디 대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전달한다. 나홀로 족인 두 사람이 가족에 대한 상처를 추스르고, 서로의 가족이 되어주는 장면은 관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헤이, 부라더>는 나홀로족, 개인주의, 가족애 등 현대인들이 한번쯤 돌이켜 보아야 할 소재들을 다루고 있다. 해체되어가는 '가족'이라는 의미를 되짚고, 각박해지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공연을 제작하고 이런 문화를 만들기 위한 레퍼토리 공연은 판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공연의 연출을 맡은 안대원씨는 "소룡과 종석은 서로가 가족을 원하지만, 생각의 다름이 보이며, 생각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가 원하는 가족이란 단어의 따뜻함은 똑같지 않겠느냐? 봄의 따뜻함처럼 이 연극을 통해 행복을 가져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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