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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 | 문화현장 [코로나 특집]
코로나가 바꾼 문화예술계 풍경
코로나19에 갇힌 문화계, 길을 찾다
이동혁(2020-04-10 12:09:40)


코로나가 바꾼
문화예술계 풍경


바깥에선 화사한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전북 문화계는 한겨울처럼 얼어붙은 모습이다. 3월 한 달 내내 문화 행사들의 연기, 취소 소식들이 잇따랐고, 이러한 분위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듯 보인다. 이에 따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소극장, 갤러리 등의 문화공간들은 물론 문화센터에서 활동하던 예술강사들까지 생계에 막대한 피해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단체는 이러한 상황에서 활로를 찾아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우리 지역의 문화 향유 방식도 바뀌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 온 문화예술계의 그늘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펼치고 있는 지원들을 한데 정리해 소개한다.


소극장, 갤러리, 예술강사까지 피해 속출
해마다 봄과 함께 찾아온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 말로 연기됐다. 도립국악원의 ‘신춘음악회’도 똑같이 5월로 연기됐다. 뿐만 아니라 도립국악원의 대표공연인 ‘목요국악예술무대’, ‘찾아가는 공연’도 언제 재개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큰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지역 소극장과 연극인들이다. 1~2월의 보릿고개를 겨우 넘었는데, 기약 없이 손발이 꽁꽁 묶인 채 공연을 재개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프리랜서 연극인들의 경우 주요한 수입원인 예술강좌 수업들까지 전부 문을 닫아 무대 기회는커녕 생활고라는 이중고까지 겪고 있다.
김영오 한옥마을아트홀 대표는 “개관 13년만에 처음으로 휴관을 결정했다”며 “언제쯤 공연을 재개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더 답답하다”고 어려운 심경을 드러냈다.

올해 창단 60주년, 소극장 개관 30주년을 맞은 창작극회도 망연자실한 채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의욕적으로 신입단원을 모집해 지난 2월 워크숍을 진행했지만, 그 뒤로는 어떤 활동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갤러리를 비롯한 미술계가 받고 있는 상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수개월 전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전시들이 잇따라 취소, 연기되면서 작가 본인은 물론 갤러리 측의 허탈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특히, 갤러리의 중요한 수입원인 대관과 아트상품 판매가 일절 이뤄지지 않게 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미술관들도 많아졌다.
공공기관, 주민자치센터, 문화센터에서 활동하던 문화 프로그램 강사들도 코로나19 사태에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월 7일 정부가 주민자치센터 등의 다중이용시설의 휴관을 지침으로 내리고, 초중고 학교마저 개학을 연기함에 따라 이들 단체에서 수업을 진행했던 프리랜서 강사들은 어떠한 보호책도 없이 일자리를 잃게 됐기 때문이다.
전북대 평생교육원에서 공예 수업을 진행했던 이 모 씨는 “맡고 있던 모든 강의가 중단돼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당장 강사들이 버틸 수 있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회원협회 10곳과 전국 지회 15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사태 피해 규모도 발표됐다. 이번 사태를 통해 발생한 취소•연기 행사는 전국 2,500여 건이며, 피해 금액은 523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 가운데 전북지역은 전북예총이 주최하는 전라예술제를 비롯해 축제 39건 등 모두 54건의 행사가 취소•연기됐으며, 15억 5,000만 원 규모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력
이에 따라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은 문화예술계에 들이닥친 위기에 맞서 여러 가지 지원책들을 내놓았다. 먼저 예술가들의 다양한 예술 직무 영역 개발을 위해 추진하는 국가 공모사업인 ‘예술인파견지원-예술로’ 지역형 사업에서 예술인들이 기업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국비로 임금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올해 30명의 예술가들에게 최대 6개월간 월별 120~140만 원씩을 지원할 예정이다.

예술인들이 외적 요인에 의해 창작 활동을 중단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돕는 ‘창작준비금지원사업’에도 더욱 많은 도내 예술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예술인복지증진센터에 전담 인력을 추가 배치해 행정 서비스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특별융자 생활안정자금대출’을 한시 운영하게 됨에 따라 예술인이 최대 1천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내 시군 및 예총과 예술 관련 단체에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고 전했다. 꿈다락토요문화학교(32개 단체),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30개 단체), 예술동아리 교육지원(60개 동아리) 사업에 참여하는 문화예술 교육강사들이 코로나19 피해 장기화에 당초 계획된 교육 시수를 채우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 1회 수업을 주 2회 이상으로 확대하는 조치도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북도 역시 지역 문화예술인의 위기 극복을 위해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개학 연기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예술강사에게 급여를 선지급하고, 전북어린이예술단 지도교사에게 실기수당 대신 연구수당을 대체 지급할 방침이다.
도립국악원은 이번 위기를 예술 3단 역량 강화의 기회로 삼겠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공백을 위탁 교육으로 대체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 전수교육조교 곽태규 명인(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원장),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 보유자 이애주 명인,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6-1호 전라삼현육각 전태준 명인, 세종국제무용스쿨 성지선 원장 등을 강사로 초빙해 교육을 진행했다.
차주하 도립국악원 원장은 “힘들고 지친 도민들의 정서를 위로해 주는 것이 도립국악원의 역할”이라며 “코로나 종식 후 열릴 공연을 위해 부단히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예술가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시민들이 온라인을 통해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코로나19 극복, 어디서든 문화예술교육’ 사업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추진 중이다. ‘어디서든 문화예술교육’은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내용과 방식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우수 기획안은 온라인 콘텐츠로 제작해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사업이다. 오는 4월 17일까지 제안서 접수를 받으며, 우수 기획안 10건을 선별, 전문가 상담을 통해 온라인 콘텐츠로 개발할 계획이다.

우리 지역 대표 복합문화공간 우진문화공간 역시 온라인 방송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지난 3월 26일 개최된 신예작가 초대전의 내용을 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와 SNS에 공개한 것. 영상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코로나19 상황에서 갤러리를 찾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해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해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진문화공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젊고 패기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영상을 통해서나마 감상하고 응원해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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