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9.11 | 문화현장 [리뷰]
독서의 계절 가을, 책의 향기에 파묻히다
(2019-11-15 11:28:41)

2019 전주독서대전
독서의 계절 가을, 책의 향기에 파묻히다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지는 시간, 올해로 2회를 맞은 '2019 전주독서대전'이 지난 10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전주한벽문화관, 완판본문화관, 향교 등 전주한옥마을 일원에서 열렸다. '당신을 쓰세요'를 주제로 열린 이번 독서대전에선 전주지역 공공기관과 도서관•독서•출판계•서점•문화계 등 123개 단체들이 참여해 강연과 공연, 학술, 토론, 전시, 체험, 북마켓 등 151개에 달하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을 통해 특유의 감수성과 예리한 관찰력으로 인간의 본성을 담아낸 은희경 작가의 '여는 이야기' 강연을 시작으로 34명의 각 분야 전문 작가와의 생생한 만남도 독서대전 기간 내내 펼쳐졌다. △외계 시선으로 글 쓰는 천문학자 이명현 △요즘 가장 뜨거운 '연재 노동자' 이슬아 △노래하는 시인 김창완 △오은의 초대석, 김소연 시인 △전주 올해의 책 작가 허은미•정은•이진순 △아름다운 사람 박남준 시인 △로맨스 소설의 절대강자 우지혜 작가 등 평소 만나기 어려운 작가들을 초청하여 책 이야기에 목말랐던 시민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사했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한벽문화관 놀이마당에서 전주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드높인 아름다운 문인들의 활약상을 소개한 △일제강점기 전주(전북) 문인의 빛나는 행적 △전북 연극의 중흥기를 이끈 박동화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전주 작고작가 극작가 박동화'도 기획전시로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그밖에도 완판본문화관 전시실에서는 목활자, 원문, 현대어 번역, 판각 작품 등 다양한 형태의 전시물을 통하여 사랑과 이별을 담은 △춘향, 네가 모두 사랑이로구나 열여춘향수절가 전시가 진행됐으며, 시민 참여가 돋보이는 △2019 전주 올해의 책 필사노트 전시도 '당신을 쓰세요'란 올해의 주제를 부각시켰다.
이와 함께 모든 연령대의 가족이 함께 참여해 즐길 수 있는 △가족 독서골든벨 △쏙쏙 보물찾기 △전기수 이야기 △스탬프 투어 등 체험 프로그램의 비중을 늘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번 독서대전 기간 중에는 헌책방에 대한 추억을 소환하고, 침체된 동문 헌책방거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헌책방 플리마켓 △별책방 △독서대전 讀한 투어 등 헌책방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출판문화를 대표하는 완판본의 고장으로서의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동문 헌책방거리는 지난 1990~2000년까지 약 18개의 헌책방이 활발하게 운영됐지만, 독서량 감소와 인터넷•대형서점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리며 폐업이 이어져 현재 한가네서점과 일신서점 단 두 곳만 운영되고 있다.
조선시대 출판문화를 대표하는 완판본의 고장이기도 한 전주시는 지난 2017년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개최하는 등 대한민국 대표 책 읽는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들을 펼쳐 왔으며, 지난해부터는 자체적으로 전주독서대전을 기획, 진행해 왔다. 시는 내년에도 시민들이 책과 독서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도록 더욱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해 전주만의 독서축제인 전주독서대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2019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
손과 가락에 담긴 무형의 아름다움

무형문화재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무형문화재 축제, 2019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이 지난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국립무형유산원에서 개최됐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진행하고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이 주최한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은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 내려오는 소중한 무형의 가치를 이어 나간다는 뜻을 담아 '대대손손'을 주제로 2016년부터 매년 개최돼 왔으며, 올해 4회차를 맞았다.
11일 오후 3시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장인 100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작품전', '조선의 기록, 세계의 유산' 특별공연, 가사, 발탈, 줄타기가 결합한 '가무별감' 등의 행사가 펼쳐졌다. 아울러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의 작업 과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시연 행사(기능분야 합동공개행사)와 줄타기 체험, 농악•아리랑 배우기, 한지접시 만들기, 궁중병과(다식) 만들기 등의 체험 행사도 관람객들을 맞았다.
그밖에도 줄다리기, 강릉단오제 등과 서사무가 당금애기의 결합인 '나의 어머니 당금애기', 탄생 100주년을 맞은 거문고 산조 명인 오마주 '고 한갑득 편', 제주 대평해녀공연단과 제주무용예술원의 '제주해녀 공연', '경기민요 이춘희 보유자 공개행사'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백년의 조각들-치명자의 몽마르뜨
자극적인 현대 사랑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동정녀 부부의 거룩함

전주 치명자산을 소재로 한 아름다운 현대무용 공연이 열렸다. 강명선 현대무용단이 지난 10월 18일과 19일 전주한벽문화관 공연장에서 선보인 '백년의 조각들-치명자의 몽마르뜨'다. 작년 무대에 올렸던 '한벽루 연가 - 백년의 조각들'을 보강해서 만든 창작 무용으로, 조선 말기 천주교 순교자 일곱 명이 뭍인 치명자산, 그리고 동정녀 부부로 널리 알려진 요한과 루갈다의 깊은 사랑에서 자연의 이미지들을 끌어내 현대무용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무용수들의 섬세한 몸짓과 조명에서 빗어진 이미지 속에는 깊은 사랑의 꽃을 피운 동정녀 부부의 행복이 담겼으며, 자극적인 현대인들의 사랑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거룩함도 돋보였다. 작품은 자욱한 안개 속 떨어지는 영혼의 눈물을 표현한 '눈물꽃', 죽지 않는 생애 어둠의 아득함을 담은 '가파른 돌산', 사랑이 믿음의 혼불이었음을 풀어낸 '순결한 영혼들의 뜨거운 고독', 많은 유혹 속에서 피는 사랑의 꽃을 표현한 '유혹도 꽃이다', 가장 황홀한 아픔인 '하늘을 사랑하는 아픔', 고된 만큼 아름다운 길 '치명자들의 몽마르뜨' 등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전주부채문화관 '전주부채의 전승과 확산展'
과거와 현재를 잇는 바람

전주부채의 맥을 잇고 부채 문화의 예술적 확산을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 '전주부채의 전승과 확산展'이 지난 10월 3일부터 오는 11월 19일까지 전주부채문화관에서 열린다. '전주부채'는 전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 콘텐츠로 그 제작 방식은 국가무형문화재와 전라북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다섯 명의 선자장이 그 맥을 잇고 있다. 하지만 생활고 문제로 이수자가 점점 줄고, 부채에 대한 인식 역시 귀족문화를 상징하며 고루하다고 여겨지고 있어 '원형 전승'과 '예술성 확산'의 문제는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이에 부채문화관은 젊은 이수자들과 젊은 아티스트에 주목하여 '전승'과 '확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10월 3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첫 번째 전시엔 일러스트레이터 유경희가 참여했다. 30대 신진 일러스트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그동안 한국화, 사진, 판화 등 전통예술분야의 대가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부채문화관으로서는 모험적인 새로운 시도였다. 이향미 부채문화관장은 "이러한 시도는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젊은 층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며 "앞으로 다른 분야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적극적으로 예술적 확장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경희의 전시에 이어 10월 17일부터 29일까지는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0호 방화선 선자장의 맥을 잇는 송서희 초대전이 진행됐다. 故 방춘근 명인, 어머니 방화선 선자장을 이어 3대에 걸쳐 전주부채의 맥을 이어가는 이수자 송서희는 주로 태극선 위주로 작업한 방화선 명인과는 차별성을 두었으며, 한지가 아닌 모시로 부채를 제작하는 등 실용성보다는 공예의 예술성을 강조한 작품을 전시했다. 기획담당자는 연꽃 형태를 한 부채를 진흙에서 하늘을 향해 피는 연꽃처럼 전시하여 작품의 예술성을 높였으며, 이는 연꽃처럼 하늘을 향해 성장할 이수자 송서희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파일럿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 명인의 아들이자, 유일한 이수자인 김대성 초대전은 오는 11월 7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진다. '원형의 전승' 부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전시로, 아버지의 부채를 이어받으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내는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전북소양복합문화공간 산속등대 초대전
관객과 소통하며 작품의 시작과 끝을 공유하다

산속의 등대라는 이질적이면서도 독특한 조합에 생각만 해도 창의력이 솟을 것 같은 곳, 소양복합문화공간 산속등대에서 '리카르도 마트라카스 초대전'이 8월 18일부터 10월 18일까지 두 달간 이어졌다. 리카르도 마트라카스(Riccardo Matlakas)는 작품을 구현함에 있어 전공뿐 아니라 회화와 설치를 중심으로 퍼포먼스, 무용, 공연, 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활발히 넘나들며 여러 영역에서 관람객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 작품 열 점을 전시하는 것으로 시작해 45일 동안 전시공간에 머무르며 현장에서 관람객과 호흡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영감을 얻어 작업하여 관객들에게 작품의 시작과 완성에 참여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국립민속국악원 국악콘서트 '다담(茶談)'
오래된 여관에서 보고, 자고, 먹고, 읽다

지난 10월 30일 국립민속국악원 소극장 예음헌에서 열린 차와 이야기가 있는 오전의 국악콘서트 '다담'에서는 통의동 보안여관 최성우 대표와 함께 '오래된 여관에서 보고, 자고, 먹고, 읽다'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눴다.
이야기 손님 최성우 대표는 2007년 통의동 보안여관을 문화공간으로 재구성 했으며 2017년에는 보안여관 옆에 숙박, 서점, 카페 겸 바, 갤러리를 한 건물 안에 모은 '보안 1942'를 열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오래된 여관에 활기를 불어넣은 최 대표에게 통의동 보안여관 탄생 스토리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음악 즐기기 시간에는 듣기만 해도 기분전환이 되는 국악창작그룹 뮤르(MuRR)의 연주가 펼쳐졌다. 뮤르(MuRR)는 Music, Rest, Refresh의 단어 조합으로, 우리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휴식과 기분전환을 주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 손님을 만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국악 연주가 함께하는 국립민속국악원의 국악콘서트 '다담'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 오전 11시 '문화가 있는 날'에 개최된다. 공연 30분전부터는 로비에서 관객들에게 차(茶)를 제공한다.


홍선기 작가 13번째 개인전 '삼거리 이발소'
삼거리 이발소에서 마주하는 불편한 진실

사회 이슈들에 대해 과감히 질문을 던지는 홍선기 작가의 13번째 개인전 '삼거리 이발소'가 지난 10월 29일부터 오는 11월 3일까지 교동미술관 2관에서 열린다.
동네 어귀 삼거리는 모두가 자주 만나던 곳이다. 그곳에 이발소가 있다는 것은 지금 누가 그곳에서 이발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져 들여다보게 된다. 이발소에 들어가 보면 대형 거울 위쪽 천장 가까이 태극기와 국가 원수의 사진이 걸려있고 70년대 당시 모두 외우고 있던 '국민교육헌장'과 함께 '우리의 생활 준칙'이 걸려있다.
홍 작가의 개인전 '삼거리 이발소'를 들여다보면 1970년대의 역설적이고 불편한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역사적 사명'이라는 작품 속에는 학생이 담배 하나를 들고 서 있으며 그 뒤에는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라는 문구가 있다. 머리를 강제로 깎인 분노와 수치심을 표출하는 듯하다.
홍 작가는 억제와 닫힌 교육 환경에서 파생된 기억의 형상들을 '삼거리 이발소'에 매치시키고 있다. 역사적, 정치적 의미에 가까운 표현으로 모호함과 불안정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