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7.5 | 문화현장 [문화현장]
전북 원로미술가들의 삶을 엿보다
전북의 원로작가 전
강미선(2017-05-19 15:17:50)



인생이란 긴 여정 속에서 무언가 한 가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전문가’ 혹은 ‘장인’이란 호칭을 준다. 미술계에서는 그런 이들을 ‘원로 미술가’라 부른다. 모두 현대 미술 발전과 후학 양성에 수십 년간 공헌해온 예술가들이다.
 전북에서는 2008년부터 매 년 원로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초대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북 미술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원로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전북미술의 역사와 정체성을 재조명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도 역시 원로 작가전이 진행됐다.
지난 3월 31일부터 오는 5월 21일까지 전시되는 ‘전북의 원로작가’展이 전북도립미술관 본관에서 열렸다. 개막식에는 전북 미술의 역사성과 대표성을 담보하는 작가정신을 이어온 박남재(88), 홍순무(82), 방의걸(79), 김종범(78), 송계일(77), 한봉림(70) 등 6인의 참여 작가가 자리를 빛냈다. 작가들마다 작품을 엄선해 총 120여점이 전시된 초대전에는 초기 작품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있어 원로 작가들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초대전은 작년과 달리 원로작가들의 작업실을 탐방해 작품제작 장면과 인물 사진을 촬영해 전시하고, 예술가마다 생동감 있는 현장 인터뷰를 영상으로 담아 상영하며 현장감을 더했다. 또한 원로미술가들에 대한 주요 비평, 회고 등 자료들을 수집해서 도록에 수록했다. 방의걸 작가는 과거 그렸던 작품에 아쉬움을 남기며 “그림은 평생 그려도 만족할 순 없는 것 같다. 죽을 때까지 보완해 나가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대전에서 맨 처음 볼 수 있는 박남재 작가의 작품은 ‘건강한 자연의 원초적인 회복’을 소재로 하고 있다. 화폭에 담긴 자연은 감성적으로 순화되어 서정적인 정서를 느끼게 한다. 그는 서양화가이자 한국의 대표적 구상 화가이기도 하다. 그 화력으로 대한민국예술원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오지호 선생을 사사해 한국적인 자연풍경을 꾸준히 관찰하며,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그의 함축적인 표현은 묘사적인 재현보다 더 보는 이의 마음을 잡은 호소력이 드러나 있다. 때로는 담담하고, 때로는 격정적인 붓질이 되어있는 그의 작품에는 원로 작가로서의 연륜과 열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홍순무 작가는 서양 화가지만 격동하는 현대미술의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고향 산천과 이웃 사람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화폭에 담은 화가이다. 전주교육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과 함께 전북의 서양화 화단에 크게 영향을 끼친 화가이기도 하다. 현재 오랜 교직 생활을 마치고 자유로워진 화백의 작품에서는 더 젊어지고 더 밝아진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농악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한 전북의 민중적 삶의 흥겨움을 형상화 시키고 있다.
한국화의 방의걸 작가는 전남대 교수직을 역임했다. 청전류의 묵법을 개성화시키며 맑고 감칠 맛 있는 수묵의 세계를 형성했다. 그는 채우기보다 비움을 즐기는 화가로 다수의 작품들에서 여백을 두는 전통의 미를 느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그림은 내 인생의 즐거운 놀이였습니다”라며 “평생 그 안에서 자신이 울고 웃게 해줬죠. 어느 때는 좋아서 흥분하고 잘 안될 때는 몇날 며칠을 고민합니다. 나의 작업은 지나온 삶에 대한 반추이자 정리입니다”고 말했다.
서예가로서 활동해온 김종범 작가는 유가의 전통에서 자라나 3, 40대에 국전에서 경력을 쌓아 초대작가가 되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구도적 자세로 법첩을 중심으로 연마하는 한편 현대적 감각의 석각 작업도 선보이고 있다. 자유로운 운필로 유려함이 돋보이는 독특한 작품들은 원로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송계일 작가는 홍익대에서 채색화를 배웠다. 이른 나이에 국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여 두각을 나타내고 이후 전남대, 전북대에서 후학들을 배출했다. 현대적 조형성과 전통적 발색이 곁들인 화풍으로 조형적 원리를 제시하는 개척적 방향성을 추구한다. 도예가 한봉림 작가는 ‘현대도예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다닌다. 흙과 불을 통해 추상적인 관념으로 확장하면서 영원한 운동과 생명력을 탐구하기 때문이다. 굽이치는 곡선과 뿔의 의지력, 깨진 알과 신화적 상상력 등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작품에서는 원초적 행위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단청도료를 광목천에 뿌리고, 던지고, 흐르게 함으로써 실험적 예술을 펼쳐나가고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