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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 | 기획 [도시의 유산 | 고창의 ‘고창농악’]
굿으로 하나 되는 마을, 걸판지게 놀아보세
김하람 기자(2022-02-09 14:08:06)


굿으로 하나 되는 마을, 

걸판지게 놀아보세


 김하람 기자 · 사진 고창농악보존회


정월 대보름, 풍년을 기원하며 연행하는 걸궁패들의 농악 소리가 경쾌하다. 부유층, 권력층이 주로 즐겼던 판소리와는 달리 농악은 서민 농사꾼들의 문화였다. 농촌 사회에서 농민들이 흥에 겨워 놀던 농악. 우리 생활과 가장 가까운 문화였지만 산업화사회를 맞이하며 급격하게 맥이 끊기고 있다. 그러나 농악의 맥을 이어 지역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곳이 있다. 고창이다. 고창농악단에서부터 고창농악보존회로 100 지역의 유산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것을 보존하며 지켜온 사람들이 있었기에고창농악 이름은 이어질 있었다.


고창농악보존회는 지역민이 문화유산을 향유하는 , 단순히 공연이 이뤄지고 공연을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전문인이 아니더라도 농민이면 악기씩을 다뤘던 그때의 농악처럼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고창에는 고창농악보존회 뿐만 아니라 고창 14 ·면의 농악단들이 마을의 가락과 장단을 전승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전수생들을 꾸준히 배출해 내고 있는 것도 고창농악단의 자랑이다. 도시로 사람들이 떠나며 사라져가던 농악이었지만, 이제 다시 농악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도시의 유산으로 자리 잡은 고창농악의 면면을 들여다보았다.





지키고 이어낸 결실풍물굿

고창농악은 잡색놀이, 고깔소고놀이 등의 원형이 정리되어 있다. 1998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7-6호로 지정된 것은 덕분이다. 고창농악보존회는 전국농악경연대회 대상과 전주대사습놀이 농악부문 장원을 차지하면서 지난 2000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7-6 고창농악보유단체로 지정됐다.


고창농악은 오늘에 이르러서도 당산굿, 당산제, 매굿, 풍장굿, 문굿, 판굿 다양한 굿의 절차가 온전히 전승되고 있으며, 굿들은 설장구, 고깔소고춤, 통북놀이, 상쇠춤, 잡색놀이 아니라 진풀이, 사설, 덕담, 성주풀이(액맥이풀이)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고창농악을 지켜온 명인들은 박성근, 김만식, 이모질, 황규언, 정창환, 유만종, 박용하, 정기환, 이노일 등이다. 현재는 14명의 이수자를 비롯한 80 회원들이 고창농악의 원형을 전승하고 있다. 


호남 우도 농악에 속하는 고창농악은 영무장농악의 원형이 남아있어 의미가 깊다. 영무장농악은 영광, 무장(고창), 장성 지역에서 치던 풍물굿을 말한다. 우도농악은 섬세한 가락과 기교가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우도농악도 아랫녘(목포)으로 가면 가락이 느려지고, 웃녘(군산, 익산)으로 가면 빨라지는 차이가 생기는데, 중간 지역인 영무장농악이 가장 간이 맞다는 정평을 얻고 있다. 농악의 표준이라고 있는 영무장농악의 원형이 영광도 장성도 아닌 고창(무장)에서 이어진 것은 가장 현실적인 이유였다. 농악만 잘쳐도 배를 곪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고창에는대부자 없어도중부자 서른네 집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서로 경쟁했고 농한기(정월대보름) 되면 소작인을 많이 끌어오기 위한 요령으로 풍물패를 불렀다. 박성근패, 김만식패 명인들이 자연스럽게 고창으로 모였던 이유였다. 잔치를 벌이기 위해 다른 지역의 명인들을 데리고 오는 , 그것이 고창의 중요한 농촌 문화였다. 


박성근 씨랑 김만식 씨랑 우리 집에 와서 거의 살았어. 우리 집이 아주 사람들의 사랑방이여. 그리고 우리 어머니가 그렇제 잘했어. 어머니가 풍물패들이 오면 허물없이 . 박성근패왔다네 허면 모이기 시작해 열대여섯 모였어.” (향토사학자 이기화씨, ‘고창농악을 지켜온 사람들의 삶과 예술세계중에서)


이기화 역시 부농 집안으로 소작인들을 위해 풍물패들을 불렀다. 살갑게 대해주는 안주인이 있는 씨의 집에 당시 가장 실력 좋은 풍물패인 박성근패와 김만식패가 자주 드나들었다. 어려서부터 풍물패의 연행을 봐왔던 씨였기 때문에 점점 사라져가는 풍물패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완전히 사라지기 풍물잽이들을 다시 모을 있었다. 1985 씨는 오거리 당산제 재현을 위해 고창지역 마을마다 통문을 보내 풍물잽이들을 불렀다. 통문을 받고 500 가까운 풍물잽이들이 모였다. 마을 곳곳에 풍물을 아는 치배들이 흔했다는 증거였다. 그야말로 풍물의 고장이라 했다.  


그중 심사를 거쳐 40 명을 선발해 고창농악보존회의 전신 고창농악단을 창설했다. 고창농악단은 박성근패였던 상쇠 황규언을 중심으로 전국 시군농악경연대회에 진출해 이름을 알렸다. 황규언은 전국농악경연대회 대상(1994),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농악 장원(1997) 등을 거머쥐어 고창농악 상쇠 보유자로 지정됐으며, 고창농악이 전북 최초로 단체 무형문화재로 지정받는 공헌했다. 


그러던 어느 , 고창농악단에 여성 풍물잽이가 찾아왔다. 노인들이 모여있었던 농악단에 고창농악을 배우고 싶어 왔다는 사람. 고창농악보존회를 20 년간 이끌어온 이명훈 회장이다. 



원형을 지켜오다

이명훈 씨는 고창군 고수면 출신이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한 그는 대학동아리 활동을 하며 풍물을 접했다. 그는 졸업 후에도 노동자 문화운동연합 풍물분과에 들어가 전국 지역을 돌아다니며 남은 원로 선생님들을 찾아가 풍물과 등을 전수받았다. 농악을 배우러 다니면서 고창 농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됐다. 어린 시절에는 풍물을 기억이 없었지만, 고향에서도 굿을 치고 계시는 분들이 남아있을지 궁금해졌다. 1991 그는 고창문화원의 이기화 원장을 통해 고창농악단의 상쇠 황규언 선생을 소개받았다. 그는 황규언 선생으로부터 장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가 만난고창농악단 공연을 그야말로풍물굿의 신천지같았다. 당시 고창농악단 단원들은 평균 나이 60, 70대의 어르신들이었다. 좋은 가락과 장단이 고향에 있는데, 이들이 사라지면 고창농악의 가락도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락과 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 고창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고창농악의 가락, 어르신들의 생애를 기록했다. 사명감을 갖고 마을을 찾아다녔던 그는 늦은 새벽까지 정리한 기록들을 3권의 결실로 이어냈다. ‘고창농악’, ‘고창의 마을굿’, ‘고창농악을 지켜온 사람들의 삶과 예술세계등의 이름으로 펴낸 책들이다. 결실은 고창농악의 원형을 유지할 있는 원동력이 됐다. 


세상과 만나다

1998 창립된 고창농악보존회는 2000 고창농악의 보존과 전수를 위해 성송면의 폐교였던 학천초등학교를 무상 임대해 고창농악전수관을 마련했다. 환경은 열악했지만, 고창농악을 향한 열의는 식지 않았다. 꾸준히 공연을 올리고, 대회에 나가며 고창농악을 알린 15. 전국 각지에서 고창농악을 배우기 위해 전수관을 찾았고, 좋은 전수 환경 조성을 위해 기존 전수관을 증개축해 전국 최고 수준의 전수관으로 재개관했다. 현재 고창농악보존회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고창농악보존회는 전수관을 중심으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고창농악 전수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년 3 정도가 참여한다. 전수교육 뿐만 아니라 매년 정월 대보름 고창농악과 마을 공동체가 모여 한해의 안녕을 기원하는대보름축제’, 칠월 칠석 농사일을 한가닥 마무리 짓고 서로의 노고를 다독이며 걸판지게 노는 꽃대림굿의 정신을 이어받은꽃대림축제’, 고창굿으로 하나 되는고창굿한마당 흥겨운 축제를 만들어가는 굿판을 벌인다. 2017년부터는 소식지를 통해 고창농악보존회의 활동들을 알리고 있다.


공연으로 만나는 고창농악

풍무(2011-2015)

고창농악 대표 브랜드 공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해마다 내용과 구성을 달리하여 선보였다. 고창농악이 보존하고 유지하고 있는 다양한 굿의 종류를 있는 공연으로 다양한 잡색들과 문굿, 풍장굿, 판굿, 개인놀이 등을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고색창연(2014-2020)

고색창연 (高色敞演)고창의 색이 묻어나는 연희라는 . 고창농악 이수자들이 고창농악이 가지는 형태적 특징을 부각시키며 고창농악의 대표적 놀이인 부포춤, 설장구, 북춤, 고깔소고춤을 재구성·재해석한 공연이다. 


노상놀이(2017-2021) 

전라북도, 고창군,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주최하고 ()고창농악보존회가 주관하는 전라북도 거리극 축제 상설공연이다. 고창 관광명소에서 고창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농악공연을 통해 군민들과 관광객들에게 고창농악의 매력을 알렸다.


한옥상설(2015-2021) 

지역 전통자원인 한옥과 공연 콘텐츠를 융합하여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야간 볼거리를 제공하는 문화관광 프로그램으로, 고창농악보존회는 2015년부터감성농악시리즈로 상설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2015-2016 버라이어티 감성농악도리화가 귀경가세’/ 2017 미스터리 감성농악모양마을 사람들’ / 2018 판타지감성농악이팝 : 신의 ’ / 2019 히스토리 감성농악광대, 1894’ / 2020 Green 감성농악운곡로맨스 : 생명의 날개옷’ / 2021 감성농악시리즈 여섯번째이팝:소리꽃’)


떳다!복고풍(2020)

고창농악 이수자들로 이루어진 전문예술단체고풍 공연으로 복주머니에 있던 복이 달아나게 되어 복을 다시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레트로(retro) 감성농악이다. 


고창농악전수관 상설굿판 (2021)

고창농악전수관의 풍부한 공연환경을 활용하여 농악공연자들에게는 창작 공연활동의 기회를, 고창농악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공연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2021년도부터 시작됐다. 매월 마지막 목요일 고창농악 전수관에서 펼쳐진다.


고창농악 인문학콘서트(2018-2021) 

고창농악을 주제로 인문학 강연과 공연 그리고 체험으로 구성된 농악콘서트이다. 굿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 연희자의 삶과 예술관 농악 전반에 담긴 인문학적 내용을 강의와 공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쉽고 재밌게 소개한다.

(2018 대보름굿, 풍장굿, 전라도의 소고, 전라도의 꽹과리/2019 잡색 / 2020 전라도의 장구/2021 전라도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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