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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 | 문화현장 [문화가]
서은경의 '책디자인' 이색 전시회
"책표지도 이제 마케팅 시대"
손희정 기자(2015-05-19 15:06:48)


 우리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책 디자인 전시회가 열렸다. 지난 11월 24일을 시작으로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서 열린 이번 '북디자인전'은 원광대 치과대학 행정조교 서은경씨가 연 첫 번째 개인 전시회로, 400여명의 관람인파가 몰린 가운데 29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새로운 자아를 찾아서'라는 주제를 걸고 마련된 이번전시회에는 서은경씨가 96년부터 원광대 출판사인 '원광사'에 근무하면서 디자인한 20여권의 책표지를 재디자인한 작품들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서은경씨는 95년 원광대 응용미술과를 졸업, 원광사에서 주로 교수들이 쓴 책의 표지디자인을 도맡게 됐으나 저자와 출판사 측의 디자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단순히 '책의 겉만 포장'하는 개념 아래서 일해왔다. 그는 1년만에 원광사를 그만두고 원광대 응용미술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시간을 쪼개 자신이 작업했던 책표지를 재디자인, "책디자인은 책의 원고에서부터 출간에 이르는 전과정을 마케팅적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열었다고 밝혔따.

 서은경씨의 이번 작품들은 주로 선과 도형을 통해 최대한의 여백미를 살리는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으로, '큰 제목 튀는(?) 색채'로 일관해 오던 기존의 출판문화에 파격적인 실험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광대 시각디자인학과 양학철 교수는 이번 전신회에 대해 "이 지역에서의 첫 번째 책표지 디자인전이라는 의미 외에도 북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케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면서 "창의적인 디자인 발상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출판환경이 이 지역에서도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은경씨는 올해 스물다섯. 현재 배출되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총체적인 미술에 대한 이해보다는 컴퓨터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컴퓨터는 도구일뿐이며 디자인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통해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해 바람직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은 아마추어 북디자이너 서은경. 이번 전시회에서도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감각과 아이디어, 그리고 전북지역의 출판문화를 걱정하면서 적당히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서은경씨를 '건강한 디자이너'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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