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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9 | 문화현장 [문화현장]
바리케이트 없이 펼쳐진 민관의 통일노래
통일음악회 <녹슨 철조망에 꽃이 피다>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3-07-03 15:47:35)
한낮의 무더위를 씻어주는 한 여름밤의 통일음악축제, ‘녹슨 철조망에 꽃이 피다’. 
8.15를 즈음해 늘상 투쟁과 구호가 넘쳐났던 예년의 통일 축제가 아닌, 음악과 시가 어우러지는 화합의 통일축전이 8월 14일 저녁 전북대 문화관 앞마당에서 펼쳐졌다. 
통일음악회의 이름처럼 반세기동안 반목과 대립을 상징하던 녹슨 철조망에 6?15 남북공동선언과 이산가족간의 만남이라는 화해의 꽃이 피어나는 시점, 그 가슴벅찬 감동을 이어 통일음악회의 막이 올랐다. 
전북민주시민사회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이번 음악회는 전라북도와 전주시, 언론기관 등이 후원자로 나서 민관의 협력행사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여느 통일축제보다 의미가 각별했다. 
이날 공연에는 초대가수 안치환을 비롯해 아롱다롱 어린이 합창단, 재즈피아, 락 그룹 소나무 등 다양한 장르의 다채로운 음악들로 꾸며졌으며, 놀이패 우리마당의 신명나는 사물놀이도 선보여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출연진으로 나선 소리꽃과 아롱다롱 어린이 합창단은 ‘반갑습니다’‘휘파람’‘조선은 하나다’ 등의 북한노래를 선보였으며 관객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북한말 맞추기 경연대회도 즉석에서 마련됐다. 북한말 맞추기 경연대회에는 대부분 젊은이들이 참여했지만 한 문제도 놓치지 않는 열기를 보여 북한말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장윤미씨의 해금연주를 배경으로 ‘화해를 위하여’라는 축시도 낭송됐다. 남북의 진정한 화해와 평화통일에의 염원을 노래한 축시는 일순 관객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어 놓았다. 
통일 음악회는 밤이 깊을수록 관객들이 하나둘 늘어 전북대 문화관 앞 광장을 가득 메우는 등 통일이라는 화두가 재야만의 몫이 아닌 범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변화의 첫 걸음이 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던져줬다. 
통일 음악회를 준비한 전북민주시민사회단체 협의회는 “이번 행사로 분단된 민족의 현실을 직시하고 통일의 염원을 전주시민의 가슴에 간직하게 함으로써 남북정상간 합의된 공동선언의 진전을 다짐하는 통일맞이 시민한마당이 되길 바란다”며 이번 행사의 의의를 밝혔다. 
음악회 막바지에는 전체 출연진과 관객이 다함께 일어나 통일 아리랑을 부르며 행사를 마쳤다. 음악회 앞 마당에는 경찰과 축제 주최측이 만들어 놓은 바리케이트도 없었고, 화염병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낯설지만 정겨운 북한가요와 통일을 염원하는 민관의 하나된 마음만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모범적인 통일축제의 기반을 다진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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