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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 | 문화현장 [문화현장]
시민이 향유해야 무형문화유산은 미래가 있다
2019 세계무형문화유산포럼
김하람(2019-11-15 11:23:13)



세대를 이어가며 전승되는 살아있는 문화유산, 무형문화유산의 가치를 되돌아보며 보존을 위한 각 나라의 노력을 공유하는 세계무형문화유산포럼이 열렸다. 지난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에서 개최된 '2019 세계무형문화유산포럼'은 올해로 3회차를 맞은 포럼이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김연수)이 주최하고,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사무총장 금기형)이 주관하는 '2019 세계무형문화유산포럼'의 이번 주제는 '무형문화유산과 시민생활'이다. 세계무형문화유산포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 세계 20여 개국 40여 명의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우리 생활 가까이서 일상을 즐겁게 하고, 사회를 살만하게 하며, 시민의 삶에 가치를 더하는 무형문화유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10일 '지속가능한 발전과 시민생활, 그리고 무형유산'을 주제로 한 반기문 제8대 유엔(UN) 사무총장의 특별강연으로 문을 연 세계무형문화유산포럼은 11일까지 본격적인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발표는 세 부문으로 나눠 제1부문은 '삶을 풍요롭게 하다-향유와 참여'를 주제로, 제2부문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다-결속과 존중'을 주제로, 제3부문은 '개개인에 힘을 싣다-탐구와 배움'을 주제로 진행했다.
첫 번째 날 발표한 삐에흐 부아 프랑스 세계문화의집 학술위원은 1982년 설립한 세계문화의 집을 통해 세계공연예술의 가치를 홍보하고 강화한 프랑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전통공연예술을 무대에 올리면서 시간, 공간, 배우라는 세 가지 제약요소가 생기므로, 진정성 있는 무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세계문화의집 활동을 설명했다.
오호흐 르부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법무관은 난민 장인들을 글로벌 장인 가치 사슬에 포함시키기 위해 탄생한 '메이드51'모델에 대해 소개했다. 메이드51 모델은 난민 장인들이 만든 현대식 공예품을 지속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 편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난민문제와 무형문화재보존을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유엔난민기구의 노력이다.
토룬 크빈 노르웨이문화전통연구소 연구원은 '개념을 파악한다'는 표현이 정신의 사고 작용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잡는다'는 행위에서 나온 말임을 예로 들어 촉감과 동작 체계가 우리의 사고력을 개발하는 토대가 됨을 강조했다. “손을 사용하는 공예는 재료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운동기능의 좋은 훈련이 되며 뇌를 훈련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12일에는 북한의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국제협력의 사례와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남북한 협력 사례를 집중 조명하는 특별 섹션이 진행됐다. '북한의 무형유산 보호 현황과 국제협력'은 수잔 오게 유네스코 무형유산 역량강화 *퍼실리테이터가, 두 번째 부문인 '한반도 무형유산 공동 보호를 위한 남북협력'은 박상미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북한은 지난 2008년 국제적 차원에서 자국의 무형유산의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에 가입한 이후, 아리랑(2014년), 김장문화(2015년), 씨름(2018년) 등 세 가지 종목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해 왔다. 특히 씨름은 지난 2018년 12월 남북한이 공동으로 등재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바 있다. 또한, 그사이 북한에서는 유적이나 유물 등 유형문화유산 중심의 문화유산정책에 무형문화유산 보호 정책이 포함되는 대전환이 이뤄졌다. 2012년 문화유산보호법을 제정해 무형유산도 그 보호 대상으로 확대하고, 2015년에는 기존 법의 효력을 없애고 새로 민족유산보호법 제정 및 2019년 개정을 거치면서 유네스코 협약의 가치를 반영해 나가고 있다.



토론은 발표에 이어 10일과 11일 이틀간 두 차례 진행됐다. 첫 번째 토론회는 '시민을 향유 주체로-무형유산 진흥 활동과 정책의 방향'을 주제로, 두 번째 토론회는 '시민을 보호 주체로-무형유산 교육과 연구 활동의 방향'을 주제로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눴다.
발표와 토론을 통해 무형문화유산을 전승하고 보존하는 데 있어 세계 여러 전문가들의 고충을 들어보고, 각 나라의 해결방안을 공유했다. 무형문화유산은 동적인 유산으로 정적이거나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전승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그렇다면 변화되는 형태 속에서 무엇을 유지해야 하며 어떤 것을 전승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우르트나산 노로브 몽골자연문화유산보호재단 이사장은 이에 대한 정답은 없으나 “문화유산 중에서도 긍정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을 투자해야 하며, UN의 인권선언과도 일치해야 한다"며 “인간의 자유와 권리에 일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존 방법에 있어서도 여러 문제에 부딪친다. 당장 무대에 올리지 않으면 사라지는 유산도 있지만, 무대에 올리는 순간 공간과 시간상의 문제로 원형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에 대해서도 최대한 원형을 살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진옥섭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은 시민보다는 관광객을 위한 무형문화유산축제의 모습을 지적하면서 “무형문화유산 향유의 주체는 시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유산 보호에서 젠더를 고려하는 문제, 무형유산 전문기관의 역할, 무형유산교육과 연구에 대한 내용 등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매번 지적되는 문제인 지원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이제는 문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끌어내는 결과가 요구된다. 무형문화재를 보존하고, 적합한 도움을 주기 위한 방법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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