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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 | 기획 [유튜브]
19억 명을 매료시킨 공유와 협업의 가치
유튜브의 발자취를 되짚다
이동혁(2019-02-25 14:29:12)



청년 세 명이 일궈 낸 신화
유튜브가 당대 최고의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라는 데에 이견을 달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구글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유튜브는 '페이팔 홀딩스 주식회사(PayPal Holdings, Inc., 전 세계 온라인 지불 시스템을 운영하는 미국의 회사)' 초기부터 한솥밥을 먹던 채드 헐리(Chad Hurley), 스티브 첸(Steve Chen), 그리고 조드 카림(Jawed Karim)이 퇴사 후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다.
현재 한 달 글로벌 이용자 수 19억 명을 달성한 유튜버지만, 시작은 아주 '사소한 불편'에서 출발했다. 제일 처음 유튜브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이었다. 이들은 2005년 초,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스티브 첸의 아파트에서 저녁 파티를 하다가 파티를 찍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손쉽게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튜브의 초기 모습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유튜브의 모습과 사실 많이 달랐다. 창립자들이 처음 유튜브의 밑그림으로 그린 건 '핫 오어 낫(HOTorNOT.com)'의 동영상 버전을 만드는 것이었다. 핫 오어 낫은 외모에 점수를 매기는 사이트로, 이 때문에 초기 유튜브 홈페이지에는 찾는 사람들의 성별과 나이를 입력하는 란이 있었다.
당연히 이런 설정은 오래가지 않았고, 개발 방향을 수정한 유튜브는 몇 달 만에 모두가 자유롭게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사이트로 진화하게 된다. 이에 따라 유튜브 로고 아래에는 '당신의 디지털 동영상 저장소(Your Digital Video Repository)'라는 슬로건이 나타나게 됐다.
2005년 2월 14일, 드디어 'youtube.com'이라는 도메인을 획득하고 수 개월 간의 개발 과정을 거친 유튜브는 조드 카림이 샌디에고 동물원에서 찍은 'Me at the zoo'라는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2005년 4월 23일에 업로드된 이 기념비적인 동영상은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남아 있으며, 무려 5,998만이라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2005년 5월 유튜브는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고, 같은 해 11월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마침내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신선한 아이디어와 페이팔에서의 성공 실적이 있었던 덕분인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직후인 2005년 1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양대 벤처 캐피탈 중의 하나인 세콰이어 캐피탈로부터 1,150만 달러에 이르는, 초기 서비스로서는 대단히 커다란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를 발판 삼아 유튜브는 급속한 성장을 이뤘는데, 2006년 7월에 유튜브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하루에 65,000개의 신규 비디오가 업로드되고 있고, 비디오를 보는 횟수가 매일 1억 건을 돌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과의 만남,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주다
구글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해 가는 유튜브를 2006년 10월, 16.5억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사들였다. 이 사건은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 마이스페이스를 인수·합병했을 때보다도 더 큰 충격파를 불러왔다. 특히, 당시 미디어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인터넷을 통해 광고 시장을 빼앗아 가고 있는 구글이 이제는 영상 부문에까지 뛰어든다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까지 유튜브에 주로 업로드되던 영상들은 'UGC(User Generated Contents)'라고 불리던 짧은 동영상들이었다. 애완동물이나, 재미있는 농담 같은 가벼운 영상들이 많았는데, 날이 갈수록 스포츠 영상이나 뮤직 비디오와 같이 기존 미디어 업체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영상들이 빈번하게 올라오면서 미디어 업계의 심기를 슬슬 건드리기 시작했다.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이 유튜브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단순히 젊은 시절에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유튜브의 공동 창업자들은 유튜브 서비스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하루에 업로드 100만 건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그런데, 1년도 지나지 않아 1억 건이라는 엄청난 수의 영상이 업로드되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서비스의 확장성을 보장하는 기술과 자본의 뒷받침이 자신들만의 역량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고, 구글의 막강한 서버 운영기술과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특히,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은 구글의 사용자 중심의 철학과 장기적인 비전에 강한 매력을 느꼈고, 자신들을 믿고 지원해 준다는 구글의 입장과 약속에 팬이 되면서 구글을 위해 일을 시작했다.


시대를 앞선 확고한 신념
유튜브는 엄청난 방문자 수와 UGC를 가지고 있었지만,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었다. 미디어 업계는 구글의 유튜브 인수가 두려웠지만, 겉으로는 이 인수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말하며 구글의 선택을 비웃었다. 이에 동조하듯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스티브 발머 역시 유튜브가 저작권의 함정에 걸려서 결국에는 냅스터(숀 패닝이 만든 온라인 음악 파일 공유 서비스)처럼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주변의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유튜브와 구글은 흔들리지 않았다. 사용자가 제작한 창의적인 콘텐츠가 사람들의 개성을 살리게 될 것이며, 방송국의 힘에 밀리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이들에게는 있었다. 당시 미디어 업체들과의 저작권 협상은 주로 에릭 슈미트가 담당했는데, 미디어 업체들이 과거의 낡은 방식으로 선불을 포함해 과도한 요구를 한다고 판단한 그는 미디어 업체에게 막대한 저작권료를 지불하기보다는 법정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때 에릭 슈미트는 두 가지 입장을 견지했는데, 미디어 업체들 중에서 전향적으로 마음을 바꾸는 곳과는 협력하고, 끝까지 소송으로 나오는 곳과는 계속 싸우겠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바이아콤(Viacom, MTV 등을 소유한 세계적 미디어 그룹)'은 유튜브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소송을 냈다. 바이아콤은 유튜브가 자사의 콘텐츠를 사용자들이 무단으로 올리는 것을 방치함으로서 자사의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명목으로 10억 달러(1조 2,000억 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요구했다. 유튜브는 자신들이 저작권 침해의 여지가 있는 콘텐츠는 최대한 걸러내고 있고, 기본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콘텐츠에 대해 신고가 들어오면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고 하면서, 'DMCA(Digital Millennium Content Act, 디지털시대 콘텐츠 법)'에서의 '안전한 항구(safe harbor)' 개념을 주장했다. 안전한 항구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가 불법 콘텐츠를 성실하게 제거하려는 노력을 했다면 이용자의 행위로 인해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일종의 예외 조항이자 면책 조항이었다.
이 법정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양측은 서로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공개하거나,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바이아콤이 위장 아이디로 콘텐츠를 업로드했다는 소문이 도는 등 폭로와 비방을 앞세운 격렬한 감정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인터넷 비디오 스트리밍 콘텐츠 역시 DMCA 원칙을 적용해서 관리할 수 있다는 유튜브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최종적으로 바이아콤은 이 소송에서 패배하게 됐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기술과 서비스,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들은 기본적으로 처음부터 새로운 것은 없다. 극단적으로 극히 일부를 빼고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다른 사람이 쌓아 놓은, 그리고 역사가 이룩해 놓은 데이터와 자료, 그리고 경험에 근거해서 이를 바탕으로 진보를 이끌어 내는 것이 기술이고, 창작이다.
이를 철저하게 가로막고, 특허와 저작권이라는 이름의 압력, 기술 계약 또는 기술 이전을 하기 위해 지불해야 되는 경제적 비용, 변호사들과 변리사들만 좋아할 것 같은 복잡한 사용허가 범위, 클레임 등은 현재의 공유 정신을 철저하게 가로막는 부담으로만 작용한다. 시스템에 대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로열티나 심각한 사용허가 조건으로 인해 연구나 2차 창작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 콘텐츠나 경험의 사용이 줄어든다면, 결국 여기에서 파생될 더욱 커다란 이익을 우리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 내부의 진취적인 결정에 따라 이러한 큰 물줄기가 바뀌는 일도 있다. 저작권을 가지고도 공유와 협업의 원리를 이해하고, 적당한 선에서 유튜브와 손을 잡고 'VEVO(미국의 음원 미디어 공급 회사이자 음원 미디어 서비스)'라는 서비스를 시작한 유니버설 뮤직 그룹,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EMI의 약진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다. 많은 사람들이 레이디 가가나 샤키라 등을 비롯한 최고 뮤지션들의 뮤직 비디오를 아무런 제한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음악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어 디지털 음원의 구매나 콘서트 관람으로 연결되는 상황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저작권을 무시해서도 곤란하겠지만, 모든 것을 저작권으로 보호하고 지나칠 정도로 요구만 하기 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균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앞으로는 중요할 것이다.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공유의 정신과 기존 아날로그 세계에서의 경직된 규칙, 법률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큰 괴리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만나려는 접점에 있는 수많은 기술과 서비스, 콘텐츠 등에는 과거에는 없었던 커다란 갈등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한 갈등을 잘 조정하고 타협해 나가는 것이 서비스나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유튜브와 관련된 여러 사례가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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