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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 | 기획 [기획]
2020, 문화현장을 지킨 사람들
기획4
문명수(2020-12-03 10:40:12)

삶을 반성하고  깨우친 시간, 환경을 다시 본다
                                                                               마리서사 대표 임현주

트렌드 전문가 김난도 교수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동네 책방을 사례로 들며, 온라인에서 줄 수 없는 공간감과 물성(物性), 체험적 요소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이 온택트 시대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소상공인의 피해가 컸던 한 해. 과연 김난도 교수의 말처럼 동네 책방은 오프라인만의 강점으로 큰 피해없이 한 해를 보내고 있을까? 군산의 마리서사 임현주 대표를 만났다.



날벼락 같았던 코로나 사태
임 대표는 2017년 출판사 편집자 생활을 정리하고, 마리서사를 열었다. 책방 운영으로 바쁜 세월을 보내던 그는 문득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2019년 6월 멕시코로 떠나 한국어 교사로 일하며 안식년을 보냈다.


 “꿈같은 시간이었어요. 주 3일 한국어를 가르치고, 살사와 스페인어 등을 배우며,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떠났죠. 벌이가 충분하진 않았지만, 삶을 배움과 여유로 채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올해 말까지 멕시코에 있으려고 했는데, 중남미에도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바람에 다급하게 귀국했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임현주 씨는 자가격리와 건강검진 등을 하며 2개월간의 적응 기간을 보낸 후, 올해 6월부터 다시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아직도 적응 중입니다. 원래 제가 운영하던 곳이지만, 코로나를 비롯한 도서정가제 폐지 위기, 문학상 반납 사태 등 수많은 사건사고가 겹쳐서 적응이 쉽지 않았어요.”


매출은 줄었지만, 발걸음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7월 전북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로 공실률이 증가한 것. 특히 군산은 지역기반산업의 침체까지 겹쳐 공실률이 전북지역 최고치인 27.6%를 보였다. 지역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니 마리서사 역시 상황이 좋을 리 없다.


 “당연히 전반적으로 매출이 줄었어요. 특히 코로나 확진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2월과 3월, 8월에는 타격이 매우 컸어요. 그래도 8월 이후부터는 찾아 주는 발걸음이 어느 정도는 유지되고 있으니 다행이죠.”

위기 속 동네 책방, 그래도 기본에 충실하고 싶다
담담하게 말하지만, 사실 그 역시 매출이 줄면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온라인 판매를 고려하기도 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버거운 일이었고, 동네 책방은 오프라인에서 함께 소통하며 좋은 책을 나누는 공간인데,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면 그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잖아요. 공간의 본질을 포기하면서까지 매출을 올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운영방식을 유지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는 대신 책방의 기본인 책과 안전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책을 진열하는데 있어서도 어떤 식으로 소개할지 더 고민하며 독자들이 안전하게 책방을 찾을 수 있도록 환기와 소독 등 환경에도 힘쓰고 있다는 그에게 2020년은 어떤 해였을까.  


 “멕시코에 있을 때, 한 친구가 환경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더 들여가면서까지 비행기가 아닌 기차를 이용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자연에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플뤼그스캄까지는 아니더라도 *공정여행을 실천하려고 노력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책방에 관련 서적을 늘려 환경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멕시코에서 경험했던 적절한 노동과 약간의 배움, 그리고 잉여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는 그는 군산에 책방을 열었던 이유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


 “넉넉하진 않더라도 여유 있는 삶을 살고자 했던 것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서 여유를 느끼기 힘들었어요. 외적인 문제인지, 내적인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내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자본주의적인 욕심과 거리를 두고 마음에 여유를 가지려 합니다.” 마리서사의 2021년. 그 변화가 기대된다.






1)플뤼그스캄: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지 말고 기차를 타자는 운동이 확산되면서 생긴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을 뜻하는 신조어)”
2)공정여행: 현지인과 교류하고 그 사회에 도움을 주며 현지의 환경과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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