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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3 | 기획 [아이에게 책 읽히는 사회]
그림책을 통해 얻는 가치는 자기 삶이 된다
책과 바느질을 통한 가장 쉬운 소통방식
김미순(2017-03-15 09:25:07)



바느질 공방 도소미

서학동 예술인마을 내 도로변에 위치한 공방 도소미는 경남 함양에서 시골살이를 하던 이지민 대표가 5년 전, 전주에 터를 잡은 바느질 공방이다. 언뜻 외관만 보자만 고풍스러운 찻집 혹은 골동품점이 예상되지만 주된 작업인 천연염색과 더불어 다양한 바느질 소품이 만들어지고, 최근에는 판염을 통해 전주의 상징동물이 된 수달이 태어난 수상한(?) 공간이다. 외관만큼 독특한 것은 그 뿐이 아니다. 공방 주인장인 이 대표의 재주 많은 손끝이력. 그 중에서도 세상에 단 3권밖에 없는 그만의 책이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다.

"회화를 전공한 남편과 부부기획전 계획을 세웠는데, 바느질로 전시 작품을 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죠. 아이를 키우면서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바느질을 붙들고 있기 힘들더라구요. 말을 했으니 하긴 해야겠기에 꼼수를 부린 게 책 만드는 것이었어요."

<엄마 돌고래의 노래>(글 그림 이지민)가 바로 그것. 이 대표 자신이 아이를 갖고 낳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으로, 자신의 딸이 그와 같은 과정을 겪을 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보내는 편지 같은 이야기이다. 이 책에 나온 원화는 둘째 아이 돌잔치 때 남편과 함께한 전시회에 소개됐다. 사실 그는 바느질을 전공했거나 천연염색을 따로 배우지도 않았으며 그림은 더더욱 전문이 아니다. 다만 해보는 것이다. 즐기고 행하니 어느덧 그는 천연염색 작가라 불리고 바느질쟁이가 되었으며 책을 쓴 작가가 된 것이라고 말한다.

"엄마의 행위는 아이에겐 하나의 퍼포먼스예요. 그래서 가르치려고 하는 것보다는 내가 즐겨야지 하는 맘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림책을 통해 얻는 행복감과 함께 공유하는 가치는 자기삶이 되는 것이고 아이와 소통으로 연계되는 거예요. 엄마가 이렇게 좋아하고 관심 있는 책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내친 김에 지난 2013년에는 더미북 제작지원을 받아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짧은 그림책 ‘땅콩은 알고 있지'를 펴냈다. 그림책을 창작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는 박정섭 작가의 도움으로 1주일 동안 만든 것. 그림책을 업을 삼은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자신의 일상을 담는 것이 그의 작업방식이자 도소미 공방이 가진 힘이 아닐까.
"책방에 나오는 아이들과 캐릭터 인형 만들기 작업 진행해보면서 굳이 제가 아니더라도 집에서 엄마랑, 동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수업인 것 같아요. 제가 특별한 것은 없어요. 제 개인 SNS를 통해 이런 사례들을 많이 올리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특별한 기술이나 독서자격증이 있어야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아이랑 그림책 보다가 맘에 드는 것을 직접 만들거나 바느질로 만들 수 있는 것이에요. 아이디어만 얻으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소통방식이 되는 거죠."

아직 공방에서는 수강생들을 위한 그림책 수업, 바느질이 진행되진 않는다. 이 대표 개인 작업이 중심이되, 지역 아동센터와 그림책동아리, 지역주민들과 책과 바느질을 연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새롭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외국어와 미술을 접목한 클래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평소 외국어를 배워보고 싶었던 이 대표가 SNS에서 알게 된 외국인 아티스트와 함께 공동 작업을 하기로 한 것. 또 최근 전주시가 추진하는 핸드메이드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해 수달 판염을 작업한 그는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 시리즈를 차례로 엮어 짧은 그림책으로 묶어낼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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