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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9 | 문화현장 [문화현장]
'어은골'의 담벼락, 문화를 들인 공간들
아이들과 주민이 함께 바꾼 우리 동네
김이정(2015-09-15 13:03:28)

 

 

‘어은골’이 달라졌다. 찌는 듯한 8월의 무더위도 체육복 이쪽 저쪽을 걷어부친 아이들에게는 대수롭지 않다. 왁자지껄 수다를 떨며 그려가는 벽화에는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캐릭터들이 채워졌다.
한일고등학교 디자인동아리 크로다일 친구들과 문화공간 싹 채성태 대표가 의기투합해 시작된 ‘어은골’의 변화. 전주시 진북동과 서신동을 잇는 진북터널 주변의 어은골은 오래된 주택과 낡은 주변 환경이 여전한 곳. 그런데 동네 이 곳 저 곳이 얼마 전부터 하나, 둘 흥미롭고 조화롭게 변해가고 있다.

청소년 예술교육과 마을 유휴공간에 대한 공간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는 채 대표는 올해 초부터 어은골의 변화를 고민해왔다. 마을 주민들과 청소년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 특히 이번 작업의 주축이 된 건 인근에 위치한 한일고 학생들이었다. 채 대표는 “문화공간 싹 사무실이 이 곳에 있는데, 이 곳을 찾는 주민과 청소년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보고,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며 “가장 가까운 어은골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생활공간을 함께 재생시키는 작업 자체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실천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과 집집을 방문하며 어은골의 따뜻한 변화가 시작됐다. 활동에 참여한 김수현 양은 “터널 밖에 판자집 한 채가 있었는데, 우리가 작업한 벽화가 예쁘다며 문에도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던 주민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며,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공부도 되고, 큰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채 대표와 아이들은 어은골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이 곳을 배움의 장소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런 뜻과 실천은 진북터널 옆 공터에 또 하나의 문화거점 공간을 만들어 냈다. 채 대표는 “결과 보다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과 주민들의 공감대나 의미가 깊어졌을 거라고 본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어은골을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다”며 아이들과 주민들의 ‘관계’형성이 무엇보다도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벽화작업 하나에도 아이들과 동네 어른들의 ‘품앗이’가 사이좋게 진행됐다. 5일 간에 걸쳐 진행된 벽화작업은 오전 6시 어른들이 흰색 페인트로 먼저 도색작업을 해놓으면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학생들이 와서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주천과 맞닿아 있는 어은골의 특색을 살려 물과 바다에 관한 만화캐릭터들이 터널벽면에 그려졌다.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게 될 공구실과 문화공간과 회의 공간 등도 학생들의 익살스러운 그림솜씨로 채워졌다. 앞으로 이 공간에는 바느질 모임인 ‘싹바느질’, 자원봉사 동아리 ‘헤르메스’ 등 청소년 동아리부터 주민 동아리까지 많은 인원이 참여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차별없이 즐길 수 있는 이 공간에서는 참여 활동을 통해 청소년과 지역주민이 관계를 형성해갈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역할을 나눠 함께 지역을 가꿔 나가다 보면 지역 자존감이 고취되고, 주민의식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게 채 대표의 설명이다.
채 대표와 마을 주민들은 이번 작업에 그치지 않고, 함께 장기적인 방향 등을 설계해나가면서, 내년부터는 주말 문화학교 운영 및 어은골 축제 발굴 등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문화공간 싹에서는 진북동 어은골 배움 탐방코스 발굴과 지역 마케팅을 활용한 지역 탐방프로그램의 운영 등 다양한 주민활동 사회참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활동들을 통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문화를 재조명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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