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공연 탄생을 노리는 ‘환생’. 시립정읍사국악단의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 가무악극 ‘환생’이 ‘정읍 역사속으로 여행’이란 부제로 12월 14일 정읍사예술회관에서 두 차례 열렸다. 동학농민전쟁의 전개과정을 기본구성의 골격으로 정읍사 여인, 최치원, 정극인, 전봉준 등 역사적인 인물들의 ‘환생’을 그린 작품은 시대
상황을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한겨울을 배경으로 시작한 공연은 봄 여름 가을 계절에 따라 기다림, 만남과 분노, 사랑과 싸움, 이별과
천명 등 에피소드 속에 극과 가무악을 버무렸다. 정읍사, 상춘곡
등을 극에 녹여내려 시도하고, 칠보 무성서원과 황토현 전적지, 정읍사공원, 내장산 등 정읍의 문화자원을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역사적 인물들이
한자리에 환생한다는 설정은 신선했고, 배우들이 객석에 내려가 참여를 유도해 반응은 뜨거웠으나 정읍을
‘집대성’한 공연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이야기 하려는지 잘 가늠되지 않았다. 한 극작가는 “정읍과 관련한
여러 에피소드들을 좀더 유기적으로 탄탄히 엮어내는 보완작업이 필요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20년 동안 버텨온 시립정읍사국악단이 지역 국악계에 더 큰 울림을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시립정읍사국악단의 스무살 생일을 함께 축하하는 공연이자,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온 왕기석 단장의 정읍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무대이기도 했다. 왕 단장은 “정읍이 가진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상징적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져왔지만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열악한 환경이지만 정읍을 제대로 알리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정읍이 가진 소재와 가무악극을 연결해 작품을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브랜드공연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 공연 역시 그 정읍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발돋움하길 바라는 정읍시의 바람이 크다. 20년 역사와 1천여회가 넘는 공연에서 쌓은 노하우를 가진 시립정읍국악단의 이범 시범 공연이 정읍 브랜드공연으로 굳혀질 수
있을까. 그에 앞서 먼저 한 꾸러미에 담은 정읍의 이야기에 무엇을 꿰고 빼야 할지부터 택해야 할 듯하다.
이번 공연은 류기형 연출로 왕기석 단장과 단원 60여명이
함께 출연했으며 국립극단이 김용옥의 희곡 ‘천명’을 원작으로 1998년 동학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천명-동학’의 주요 대목을 골자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