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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 | 문화현장
골목을 채우는 예술의 향기
예술공간 동문창창 대표 송봉금
김하람(2021-07-09 10:45:27)

골목을 채우는 예술의 향기

김하람 기자



오래된 헌책방을 지나 현존하는 국내 다방 가장 오래된 삼양다방과 전주의 명물 왱이콩나물국밥집 사이.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따라가면 숨겨진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갈하고 아담한 한옥과 깔끔하고 세련된 양옥이 마주 보고 있는 사이에 시대의 흐름처럼 소담한 마당이 자리하고 있는 . 지난 4 5 문을 예술공간 동문창창이다.


전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모던판소리 대표 송봉금 씨는 우람한 공간은 아니지만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워 더욱 빛나는 이곳에서 담백하게 예술을 담아내고 있다. 대표는 플라멩코의 고장 스페인 세비야 여행을 다녀온 공간을 꿈꾸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페인의 많은 도시 플라멩코 때문에 세비야를 방문한다. 작은 액세서리를 파는 매대부터 플라멩코를 배울 있는 클래스 공간까지, 도시 전체에서 다양한 형태의 플라멩코를 즐길 있다. 전주 역시 판소리의 고장으로서 도시의 어디에 가든지 판소리를 느낄 있고, 예술로 먹고사는 도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문창창을 열었다.


3개월 차에 접어드는 이곳은 기존의 극장형 공연장 형식을 벗어나 다양한 공연 형태를 실험하고 있다. 차와 절기와 소리를 더한판소리차회 동문창창이 선정한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소개하는이달의 음악회 그것. 


절기는 단순한 계절의 흐름보다는 촘촘해요. 한국적 계절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계절에 어떤 것을 했고, 무엇을 먹었고, 어떤 차림새를 했는지 발견할 있죠. 절기를 통해 의식주를 이야기 있어요. 그런 점들이 흥미로웠어요.”


보통 달에 절기가 번씩 들어가 있기 때문에 공연 역시 절기에 맞춰 달에 번씩 진행된다. 사람들이 낯선 환경에 자신을 데려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대표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가는 여행처럼 공연도 그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소리꾼의 소리로만 채워지는 공연이 아니라 서로 안부를 묻고, 오늘의 차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연자와 관객은 소리 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소통하게 된다. 


판은 판소리꾼이 꾸리기도 하지만 관객이 꾸리는 것이 커요. 판을 함께 꾸려갈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에요. 전형적인 판소리 공연 형태가 아니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공연입니다.”


이달의 음악회 올해 5월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무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신인이나, 이미 데뷔는 했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뮤지션들에게 다양한 무대가 주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했다. 판소리뿐만 아니라 재즈, 클래식, 행위예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이루어진다. 앞으로 공연을 보러 공간에 찾는 것만이 아니라 마침 공간에 왔더니 공연을 있도록 상설 공연도 올릴 계획이다. ‘가족마당극 올해 10월에 시범적으로 런칭하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상설공연으로 꾸려갈 예정. 문화예술은 주로 이벤트성으로 그치기 때문에 지속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은 대표는 공간을 유지하려면 꾸준히 공연을 소비해줄 있는 소비계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멤버십 서비스도 마련했다. 


처음 공간을 마련하고 공연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부터 무료 공연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판소리차회는 3 , 이달의 음악회는 5 원이니까 지역 안에서 보면 생각보다 티켓 값이 비싼 편이에요. 하지만 문화가 지속되려면 정당한 지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원을 당연시 여기는 문화나 풍토도 싫었고요. 실제로 자신의 문화예술로 먹고살 있는 예술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야 예술가들도 본인의 무대에 책임감이 생긴다고 봅니다.”


지자체나 관에서 예술가들을 소비해주는 것보다는 예술가 본인이 스스로를 알리고 적극적으로 시장에 내놓아야 하며, 관객들은 값을 주고 물건을 사듯, 제값을 주고 예술을 소비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진정한 문화의 도시가 있다고 말한다. 



무대를 서는 예술인에서 공간을 운영하는 경영자로서 3개월 . 생각보다 힘들지만, 즐거움 역시 크다. 대표는 공간을 운영하는 이유와 무대에 서는 이유가 같다고 말한다.


무대에 서면 깨지는 날도 있고 즐거운 날도 있어요. 순간의 짧은 기쁨을 누리기 위해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평가를 받듯 여기서도 준비하고 평가받는 시간이 힘들지만, 와서 즐겨주시고, 에너지를 얻고 동기부여가 됐다는 관객분들이나 예술가들의 피드백을 받으면 저도 힘이 나는 같아요.”


오랫동안 공간을 지키며 판소리를 부활시키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삶의 행복을 위해 시작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나의 모델이 되어 누군가에게 자극이 되거나 좋은 영향을 미쳐서 함께 성장하고, 시장이 갖춰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별거 없는 같아도 골목에 매력적인 가게 두세 곳만 있어도 사람들이 골목을 찾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물이라도 하나 먹고, 근처에서 식사도 하게 되죠. 예술시장 뿐만 아니라 골목시장에도 활기를 불어 넣을 있는 것이 예술가의 영향력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시작했으니, 모두가 그렇듯 코로나를 버티고, 골목 분위기를 톡톡 튀게 만드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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