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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 | 문화현장 [REVIEW]
뿌리가 바람을 만났을 때
제9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임주아 기자(2013-11-05 15:23:45)

제9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10월 5일~11월 3일 |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 11개 장소



‘뿌리와 바람’을 주제로 열린 <2013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한 달간의 여정을 마쳤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으려 노력한 흔적이 돋보인 이번 비엔날레는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관객을 맞았다. 세계최대규모 서예축제로 자부심을 가지고 9회째 치러진 <2013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17개국 900여 작가의 작품 1500여 점을 내걸고 새 바람을 모색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주전시가 열렸고, 전북예술회관에서는 단체전과 2011기능대상 초대전이, 전북도립미술관과 국립전주박물관과 강암서예관 등에서는 서예 관련 연계전시가 열렸다. 10월 5일 소리전당에서 열린 개막식에서는 비엔날레의 첫 문을 연 개막행사 ‘필가묵무(筆歌墨無)’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의 참여작가가 각국 문자로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뿌리와 바람’을 휘호했다. 이어 전북 서예가 4인의 ‘초서속도전’이 펼쳐졌으며 현대음과 판소리와 무용이 함께하는 휘호 퍼포먼스가 흥을 돋구었다.

세계 서예를 보다
우리나라는 서예, 중국은 서법, 중국은 서도로 각기 달리 불리듯 아시아 문화권의 조형예술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전해왔다. 비엔날레의 대표전시라 할 수 있는 아시아 3국의 과거와 현재의 흐름을 살피는 기획전 ‘서예의 철학’전에서는 올해 대만·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서예가까지 참여해 저변을 넓혔다. 그중 가장 눈에 띈 작품은 지난 서예비엔날레에서 그랑프리상을 받은 대만의 서예가 황창밍의 작품. 중국 당의 손과정(648∼703)이 쓴 최초서예 이론서인 ‘손과정 서보’ 중 ‘오합오괴(五合五乖)’ 대목을 적었다. 서보의 작은 초서체 그대로 이 대목에 옮기면서 먹의 농담을 조절해 부처의 얼굴이 나타나게 했다. 최비호 사무국장은 “가까이에서 보면 흐린 글씨처럼 보이고 멀리서 보면 고뇌하는 부처의 얼굴이 보인다. 부처의 마음상태와 같은, 득도의 경지를 서예가에 빗대어 시각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서방의 서예바람’전에서는 미국·러시아·독일 등 9개국 서예를 배운 작가 36명의 개성있는 작품이 전시됐다. 최근 10년 서예의 싹이 트고 있는 서방에서 그들의 눈으로 해석한 서예를 볼 수 있었다.

대중을 위한 프로그램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한 프로그램은 ‘모빌서예전’과 ‘서예와 건축 인테리어전’을 꼽을 수 있었다. 올해 처음이자 세계 최초로 ‘모빌서예전’을 열어 입체적인 서예세계를 보여줬고 포토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건축 인터레어와 접목한 ‘서예와 건축 인테리어전’에서는 오방색의 타일과 화려한 벽지가 신선했다. 한자 퍼즐맞추기와 탁본체험 등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체험행사도 전시장 층층마다 배치됐다. 특히 2층 ‘사경전’을 옆 구석에 작은 방에는 ‘서예명상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유명서예가와 관객이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작가와의 만남과 전시장을 찾은 관객 중에서 추첨을 통해 작품을 나눠 주는 행사도 2011년에 이어 계속됐다. 명사의 좌우명 서예전인 <영혼의 뿌리, 삶의 신바람>전에서는 이름만 봐서 명사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어 아쉬웠다. 전시를 위한 도슨트나 관람행사가 따로 마련됐으면 훨씬 ‘보이는 서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보인다. 시설 면에서 부족한 점도 있다. 2001년인 3회때부터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이용했지만 전시일정이 빡빡한 공간이라 비엔날레 개최 전부터 전시를 구상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 전시장에 대한 조직위의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모두의 축제로
세계서예비엔날레는 제1회 1997년 1월 전북예술회관에서 3개 행사와 참여작가 119명 8개국으로 시작했다. 2년 뒤인 2회부터 전북예술회관을 비롯한 10개가 넘는 갤러리에서 열렸으며 15개 행사로 대폭 늘어났고, 441명의 참여작가와 참여국가는 18개국으로 늘어났다. 다시 2년 뒤인 2001년에는 참여작가가 4배 가까이 뛰었고, 한국소리문화전당이 개관해 전당 전시장을 메인 전시장으로 썼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비슷한 규모로 이어져왔고, 명성은 최고 반열에 올랐다. 이곳에 출품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신예작가의 수준이 갈리고, 세계 서예가들의 서열이 매겨질 정도. 세계 유수의 수상만큼이나 영향력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 기능공모 대상을 받아 올해 전북예술회관에서 한달 동안 초대전을 연 김승민(35)씨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서예인들이라면 누구나 출품하고 싶어하는 곳으로 서예공모에서는 가장 권위있는 곳이다”라 말한다. 서예가뿐만 아니라 누구든 오고 싶어하는 대중의 축제로 올라선다면 더할 나위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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