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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 | 기획 [기획]
2020년, 문화현장을 지킨 사람들
기획2
문명수, 김하람(2020-12-03 10:21:45)

지금이야말로 예술가들이 움직일 때가 아닌가
                                                                                               창작극회 대표 박규현

2020년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한 ‘연극의 해’다. 1991년 ‘연극영화의 해’ 이후 29년 만이다. 오래 기다려온 만큼, 올해가 연극 부흥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예기치 못한 코로나사태로 인해 대부분의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연극계는 오히려 시련을 겪고 있다. 지역의 극단은 어떤 한 해를 보내고 있을까? 창작극회 대표 박규현 씨를 만났다.





창작극회, 8개월 간의 공백을 말하다
창작극회는 코로나19의 여파로 9월까지 모든 공연을 중단해야만 했다. 유례없는 공연 중단에 극회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단원들은 공허함과 무기력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상황이 호전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7월에 비대면 공연을 열기도 했지만, 그에게 첫 비대면 공연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7월에 완주 향토문화예술문화회관에서 공연을 올렸죠. 무대는 똑같은데, 비대면 콘텐츠이다 보니 관객 한 명 없이 카메라 두 대와 PD 앞에서 공연을 펼쳤습니다. 비대면 공연은 영상 제작이 주목적이어서, 현장보다는 영상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영상을 위해 현장에서 느껴지는 어색함과 불편함을 받아들여야 했죠. 무대에서 느낄 때 음향이 어색하더라도 영상에서 괜찮다면 그대로 진행해야 했고, 카메라의 렌즈를 바라볼 때마다 느껴지는 불편한 감정도 감수해야 했죠. 촬영된 영상은 만족스러웠지만, 사실 현장 무대는 엉망이었습니다. 시간과 예산이 충분했다면 무대와 영상 간의 격차를 줄이고 이질감 없이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첫 비대면 공연을 마친 박규현 씨는 차후 공연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했다. 비대면 공연이 상황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지만, 창작소극장 개관 30주년 공연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다행히 8월 말에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극단은 대면 공연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다시 공연할 수 있게 돼서 좋았죠. 지금은 1년 치 사업을 4개월(9~12월)에 걸쳐 소화해야 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일부 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지고,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던 올해 초. 그는 계획된 문예진흥사업의 진행방안에 대해 기관에 문의했다. 관계자는 비대면 콘텐츠와 같은 대안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혼란이 가중됐다. 일부 전문가는 다른 지역의 사례를 언급하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현실성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대응은 논의를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현장의 상황과 환경을 고려한 논의가 진행돼야 실질적인 대응책이 나옵니다. 함께 고민하지 않고 단순하게 성과가 좋았던 사업들을 선례로 나열하는 식의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업을 중단했던 기간 동안 관련 단체나 기관의 주체적인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지금도 대응 회의, 연속 회의, 설문 등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후속 작업이나 실질적인 해결책 제시는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예술의 쓸모를 일깨우다
그에게 코로나 사태는 예술의 쓸모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그는 사회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예술가는 상황을 어떻게 표현하고 바꾸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고, 예술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은 사회에 충격을 줘야 합니다. 소설가 장정일과 마광수의 작품처럼 말이죠. 예술은 사회에 충격을 주고, 충격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예술가의 모든 행위를 용인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예술가라면 대중의 비난을 받더라도 신념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현대의 예술가들은 사태에 대한 반응만 있을 뿐, 대응은 보이지 않습니다. 예술이 사회에 충격을 줘야 하는데, 사회가 예술에 충격을 주는 격이죠. 코로나와 같은 사회적인 위기 속에서도 예술가들은 사회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예술을 통해 사회적인 혁신을 주도해야 합니다.”


박규현 대표는 2002년 창작극회에 입단한 이후 배우 겸 연출작업을 병행해오다, 2015년 창작극회 대표로 위임됐다. <아빠들의 소꿉놀이>(2019)와 <이런 젠장>(2020) 등을 제작해 무대에 올렸다. 2021년에는 창작극회 창단 6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열 계획이다.




문화 자급자족을 꿈꾸게 되었다
문화기획사 포풀라 대표 박석영


지난 2017년. 혜성처럼 등장한 문화기획사 포풀라는 전시와 공연 분야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포풀라의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2017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올리는 정기공연 덕분이다. 다양한 지역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인디전주’를 기획한 포풀라 대표 박석영 씨.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도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지역 문화를 대중문화로
“포풀라 만들기 전에는 동문 사거리에 있는 갤러리 카페 써드웰에서 전시하고 파티하는 일을 주로 했어요. 지금은 좀더 본격적으로 기획을 하고 싶어 올해 사업자등록도 하고 사무실도 차렸죠.”


초중고를 전주에서, 대학을 서울에서 다닌 박 대표는 서울에서는 쉽게 문화예술 활동들을 접할 수 있었지만, 전주에서는 다양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스무 살까지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해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에서 문화기획을 전공하기도 했던 그는 전주에서 재밌는 활동을 해보고 싶어 2017년 문화기획사 포풀라를 열었다.


포풀라(popular)는 스페인어로 ‘대중적인, 인기 있는’을 뜻한다.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예술 활동이 대중적이고 인기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포풀라의 구성은 박 대표를 포함해 공연기획자 두 명, 촬영팀 두 명과 디자인팀 한 명으로 이뤄져 있다. 그는 2016년부터 지역 청년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갤러리 카페 써드웰의 전시와 전주 인디 뮤지션들이 가장 많이 공연하는 공연장 딥인투의 공연을 기획해왔다.


“포풀라에서 하는 일은 문화콘텐츠 제작하는 일이에요. 오프라인 공연을 매달 개최하고 있고, 요즘에는 온라인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어요. 이번에 대중문화기획업을 받아서 이제는 엔터테인먼트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죠. 그쪽으로 전문성을 갖춰서 지역 뮤지션들과 같이 공연도 만들고 앨범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올해부터 조금 더 공연 기획에 집중하고자 전시가 진행되던 써드웰은 정리하고, 공연장 딥인투를 위탁운영 하고 있다.


지역 뮤지션들을 위한 공연, 인디전주
포풀라의 대표적 공연은 2019년부터 시작한 ‘인디전주’다. 힙합, 대중음악, 밴드를 하는 지역 예술인들을 매달 소개하는 인디전주는 2016~2017년에 진행한 ‘다움콘서트’에서부터 출발했다.


“제가 서울에 있을 때 ‘모나콘’이라고 해서 모발 나눔 콘서트를 알게 되었어요. 예술인들이 참여해 수익금 전액을 소아암 환자들에게 가발을 만들어 전달하는 콘서트예요. 큰 감명을 받아 기부 콘서트 성격의 ‘다움콘서트’를 만들었어요.”


다움콘서트는 2016년부터 2년 동안 매달 한 번씩 콘서트를 진행하고, 수익을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움콘서트를 진행하다 보니 기부도 좋지만, 예술인들을 위한 콘서트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뮤지션들이 주인공이 되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 인디전주라고 이름을 바꾸고, 취지 자체도 나눔콘서트보다는 지역 뮤지션들이 조명 받을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인디전주는 문화기획사 포풀라, 공연장 딥인투, 전주음악인협회를 축으로 오로지 정기공연의 필요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진행하는 공연이다.  


“인디전주 공연은 별도로 받고 있는 지원 사업이 없어요. 지역에 정기공연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연을 하니 뮤지션들도 사례비 없이, 공연장도, 음향감독도, 저희도, 참여하는 모든 분들도 같은 여건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젊은 청년 대표 앞에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으나, 제대로 활동해보고자 사무실을 차리자마자 코로나가 터졌다. 올해부터 공연장 딥인투를 위탁운영하게 되면서 더 자유롭고 재밌게 공연을 해나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1월부터 4월까지는 공연을 올리지도 못했다. 그러나 박대표는 코로나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기회로 삼았다.


“저희가 온라인 공연을 8월 1일부터 3개월 정도를 했는데, 처음 영상이랑 지금 영상이랑 비교해 보니 많이 늘었더라고요. 좀 더 생생한 현장을 전달하고 싶어서 생중계 장비들도 조금 더 투입할 생각이고, 특히 이번에는 VR 공연도 준비하고 있어요. VR 공연이 비대면 공연 중에서 가장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VR 기계를 차고 보거나, 휴대폰을 움직이며 볼 수 있도록 제작해서 최대한 현장을 잘 담아내고자 합니다. VR 기기도 저렴해서 VR 기술을 이용한 공연들을 좀 만들어 보려고요.”


생중계의 질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은 있었으나 아직까지 시도해보지 못했던 유튜브를 반강제(?) 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지금 유튜브 포풀라 채널에서 공연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고 있어요. 생각보다는 조금 빠르게 시작하게 된 것 같지만, 영상에서 보여줄 수 있는 요소들이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영상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번 코로나 시대를 기회 삼아 지역 예술인들을 소개하고자합니다.”


포풀라에서 올리는 영상은 두 가지. 공연 라이브 영상을 편집한 것과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영상이다. 카메라 세 대를 이용해 다양한 각도로 찍은 영상을 편집하고, 각 악기별로 녹음을 하고 믹싱마스터링을 해서 진짜 음원으로 듣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음원의 질을 높이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


두 번째로 ‘인디전주 라디오’라는 코너를 통해 박 대표가 뮤지션을 초대해서 소개하는 것. 단순 인터뷰보다는 뒤에 공연하는 영상이나 뮤지션들 좋아하는 음악이나 아티스트나 뮤직비디오를 같이 소개하면서 일반 관객들에게 볼거리가 많고 재밌게 볼 수 있도록 편집하고 있다.


포풀라, 문화 자급자족을 꿈꾸다
그는 공연을 할 때도 자유롭고 재미있게 기획한다. 인디전주는 티켓값을 정하지 않고 공연 관람 후 관객이 스스로 가치를 매겨 입장료를 지불하는 ‘가치후불제’ 공연으로 기획했다. 올해 6월에 진행된 힙합 콘서트 “WHO DAT”은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오는 12월에 진행되는 인디전주페스티벌에는 특히 공을 들였다. 12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개최되는 인디전주페스티벌은 그야말로 2019년부터 2년간 진행된 인디전주를 정리하는 공연이다. 열 팀이 넘는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며, 심사위원을 섭외해 마지막 날인 27일에 시상식인 ‘인디전주 어워드’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중음악 뮤지션들을 초대해서 상도 주고, 파티 같은 따뜻한 분위기의 시상식 준비하고자 합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서로 자극을 받아 좋은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심사위원들에게 전주에서 어떤 아티스트들이 활동하고 있고, 어떤 앨범들이 나왔는지를 정리해서 보내주고 같이 수상자를 뽑는 과정들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지역에서 공연 활동만으로 먹고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포스터도 자체적으로 제작하며 운영을 위해 외주를 받는 일에도 나서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에게는 꿈이 있다.


“공연 기획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저희 공연장도 있지만 다른 공연장에서도 공연해보고 싶어요. 인디전주같이 저희 자체 기획 공연을 많이 늘릴 생각이에요. 공연장 운영도 재밌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2~3년 뒤에는 더 큰 공연장, 더 큰 공연을 기획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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