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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 | 문화현장 [문화현장]
주고 받는 술잔 속 이야기 싹트네 | 11월 8~9일 | 한옥마을 및 동문거리 일대
한옥마을 술축제
임주아 기자(2013-12-09 17:14:39)

11월 8일 전주 동문거리의 저녁, 한옥마을 양조장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거리엔 풍악이 울리며 길놀이가 열리고 있었다. 축제의 무사 성공을 기원하는 ‘주신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한옥마을 술축제가 펼쳐졌다.
술과 이야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문화다. 술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수을이 올해 축제 주제를 ‘당신의 이야기를 술로 삽니다’로 정한 이유다. 특히 동문거리는 전주의 많은 이야기를 촘촘히 품고 있는 곳. 이 거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들이 전주의 자서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축제의 구상은 시작됐다고 한다.
규칙은 이랬다. 우선 술축제 본부인 전통술교육관에서 3만원/5만원 티켓을 구입하고 개인 술잔을 받는다. 티켓은 ‘잔’이 포함된 가격이며, 고급탁주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양이다. 술티켓과 함께 주는 이야기티켓은 주령구를 던져 진행되는 이야기 릴레이 놀이에 쓸 수 있는 티켓. 이야기티켓을 10장 모으면 술티켓 1장과 교환 가능했다.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이 술도 많이 먹을 수 있는 이치다.
거리엔 ‘꾼’들이 하나둘씩 모여 섬처럼 서 있다가 일행을 만나 우르르 합쳐졌다. 한옥마을 양조장, 전통술박물관은 물론, 동문거리의 수많은 가게들 중 정취가 남다른 네 곳(객주, 귀인집주, 국시코기, 새벽강, 차라리언더바)에서만 술을 마실 수 있다. 그 공간에 어울리는 이야기와 공연 프로그램이 구성돼있었고, 술집마다 다른 술을 팔았다. 국시코기엔 이른 저녁부터 손님으로 만원이었다. 술 티켓과 전통주를 들고 온 손님들이 속속 입장 해 자리를 메웠다.
이번 축제의 특징은 술과 이야기, 그리고 공연이 있다는 것. 송화백일주의 명인 벽안스님께 듣는 전통주 이야기 ‘명주의 공간’(귀인집주)을 비롯해 술박물관 특기주반 회원들과 일반인이 함께 주령구놀이와 술품평을 펼치는 ‘술꾼의 품격’(국시코기), 한국레게음악의 선구자 ‘김반장’과 임실필봉농악이 함께하는 ‘막걸리 레게파티’(차라리 언더바),연극이 끝난 배우들의 신명나는 뒷풀이를 함께할 수 있는 ‘연극 염쟁이 유씨 뒷풀이’(새벽강) 등이 진행됐다. 동문거리의 술집 ‘새벽강’은 늘 그렇듯 고향에 돌아오듯 문화예술인들이 한명 한명 모여들었으며, 20~30대 청년들도 자리를 꿰차고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이튿날에는 축제의 메인 이벤트라 할 수 있는 ‘국선생선발대회’가 술교육관에서 열렸다. 올해에는 작년 국선생선발대회의 평가를 바탕으로 공개 품평회를 연 것이 특징이다. 조용히 술과 마주할 수 있는 ‘몽상법문’(양조장), 연주자 김지은이 들려주는 ‘아시아 음악이야기’(귀인집주), 이병천 작가와 함께하는 ‘전주의 술문화’(새벽강), 전주의 가양주인 ‘과하주’에 대해 알아보는 ‘전주의 가양주’(귀인집주) 등도 만나볼 수 있었다.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함께 하는 것은 바로 술. 한잔 두잔 기울이면 속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게 되는 법. 사람들은 구전을 읊듯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하나 둘씩 붉은 얼굴로 문밖을 나갔다. 거리를 배회하다 추우면 옆 가게를 기웃거리면 되었다. 길바닥에 쓰러진 사람은 없었지만 이 거리 술집에서 술잔에 마음을 주고받은 사람은 여럿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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