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한반도에 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유난히도 많았던 계절인 것 같다. 지난 달. 본 지에 게재 된 '메갈리아'에 대한 논쟁 역시 그 사건 들 중 하나로 기억된다. 페이스북 측에서 메갈리아의 페이지를 일방적으로 폐쇄하였다는데에 반발하는 움직임으로 'Girls Do Not Need A Prince'이라는 문구가 쓰여진 티셔츠를 판매, 이 티셔츠를 입고 메갈리안과 워마드(통칭 메갈리안)를 지지하는 여러 창작자들 혹은 활동가들에 대한 사회적 질타와 비판을 받아서 화제가 되었던 이 사건을 다시 한 번 돌아보자.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 먼저 해볼까 한다. 그들이 지향하는 소위 '페미니즘'이 가야할 방향은 무엇일까?
오늘날의 민주주의 등의 여러 국가들의 국가적 이념으로 이야기 되는 여러 사상들의 근원은 프랑스 대혁명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레짐 앙시앵(구 시대의 체제)를 사회 전반에 걸친 모든 분야에 있어 이성과 합리에 근원을 두어 대체하자는 것이 바로 그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 여성에 대한 극심한 차별은 여전히 만연해 있었다. 그렇게 출발한 페미니즘은 그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여성해방이며 진보주의의 일부이며 이는 진보라는 움직임 속에서 유효한 움직임이었다. 다시 말하여 사회 전체의 진보가 선행되고 그러한 움직임 안에서 여성은 남성과 평등한 위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바로 페미니즘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의문을 가져본다. 왜 그들은 페미니즘을 표방하면서 기득세력에 대한 비판은 없을까? 수구세력이 가진 자본주의형 '약육강식'논리의 횡포에 대한 저항은 없는 것일까? 수구체제에 대한 저항 없이 굴복하는 반동적 남성혐오주의는 페미니즘이 아닐 것이다. 진보주의에서 벗어난 페미니즘, 그것이 페미니즘이라고 할 수 있을까? 페미니즘은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과 세대들이 가진 이념적 변화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과정 안에서 여성의 성평등을 향한 해방적 움직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우리나라의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메갈리안은 메르스가 발병하던 즈음,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행된 여성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적 논리에 대항하는 움직임에서 출발하였다. 그렇게 '남성들의 여성혐오에 대항한다'라는 기조로 출발한 메갈리안은 해당 커뮤니티 안에서 활동하던 일부 여성들의 과격한 남성혐오행위와 여론 탓에 뭇매를 맞게 된다. 그러한 흐름 안에서 메갈리안은 '한남충'이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남성을 향한 '미러링'을 여권 신장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게 된다.('미러링'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다시 하도록 한다.) 또한 메갈리안은 성소수자 강제 아웃팅(자의가 아닌 타의로 행위되는 커밍아웃)과 남자아이에 대한 과격한 성적 희롱등을 자행하여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게 된다. 그렇게 메갈리아 사이트에서 '워마드'라는 극한 남성혐오 커뮤니티가 분리되며 이 둘을 통칭 '메갈리안'이라고 부르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 된 것은 넥슨의 신작 게임 '클로저스'의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맡게 된 성우 김자연씨가 메갈리안이 판매하던 티셔츠를 SNS상에 공유, 이 티셔츠의 공동 판매자가 메갈리아와 워마드라는데 사회적 공분을 사게 된데에 있다. 더욱이 이 티셔츠는 단순히 친목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판매 수익금을 '메갈리안들의 법적 분쟁 해결'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것이 명시 되어 있기에 그 반발이 거세지게 된다. 이미 메갈리안의 '남성혐오행위', '아동 성희롱 문제', '성소수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등이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었기에 이 사태는 더욱 빠르게 확산되어갔다. 바로 그것이 지난 여름의 일들이다.
자 그렇다면 메갈리안의 행위들은 왜 지탄받았을까?
여기서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미러링'이다. 미러링은 일반적으로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상대에게 심리적인 충격을 주겠다는 의미로 행위된다. 예를 들어보자. 한 남성이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 했다. 성추행 당한 여성은 즉각, 남성에게 똑같은 행위 혹은 그보다 더한 행위를 통해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를 한다. 아주 단편적인 예시이지만 이러한 행위가 바로 미러링이다.
메갈리안의 미러링은 '여성혐오를 혐오'하게 하는 전략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 방향이 빗나가 있다. 무분별하고 불법적인 성행위가 자행되는 '소라넷'에 대한 미러링의 대상이 왜 아무 잘 못을 저지르지 않은 불특정 다수여야 하는가? 왜 그 대상이 아이들이어야 하는가? 왜 그 대상이 성소수자여야 하는가?
"의도와 맥락을 무시하고 단편적이거나 과격한 면만을 확대, 부각시켜 지탄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하여 나는 아주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현하고 싶다. 메갈리안의 '과격한 면'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일베에 조직적으로 대항한 유일한 당사자", "혐오는 우리의 소중한 자유다, 메갈리아 이제 눈치들 보지 마시라"라고 한겨레신문을 통해 표현한 몇몇 여성학자들의 의견에 나는 반문을 다시 한번 제기하고 싶다. 왜 메갈리안은 일베 뿐만이 아닌 우리 주변의 남성들 모두에게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인가?
메갈리안은 점점 도를 지나쳐가고 있다.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폐륜적 언어행위, 야동공유, 살인사건 피해자에 대한 비하까지 자행되는 메갈리안의 도 넘은 행위들을 언제까지 좌시하고 있어야만 하는 것인가? 심지어 최근 공개 된 메갈리안 티셔츠 판매 및 수익금 정산에 대한 글도 의문 투성이다. 몇 천만원에 육박하는 금액들의 지출증빙이랍시고 내민 서류는 '견적서'였다. 세금계산서도 아니고 거래명세서도 아닌 전화 한 통이면 어디서든 발급해주는 '견적서'였다.
대다수의 여성은 남성에 비하여 육체적인 열악함을 가지고 있다. 여성을 힘으로 억압하여 성적으로 유린하는 일부 남성들의 여성혐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만연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이러한 남성들에 대한 강한 법적 처벌이 우선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면면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상대적 약자임이 분명한 여성에 대한 공격과 혐오로 사회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남성들부터 스스로를 돌아보고 끊임없이 반성하며 부끄러워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항하여 똑같은 범법행위들을 자행한다는 것은 명백한 범죄이며 지탄받아 마땅한 사회적 불건전 행위라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일베가 비난 받는 것처럼 메갈리안 역시 비난 받아 마땅할 것이다. 메갈리안이 일베에 대항하여 미러링을 통한 혐오를 되돌려 주었다고 해서 페미니즘이 가야할 방향성 위에 놓여있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메갈리안이여, 당신들은 대체 누굴 위하여 소리 지르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