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6.8 | 연재 [이 여름, 이 책 한권]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조건
토니 험프리스의 『가족의 심리학』
한지영(2016-08-16 10:29:24)





요즘 우리들은 많은 것을 본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이야기와 이미지들.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천연색으로 유혹하는 스마트 폰을 들고, 가벼운 관심과 궁금증을 내려놓기 힘들어, 검지 손가락으로 하염없이 터치했던 경험이 겨우 한 두 번이었다고 하면 아주 양호한 상태. 가늠하기 힘든 인터넷 세계를 떠도는 어마어마한 정보들, 무한에 가까운 단어, 문장, 그리고 이미지..., 사람들은 그렇게 하염없이 읽거나 보지만 실상 그 가치는, 투자하는 시간과 비례하지 않아 허무함이 밀려오게 된다.
감사하게도 내 주변에는 책벌레 두 사람이 있다. 스마트폰보다 종이책을 가까이하는 그녀들의 주변에는 늘 여러 권의 책이 있다. 시립도서관을 자주 가는 것은 물론, 구매하는 책들도 상당하다. 그녀들은 좋은 책을 늘 내게 추천해준다. 종종 마음에 드는 작가의 책을 만나게 되면, 그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서 돌려보고, 작가의 SNS도 훔쳐보곤 한다. 장르는 음식에서부터, 교육, 음악, 미술, 여행, 소설, 연애 등 다양해서 그만큼 삶도 풍성해진다. 나는 그녀들의 독서량에 십분의 일도 읽지 않는 것 같지만, 자연스럽게 늘 독서하는 삶을 곁에서 지켜보게 되고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왜 독서하는 삶을 동경하는가? 아마도 그것은 흩어진 자신의 생각을 단단하게 다듬고, 더불어 책 속에 빠져들면 찾아오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자유롭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여름, 책 한권을 추천하라는 요청에 지난 겨울 출산 전후로 한 토막씩 보았던 "가족의 심리학"이 떠올랐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더운 여름에 '가족의 심리학'이라니.... 어떤 누군가 내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네가 좋아하는 음악은 빼고 축제를 기획하라'라고 한 적이 있다. 나는 이 말을 나의 음악적 허영을 지적해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음악부분에서 나의 취향은 진지하고 심각하고, 때로는 한이 두텁게 서려있는 것에 치우쳐있는 부분이 있다. 아마도 책에서도 완벽히 예외는 아닌 듯.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었던 책보다, 마음이 아파서 종종 덮어버린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임상심리학자 '토니 험프리스'의 '가족의 심리학'은 가족이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서로의 사랑의 너무나 당연시하는데 모든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 자신의 경험과 여러 가족을 상담한 결과를 바탕으로 쓰여진 것으로, 가족 형성, 문제 있는 가족의 양상, 그것을 해결해 가는 단계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행복이 곧 가족의 행복이다. 가족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 희생하고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예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뜬금없이 왠 가족이고, 행복 타령이냐고? 단언컨대, 우리가 갖고 있는 자격지심, 불안, 질투, 왜곡하는 습관 아니면 반대로 만족, 긍정, 감사하는 태도는 모두 그 시작이 가족이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가족은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가족이라고 정의되는 엄마, 아빠, 아이의 형태가, 싱글맘, 이혼으로 인해 한부모인 가족, 조부모 가정 등의 가족보다 안정적인 형태라고 말 할 수 없다. 어떤 가족 구성원의 부재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 내에 정서적으로 성숙하고 균형 잡힌 어른의 존재 여부이다.   
 난 주변에서 제대로 된 어른을 자주 만나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이 글을 읽은 독자들 곁에도 진정한 어른은 드물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어른이 되지 못하는 것은 그렇게 자라지 못해서이다. 가족 안에서 받은 사랑과 도움의 손길, 감정을 표현하고 욕구를 표현하는 방법, 타인과 소통하는 문제, 책임에 대한 올바른 인식,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느끼는 '나'에 대한 시선 등은 모두 가족에서 출발한다. 무관심과 폭력만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다. 욕심과 과도한 기대는 그보다 더 큰 정서적 불균형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인식 할 수 있었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어린 시절의 내가 그래서 힘들었구나'며 어린시절의 나를 스스로 위로하기도 하고, 부모로서 지나치듯 한 말이 아이에게 큰 상처였을 수 있다는 것은 느끼며 아이를 좀 더 살갑게 안아주게 되었다. 무엇보다, 너무 잘하려고 욕심내는 것, 모두 행복하게 하려고 포장하고 숨기는 자체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게 되었다. 부족함을 인정하면, 얼마나 마음이 평화로운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바로 '가족분리'이다. 충격이나 상처 없이 가족 구성원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서 언제든 웃으며 분리할 수 있어야하는 것이  건강한 '가족'이라는 부분에서 나는 그것을 고이 오려서, 나의 어머니, 나의 시어머니, 자신이 마초 남편인지도 모르는 지인, 끊임없이 희생하는 것이 아름다운 엄마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다양한 연애사를 자랑하지만 막상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후배, 그 누구보다도 가족에 대해 되물림 되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내 자신에게 주고 싶었다.
 더불어 이제 만 9세 아들 녀석과 9개월 된 딸에게 따뜻한 사랑을 주면서도 언젠가 그 아이들이 건강한 마음으로 스스로의 길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도록 살아가고 싶었다. 아내, 남편, 아이들이 타인이 만든 기준이 아닌, 모두 스스로의 기준과 바람으로 행복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면, 결국 가족 밖에서도 한 인간으로서 자존감 있고, 한 노동자로서 그 역할에 충실할 수 있지 않을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