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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 | 문화현장 [문화현장]
감히, 정말 '밥하지'말라고?!
문화기획자 이근영의 국밥집 <밥 하지마>
송미애(2016-02-15 10:49:58)

 

 

2015년 9월, 전주한옥마을을 들썩이게 했던 강강술래축제의 총감독 이근영씨(48). 2015년 말 오픈한 군산 영화동의 국밥집 '밥 하지마'에 가면, 원래 그래왔다는 듯 직접 만든 국밥을 나누며 사람들과 소통 중인 그녀를 만날 수가 있다. 
 "상대와 교감한다는 점에서는 공연예술가나 식당운영이 같은 선상에 있어요. 이 곳에서 일하고 나면 공연하나를 마친 기분이 들거든요."
오픈된 주방을 둘러싼 바(Bar) 테이블 중앙에서 손이 바쁜 중에도 신나게 손님들과 대화 중인 주인장을 보니 장사가 곧 공연이란 말이 와 닿는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니 공연비가 터무니없이 저렴하다. 정성스레 만든 한우무국과 방금 가마솥에서 나온 밥, 직접 담근 김치와 깍두기, 찐 밤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식당의 기본. 가게에 울려 퍼지는 음악들을 DJ출신인 주인장의 입담과 함께 듣다 보면 이 곳은 공연장이 되기도 하고, 잠시 눈을 돌려 가게 곳곳에 배치된 작품들을 보다 보면 갤러리로 변신한다. 이 모든 것이 단 돈 3800원이라니 놀랍다.
저녁시간에는 10명이상의 예약자들을 위한 '시간여행자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단돈 만원이면 막걸리와 기본 안주를 무한정 먹으며 더욱 다이내믹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외식이 사치가 아닌 검소함이 될 수 있어요. 많이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이 그 방법이죠. 대신 저희는 정직한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손님들은 드실 만큼만 직접 드셔야 해요. 서로를 믿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요."
문화기획자로 20여 년간 일해 온 주인장은 예술가들이 '검소함'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시기임을 강조한다. 밥 먹고 잠자는 상업시설들 속에서 예술시장의 틈새가 생겨나고, 그 틈새는 자생력을 잃어가는 예술계에 큰 힘이 될 것이란 주인장의 일리 있는 실험. 그래서 감히 '밥하지 마'라고 외쳐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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