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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9 | 문화현장 [문화현장]
구구절절 담아낸 통곡의 한과 아픔의 역사
전북기독여성살림회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평화한마당>
황경신 기자(2003-07-03 15:44:22)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와 군대가 식민지의 여성을 끌고 가 군인들의 성노예로 이용한 세계사에 유례없던 인권침해 사건이다. 그동안 역사의 미로 속에 감춰져 있다 90년대 들어서야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과 몇몇 연구자들에 의해 점차 그 실체가 드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배상문제·사건발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너무나 많다.
전북에서도 기독살림여성회에서 지난 8월 12일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평화한마당’을 마련했다. 광복절을 며칠 앞둔 이날, 찌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전주 시청 강당은 정신대 할머니들의 증언이 이뤄진다는 소식을 접한 일반인들과 취재진들로 빽빽히 들어찼다.
이 행사에는 전북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7명의 정신대 할머니 중 4명이 함께 했다. 남원, 정읍, 익산 등지에 거주하고 계신 분들이다. 공장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부모님께 말씀도 안드리고 일본 남양군도 빠라우라는 곳에 끌려간 ○정순 할머니, 정신대에 끌려간다는 것을 알면서 강제로 끌려간 ○오모 할머니, 식량을 구하러 싱가포르까지 먼길을 다녀온 ○양근 할머니, 월급을 한꺼번에 준다는 말에 일본행을 하고 만 ○부덕 할머니.
이들 모두 아직도 가명을 사용하고 살고 있으며, 할머니들의 증언은 하나같이 구구절절 통곡의 한과 아픔을 지닌 것이었다. 
증언대에 선 정읍의 ○부덕 할머니는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하루에 일본군인들이 수도 없이 들어왔지. 돼지막 같은 곳에 우릴 쳐넣고 매일같이 굶겨가며 말야. 그곳에서 매일같이 먹은 피임약 땜시 돌아온 여자들은 결혼해도 애기도 낳을 수가 없었고, 결국 나도 스물셋에 결혼했다 몇 년 못살고 이혼하고….”
이번 자리는 기독살림여성회에서 지난해부터 시작한 전북지역 거주 정신대 할머니들의 증언 녹취작업에서 비롯됐다. 현재 전북거주 총 7명의 할머니들 중 4명의 녹취작업을 마친 이들은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와 함께 오는 12월 7일 일본 동경에서 열리는 ‘일본군 성노예전범 국제법정’에 참가, 녹취자료는 증거로 제출된다.
이 법정은 순수 민간법정으로 아시아 피해국인 한국, 북한, 대만,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일본의 시민단체들이 공동주최한다. 일본 정부의 국가적 책임과 전범 개개인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는 것으로 법적 배상을 하지 않고 있는 일본정부의 비도덕성을 만방에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짧은 시간동안 이뤄진 한 정신대 할머니들의 한과 아픔. 할머니들의 이야기속에는 당시 조선위안부 여성들의 처연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다. 할머니들의 아픔이 가시지 않는 한 해방된 국가의 후손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역사적 의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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