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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3 | 기획 [아이에게 책 읽히는 사회]
'같이' '가치'있는 무엇인가를 꿈꾸고 교감하는 공간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그림책방을 만나다
김미순(2017-03-15 09:24:05)



그림책방 [같이:가치]

아이들에게 책이란? 학습처럼 느껴지지 않으려면 책과 마주하는 시간이, 만나는 기회가 조금 더 매력적일 필요가 있다. 서점보다는 가볍고 도서관보다는 즐거운 무언가가 있을 듯한 특별한 공간과 책이라면 어떨까.

전주 인후동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전북의 유일 그림책 전문책방 [같이 : 가치]. 전선영, 전수진 친자매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피노키오나 베로니카 이펙트가 주로 성인들을 위한 그림책을 담고 있는 카페라면, 이곳은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에 대해 소개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읽어나가는 그림책 큐레이션이 진행된다. 문을 연지 1년 남짓, 지역민보다 오히려 외지인들에게 전주에 가면 꼭 들러야하는 공간으로 꼽히는 이곳은 서점이 아닌 ‘책방'이라 이름을 붙인 만큼 10평 남짓한 아늑한 공간에 생경한 그림책들과 책을 읽고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소품들, 그림책작가들의 친필사인들로 꾸며졌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브랜드서점은 아니지만, 서점을 열면서 가장 크게 생각한 점은 독자와 1대 1로 만나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이었어요. ‘같이' ‘가치'있는 무엇인가를 꿈꾸고 교감하는 것. 그것이 우리책방의 신념이자 운영방식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을 처음 만난 전 씨는 그림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소회를 마치 신세계였다 표현한다. 정승각 작가의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 원화 전시회를 보고 그림책이 이렇게 멋있었나 싶었던 거다. 이 좋은 감정을 다른 누군가와 꼭 나누고 싶다 생각에 지난 2012년 ‘내 마음의 그림책'이란 그림책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전국적으로 그림책 읽는 성인들이 많지 않았다. 지금에야 그림책 시장이 워낙 커졌기 때문에 수도권 경기권역을 중심으로 그림책 마니아들이 많지만 당시 그림책은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던 터. 목적이 책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닌, 책 놀이나 동화구연 등 수업용으로 활용하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전 씨는 그림책을 읽고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좀 더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해 작가별 주요 작품을 읽고, 작가와의 대화를 나누거나 자연스럽게 토론을 진행하며 인식을 넓히는 활동에 집중해왔다. 보다 전문적인 그림책 큐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문을 연 같이:가치는 책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소통하는 연계활동이 많다. 책과 요리가 만나고, 책과 바느질이 만나고 책과 사람이 만나 일을 만들어나간다.  

요즘은 그림책을 예술적 가치로 바라보는 시각이 크다. 그래서 그림책협회가 만들어졌고 그림책을 예술장르로 독립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순천의 경우 지자체가 관리하는 그림책도서관이 운영되고, 원주는 그림책도시로 선포하면서 그림책센터가 문을 열었다. 광주는 그림책 활동작가가 많다보니 그림책도서관이 별도로 존재한다. ‘달달한 작당' 등 그림책 카페는 물론 예술그림책만 판매하는 서점도 생겼다. 그에 반해 아직 전주는 그림책을 보는 대중이 많지 않은데다 그림책 자체에 대한 인식이 어린이를 위한 ‘것'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에 책방지기 전 씨의 마음이 조급하다.

"책방지기가 원래 그림책을 상당수 소장하고 있어서 그림책방을 여는데 큰 힘이 들진 않았어요. 단순히 그림책을 파는 것을 넘어 큐레이션, 좋은 책을 알리고 공유하고 소통하길 원하죠. 그런데 여기에 사람이 한명도 오지 않은 날도 많아요. 골목 위치도 그렇고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을 빼고는.. 꼭 그림책을 사지 않더라도 그림책이 궁금하면 들어와서 물어보고 읽고 가는 가벼운 공간을 생각했지만 아직은 낯선 공간이죠. 서점인 듯 서점 아닌..."

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책들은 되게 식상할 것 같지만 계속해서 읽어도 새로운 감동을 주고 새로운 교훈을 주는 것처럼 그림책을 통해 자신과 같은 감동을 느끼고 경험하게 하는 것. 그래서 도서관과 일반 시민 사이, 작가와 독자 사이, 출판사와 독자사이, 수도권과 지역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려는 게 책방지기 전 씨가 그린 그림이다. 여전히 ‘교육'이 끼지 않으면 오롯이 그림책만의 가치를 평가받진 못하지만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좋은 안내자가 되고 싶다는 것.

"사실 지역에 있다 보면 상대적으로 작가만남의 기회도 적어요. 그림책 작가만이라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요. 그러한 활동 안에 그림책동아리가 있고 책방이 있는 거죠. 그림책을 중심으로 지역의 작가, 혹은 요리나 바느질, 그림 등 다양한 독후활동으로 이어내는 것. 전달자 역할이 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책을 많이 읽힐까 고민 많이 하는데, 아이들이 진짜 좋아하는 책을 읽게 하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그림책은 꼭 함께 읽어야 한다. 오랜 시간 성인들과 그림책 독서모임을 하면서 그림책은 함께 읽을 때 감동이 배가 되고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고 누군가가 읽어주면 또 쉽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들이 더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한다. 바쁘더라도 책을 통해 정서를 순화하고 그림책이란 짧은 시, 그러나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만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교육적인 목적으로 본다면 엄마들이 좋은 책을 읽고 감동을 받으면 반드시 아이에게도 읽게 할 거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그림책을 보면서 느꼈던 감동이나 행복감은 꼭 책을 읽지 않더라도 그 좋은 감정이 남아 아이에게, 주변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올 해 이곳에서는 3월 22일 유준재 작가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또 유명 그림책 작가와 만남이 1, 2학기 두 차례가 이뤄질 예정으로 자세한 일정은 책방 블로그와 SNS를 통해 공유할 예정이다. 하지만 계획에 없던 작가의 방문이 이곳 책방의 매력인 만큼 어느 때 어떤 작가와 뜻밖의 만남이 이뤄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책방지기 전씨의 그림책 큐레이션, 새로운 출발선에 선 아이에게 추천하는 그림책

「민들레는 민들레(글 김장성 그림 오현경/이야기 꽃)」

짧은 시 같은 글과 그림이 따로 노는 것은 그림책. 그러나 어디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민들레가 민들레인 것처럼 독자 모두에게 ‘어디에, 누구랑 있든 너는 너다'라고 말을 건넨다. 민들레의 한 살이 모습을 담고 있어 언뜻 보면 생태책으로 보이나 새롭게 시작되는 시기,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자기다움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두더지의 소원(글 그림 김상근/사계절)」

요즘 가장 핫한 그림책. 전씨가 전주로 꼭 초대하고 싶은 작가 중 한명이기도 한 김상근 작가의 <두더지의 고민>의 프리퀄 같은 책이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친구가 없는 두더지, 하얀 눈덩이를 통해 친구라는 존재를 처음 만나 느끼는 설레임과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두더지와 눈덩이의 앙증맞은 표지 그림이 인상적이다. 


문장부호 (글그림 난주/고래뱃속)」

난주 작가의 첫 그림책으로 제비꽃의 한 살이를 세밀한 점묘화로 그린 책이다. 한 점 한 점 작가의 시간과 품이 많이 들어간 이 책은 온점, 느낌표, 물음표 등 문장부호가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씨앗이 땅에 떨어져 새로운 싹을 틔우고 자라서 결실을 맺는 과정이 문장부호로 표현된 발상이 무척 독특하다. 하나의 점으로 시작돼 무수히 많은 점들로 완성된 작가의 그림책처럼, 독자들 역시 작은 시작이 무수히 많은 노력을 통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희망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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