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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 | 문화현장 [현장]
아시아의 여인, 그들의 삶에 대한 시선
제7회 전주국제사진제 전북예술회관 |5. 10~18
김이정 기자(2014-06-03 11:39:08)

동양의 여인들에게서는 강인한 정신력과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통, 의리와 같은 것이 느껴진다. 제7회 전주국제사진제에서는 아시아의 여성들에게 주목했다. 좁은 의미로 사진에 드러난 아시아 여인의 운명적인 현재적 모습이지만, 넓은 관점에서 보면 그들의 문명에 관한 보고서인 셈이다. 정영혁 전시감독은 아시아 여인의 모습을 통해 각 아시아 국가들의 고유한 정체성의 유지와 시대변화에 따른 21세기 아시아 여인의 문명적인 현재적 삶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한다. 구석진 방 안에 우두커니 앉아 멍한 시선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촬영한 가쯔오 다카하시의 사진에서부터, 세월에 기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낡은 방에 홀로 앉아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에 이르기까지, 사진 한 컷 한 컷에 담겨진 장면들은 많은 이야기들을 내포하고 있었다. 전시는 5월 10일부터 18일까지 8일간 전북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주제전A, 정치적 장면 


사진작가 킴 스퍼링은 조국을 위해 개인의 삶을 헌신한 파독 한국인 간호사들의 얼굴을 담았다. 독일에 파견된 한국의 광부와 간호사를 기록한 그의 사진들은 역사적으로도 귀중한 자료이다. 미얀마의 소수민족 여성과과 중국 남성들과의 강제결혼으로 인한 미얀마 이주자들을 기록한 가쯔오 다카하시의 사진은 여전히 진행 중인 정치적인 문제를 파헤치고 있다.

김종욱은 일제강점기 식민지 동화정책 수단으로 한국인과 결혼하고 해방 후 한국에 잔류한 일본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았다. 반듯한 자세로 서있는 할머니의 모습은 꽃다웠던 시절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의 주름이 자글자글했지만 사진에 담겨있는 미소만큼은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스미따 샤르마는 미국 무슬림 남편과 결혼했으나 자궁암 판정으로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이유로, 남편의 친인척으로부터 폭력과 강제로 이혼을 당한 후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파키스탄 여성의 일상을 기록했다. 한 남자의 사랑을 바라며 연약했던 여인이 좌절과 고통을 이겨내고 성숙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사진 속에 담긴 그녀의 눈빛에는 수많은 감정과 이야기가 담겨있는 듯했다. 

싱가폴 난양공 대학 사진과 오순화 교수는 한국의 시골 남성과 베트남 여성 간의 국제결혼에 관한 개인적이며 사회적·국제적 문제에 초점을 맞춘 사진들을 선보였다. 그는 한국에 방문했을 때 ‘베트남 신부’와 국제결혼정보회사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배너를 보면서 이번 작품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랜 세월의 외국생활과 외국인 남편을 둔 작가의 입장에서 느꼈던 이방인의 동질의식에서 비롯했다는 것. 그는 이번에 작업한 사진들은 좁은 의미에서는 현재의 모습이겠지만, 넓게는 역사적인 자료의 근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제전B, 문화적 장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여성전문 사진저널리스트 아미라 알 샤리프는 최악의 여성인권국가로 뽑힌 예멘의 여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을 통해 사회적 지위가 낮은 예멘의 여성들로부터 숨겨진 아름다움을 통해 이슬람 문화와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도 소개됐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올가 스테파토는 와 라는 작품을 통해 그리스 아테네와 중국 베이징, 미얀마 등의 각 국의 여성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소녀에서 리더로, 아내에서 어머니로 등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변화에 대한 사진들이 눈에 띄었다. 차도르를 쓴 여성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벌러덩 누워있는 아들의 모습은 묘한 대비를 이뤘다. 

삶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작업도 있다. 제이크 베르조사의 연작은 온 몸에 새겨진 전통적인 문신과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온 주름과 살집들, 고스란히 드러낸 처진 젖가슴을 통해 필리핀 원시 부족 여인의 일대기를 나타냈다. 

다문화 가정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는 이선민의 는 조국을 떠나 타국에서 정착한 여인들의 삶에 관한 보고서다. 한국으로 이주한 캄보디아 여성이 한국의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잡아가는 일상을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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