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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 | 기획 [도시의 유산 | 간이역]
켜켜이 쌓인 추억으로 떠나는 여행
(2021-12-09 12:52:54)




켜켜이 쌓인 

추억으로 떠나는 여행

·사진 김하람 기자      

             이윤재 인턴기자


근대사의 상징 기차. 기차는 국가와 국가를 잇고 도시와 도시를 이었으며 마을과 사람을 이었다. 모든 동력이 사람의 손에서 나오던 시대에는 전에 없던 속도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지만, 우리에게는 가슴 아픈 수탈의 상징이기도 하다.  1900년대 초반 일본은 침략 전쟁과 물자수탈을 위해 한반도의 철도 부설권을 획득했다. 경인선을 시작으로 한반도 이곳 저곳에 설치된 철로는 일본의 전쟁물자와 식량수탈의 주된 통로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선 ,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수많은 이권을 빼앗기고 무엇 하나 주도적으로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우리 선조들은 나라를 찾기 위해 나섰다. 철로는 그러한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독립운동가들 역시 자금을 나르고, 사람을 파송하는 일에 새로운 교통수단을 활용했던 것이다.


가장 빠른 길을 내기 위해 논과 밭이 끊어지고 산과 숲이 모습을 잃었지만 한편으로는 외딴 시골마을에도 새롭게 길이 생겼다. 마을에는 역장과 역무원이 관리하는 보통역이, 이용하는 사람이 적은 작은 마을에는 역장이 없이 정차만 하는 간이역이 섰다. 간이역은 역의 분류 하나일 뿐이지만, 우리는 단어 속에 그리움의 정서를 담는다. 그것은 아마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라져가는 간이역과 함께 사라지는 우리의 추억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유학을 떠나는 , 장에 나서는 , 고향에 돌아오는 , 떠나는 설렘, 헤어짐의 아쉬움, 남겨진 자들의 그리움, 다시 만나는 반가움.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인생사의 장면이 역사(驛舍)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의 생활공간이자 청춘들의 사랑이 싹트던 공간. 지극히 평범하고 작은 공간처럼 보이지만, 저마다의 추억과 꿈이 스쳐간 곳이 바로 간이역이다. 


이제 시대의 향수 자체인 간이역이 사라지고 있다. 노선의 변경으로, 또는 사용하는 사람이 적다는 이유로 폐역이 되고,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사람들은 사라져가는 추억을 붙잡으며 간이역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간이역에 모였던 사람들이 이제는 간이역을 찾아 모인다. 


문화저널은 새로운 동력으로 다시 운행되는 간이역을 12 도시의 유산으로 선정했다.   



문화정거장이 간이역들과 보존

우리나라는 사라져가는 간이역을 보존하기 위해 문화적 가치가 높은 간이역을 선별,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등록문화재 제도는 근대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으로 허가 위주의 기존 지정문화재와 달리 자발적 보존에 기초한 신고 위주의 지도·조언·권고를 기본으로 한다. 또한 등록문화재는 외관을 크게 해치지 않는 이상 사정에 따라 내부를 수리할 있어, 보호와 활용이 동시에 가능하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근대역사에 있어 상징적이거나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뛰어나야 한다. 또한 지역의 역사문화 배경이 되어 가치가 널리 인정되고, 당시의 건축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지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근대문화유산이라 할지라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조건을 충족해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역은 현재 23개다. 거기에 파주 경의선 장단역 (등록문화재 77) 포함하면 24개가 된다. 




한번만 봐도 기억에 남는 간이역들

등록문화재에 등록되지 않았지만 독특한 간이역들도 많다. 강원도의 추전역은 해발고도 855m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간이역으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오지역은 바로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승부역이다. 깊은 계곡에 위치한 승부역은 눈도 많이 오고 도로도 없어서 접근이 매우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굽이치는 낙동강과 맑은 산의 정기를 느낄 있다는 매력이 있다. 가장 특이한 역은 1 한번 있는 통해역이다. 통해역은 경남 진해선의 마지막 역으로 과거 마산역에서 출발하는 통근열차를 운행했었다. 지금은 해군 사령부 내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군항제 기간 동안에만 있는 특별한 역이 되었다. 대중들이 가장 알고 있는 역인 정동진은 드라마모래시계덕에 유명해졌다. 수많은 연인들과 친구들의 약속의 장소이다. 


간이역은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추억의 장소이자 관광명소 역할을 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갔던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욱 커져가는 간이역. 이젠 도시유산을 넘어 개인의 추억유산으로 자리하고 있다. 


전북에서 운행 중인 간이역은 10 . 대부분 화물만 오간다. 여객 취급을 중단하면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다수이며, 결국 폐역에 이르게 된다. 폐역 됐지만 문화공간으로 다시 운영되는 곳이 있다. 익산의 춘포역, 남원의 서도역, 군산의 임피역이다. 익산 춘포역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기차역 가장 오래된 역으로 전주와 익산 군산을 이으며 통근, 통학하는 사람들의 발이 되어주었다. 최명희 작가의 소설혼불 배경이 되는 남원 서도역은 가장 오래된 목조 역사 하나로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여러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되고 있다. 군산 임피역은 1930년대에 지어져 일본의 경제적 수탈에 이용된 가슴 아픈 역사가 담겨있다. 사용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간이역에서 추억을 찾는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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