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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 | 기획 [전주 대사습놀이, 위기에서 길을 찾다]
고인물 떠서 메마른 자리에 마중물이라도 채워라
전주 대사습놀이의 위기와 상황
김영호(2017-04-28 09:57:38)



카오스(chaos)는 형편없이 무질서한 상황이나 마치 창조 세계 이전과 같은 혼돈, 혼란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감히 단언컨대, '카오스'란 말은 오늘날 전주대사습놀이를 함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말이 되었다.
최근 전주시는 2017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의 주관을 당초 (사)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 중심에서 벗어나, 외부 인사 등으로 구성된 조직위원회 체제에서 처음부터 밑그림을 다시 그리기로 하였다. 왜 그래야 했을까.
지난해 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 이사의 배임수재 혐의에 대한 기소와 기나긴 재판 과정, 이로 인한 항소, 보존회 측 집행부의 집단 사퇴 움직임, 이사장 권한대행에 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야기 하자면 끝도 없는 혼란들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는 내부에서부터 불거진 문제들을 봉합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고,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면서 "나 몰라라" 식으로 일관하며 잡음만 키운 꼴이 돼버렸다.


내가 이러려고 소리를 했나
전북 지역 내 알만한 소리꾼, 명창들은 지금 시쳇말로 "내가 이 꼴 보려고 그 어려운 소리를 했는지" 자괴감을 느낀다고 하나같이 하소연한다. 전주대사습놀이의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거액의 돈도 선뜻 기증한 익명의 기부 천사도, 전북 도민도 전주 시민도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 전주대사습놀이가 왜 이러는지, 올해에는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걱정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러니, 전주시가 나서지 않을 수가 있으랴. 전주시에서는 어찌 보면 참다 참다 언론의 대서특필이 되자 특단의 카드로 대회 연기와 조직위원회 강화를 내세우게 되었다. 전주시가 내민 특단의 카드는 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 측에 꺼내 드는 경고 카드인 셈이다.
전주시는 3월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가 내부 갈등으로 더 이상 원활한 대회 준비는 어렵다 판단하고, 3월 중에 김승수 전주시장과 외부 명망가 1명을 영입해 공동조직위원장 하에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하여 전주시는 이달 중 조직위원장 체제가 제대로 갖추어지면 협의를 거친 후, 오는 4월 중에는 위원 구성까지 완료하여 조직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조직위원회 위원들도 각계각층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 등 외부 인사로 재편하고, 인원수를 기존 10명에서 15명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특히 전주시는 해마다 잡음이 반복되는 심사와 관련해 조직위원회 내에서 별도의 심사위원 선정위원회가 심사위원을 선정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고인 물을 떠서 메마른 자리에 마중물이라도 채워야 하는 절박함이 요구된다. 오랫동안 전주대사습놀이는 30여명의 제한된 인력풀(Pool)로 심사위원을 구성하고 있었다. 전주시는 기존 심사위원 선정 제도를 손봄에 따라 전국 기관 및 단체, 대학교 등지에서 적극적으로 외부 추천을 받아 심사위원 후보자를 정하기로 천명하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칠라
전주시가 이렇게 개선안을 내놓고 자정 노력을 다짐해도 여론은 아직까지 호의적이지 않다. 전주시는 대회 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 이사 등은 원천 배제한다손 치더라도 실기(實技) 부분을 위해서는 그래도 대회를 잘 알고 있는 일부 보존회 회원의 영입이 불가피하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러기에 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에서 그나마 다행으로 여길 것은 전주시의 카드가 반드시 퇴장 카드는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전주시가 구상하는 조직위원회 구성과 활동도 비(非) 상시적이고, 대회를 위한 대회에 의한 기구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기에 당장 여론 무마용 행태라는 게 국악인과 지역주민의 볼멘소리다. 그래서 애초부터 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를 개혁하자는 쪽에서는 올 대회를 거르게 되더라도 재정비가 급선무라고 그렇게 땅을 치고 호소를 해온 바다.
전주시는 대회 일정을 검토한 결과, 예산도 확보했고 어떻게 해서든 열기는 열어야 할 텐데, 조직위원회 개편 등 정비 작업을 마치려면 5월 26일 개막은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단 입장이다. 실타래처럼 꼬인 갈등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5월 개최 보다는 9월 중순으로 대회를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전주시가 이처럼 대회 개최까지 연기한 까닭은 조직위원회 구성 말고도, 판소리 명창 장원에게 주어지던 대통령상 제외에 있다. 대회의 품격을 지닌 대통령상이 제외됨으로써, 시상 규모는 축소될 것이 말할 것도 없고 위상마저 땅에 떨어질 지경이다. 실상 명창의 반열에 오르려는 소리꾼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고 옷자락을 붙잡을 이가 많을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심사 비위 문제가 불거지자, 올해 공연전통예술분야의 정부시상 계획에서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를 대통령상에서 제외했다. 전주시는 대통령상 취소에 대해서는 조직위원회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요량이지만 뜻대로 될 지도 미지수다.
과연 대통령상의 꿈이 물 건너가더라도 전주시가 제시한 출구 전략은 통할 수 있을까. 또 그러한 전략이 전주대사습놀이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카오스 이론으로 작용할 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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