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9.6 | 기획 [예술, 소외된 이들을 끌어안다]
소리로 보고, 손으로 읽는 세상
읽어주는 기쁨,, 책 읽는 소리가 아름답다
(2019-06-18 10:41:38)



사람의 눈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다. '푸른 하늘'이나 '파란 바다' 같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시각적 표현은 우리가 얼마나 눈에 의지하는가를 보여준다. 우리 주변에서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영상, 이미지, 텍스트들이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텍스트는 정보를 얻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며, 다른 사람의 경험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하는 주된 매체다. 그래서 우리는 어릴 적부터 글자를 배워 자연스럽게 텍스트를 대하게 되지만, 이 자연스러운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가능하지 않은 불평등한 일이 된다. 그 불평등함은 누구나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며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감각기관 중 어느 기관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동일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비로소 실질적인 평등은 이루어진다. 눈으로 볼 수 없어도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는 일. 그러려면 텍스트에 치우치지 않은 다양한 매체가 필요하다. 다양한 매체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 점자도서관에서는 소리로 보고 손으로 읽을 수 있다. 이곳 점자도서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그들의 문화활동을 돕는 활동이다.


우리는 모두 책을 읽을 권리가 있다
빛들 전라북도 점자도서관은 사)전라북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운영하는 산하시설이다. 2001년에 설립되어 시각장애인에게 다양한 지식과 정보제공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교육 및 독서, 학습, 문화생활의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문화된 도서관'이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도서관인 만큼 비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 도서관의 운영방법과는 다르다. 첫번째는 도서의 경우 종이책이 아닌 녹음도서, 점자도서, 확대도서, 전자도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용자의 요청 도서를 우선순위로 제작하며, 베스트셀러 등 유명한 도서 위주로 제작한다. 녹음도서와 점자/전자 도서의 제작은 도서낭독봉사와 워드입력봉사 등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
두 번째는 시각장애인의 특성상 이동에 대한 제약이 있기 때문에 주로 유선을 통한 도서대출·반납 및 응대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선으로 도서 대출·반납을 요청하면 대통령령에 의한 무료우편이나 책나래 택배를 통해 대출·반납을 처리하고 있다. 점자도서관 사서의 말에 따르면, 독서량이 많은 사람들은 주 1~2회 정도 도서 대출을 요청한다고 한다.
세 번째는 시각장애인 점자지도강사 전문교육, 비시각장애인 점자교육, 장애인보조공학기기 사용교육과 같은 교육프로그램, 시각장애인 인식개선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홍보할때 홍보 자료를 점자나 음성 자료로 만들어 배포하여 시각장애인들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시각장애인들이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참석하러 올 경우에는 각 지역의 생활이동지원센터 차량이나 안내인 등의 도움을 받아 도서관을 방문할 수 있게 한다.
비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 도서관의 운영과 다른 만큼, 사서의 업무도 더 특별하다. 빛들 점자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서 김현지 씨는 "다른 도서관에서 사서들이 수행하고 있는 도서정리 대출·반납 업무뿐만 아니라 비시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진행, 자원봉사자 안내,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제작 등을 하고 있다"며, "시각장애인 이용자들의 문화생활에 대한 업무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비시각장애인들의 시각장애인 대한 편견과 인식개선 향상을 위해서도 중점을 두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자도서관은 많은 부분에서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의 다름을 인식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며, 시각장애인이 비시각장애인과 다름없이 책을 읽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구성된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책을 읽고 책에 나오는 장소로 여행을 가는 테마독서여행이다. 대부분의 시작장애인들은 이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바깥바람도 쐬고, 여행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도서관 회원들이 가장 기다리는 프로그램이다.
김 씨는 "시각장애인들이 문화생활을 영위하거나 다양한 체험에 참여하기에 시각장애라는 제약이 따른다. 우리 도서관에서도 이용자들의 독서에 대한 흥미를 증진시키고, 특성과 욕구에 알맞은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5년 가까이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것은 시각장애인들의 정보력 향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과 열정 덕분이다.
그는 "이용자 분들 중 한분이 학습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이 많아 정보검색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매일 도서관으로 전화를 준다"며 "항상 통화 끝 무렵 '선생님 덕분에 오늘 하루 행복하다'고 전해주거나 근무시간 중에 잠시 시간을 내어 검색해드리는 그 시간이 이용자분에게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시간이 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 나눔

점자도서관은 많은 부분에 봉사자들의 손길이 닿아있다. 현재 책을 낭독해서 녹음을 하는 봉사를 하고 있는 주부 임은희 씨는 10년동안 빛들 전라북도 점자도서관에서 봉사해왔다. 자폐장애를 가진 작은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조금 여유가 생긴 임 씨는 주위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살아온 자신을 직면하게 됐고, 일주일의 하루만이라도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아닌 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비록 작은 손길이나마 나누며 살고 싶은 마음에 책 읽어주는 봉사를 시작했다. 임 씨는 봉사를 하면서 본인이 시각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녹음을 할 때에 적절했는지 늘 되돌아본다. "녹음을 할 때면 문장의 의미, 단어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데, 글의 내용에 따라 목소리 톤을 조절하며 듣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실감나게 낭독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는 임 씨는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것처럼 기쁘고 행복한 일이 없다고 말한다. "특별할 것 없는 내 눈과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위로가 되고,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한다"는 것이 그가 이 일에 나선 이유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