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아버지는 킬리만자로에 가야겠다고 하셨습니다. 옹기 일을 막 시작할 무렵 벌교 읍내서 우연히 조용필 씨의 노래를 들었다는 이야기. 그는 다녀온 배낭을 풀고 사람을 꾸려 대포가마를 짓고 큰 장독들을 구웠습니다.” (이바우)
옹기장이 이현배의 옹기점 ‘손내옹기’가 지난 해 스무살을 맞았다. 손내의 일과 사람, 그릇을 보여야겠다 마음먹은 것은 그릇이 남고
사람이 남고 전통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무작정 오른 킬리만자로 길은 준비가 없어 더 힘들었지만 ‘폴레폴레’란 말 덕문에 한걸음
더 내딛을 수 있었다는 그는 ‘마사이스틱’이라 불리는 나무지팡이를 들고 킬리만자로 사람처럼 길을 걸었다. 나무가
자란 그대로 둔 지팡이인 마사이스틱은 사자를 만났을 때 그대로 투척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지팡이처럼
들고 다니다가 사자를 만나면 다리 사이로 던져 덤비는 발걸음을 꼬이게 만든다고 한다. 토하지 못하면
울음밖에 나오지 않던 그 길에서, 마사이들의 지혜를 가슴 깊이 새기고 돌아왔다.
킬리만자로를 다녀온 그가 전주한옥마을 공간 봄에서
2월 28일까지 ‘폴레폴레 킬리만자로’를 주제로 손내옹기 한뼘전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을 열고 있다. 그가 빚은 자라병 20여점이 봄 앞뜰에
자리해 손님을 반긴다. 매달 쉬지 않고 다른 주제로 열리는 한뼘 전.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소개되는 ‘큰일 프로젝트’엔 옹기의 근간인 장독대를 선보인다. 스와힐리어로
‘천천히 천천히’를 뜻하는 ‘폴레폴레’. 킬리만자로가 있는 탄자니아의 말이다. 문의 063. 232. 3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