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청년세대의 현실을 꼬집는 "N포 세대", "이태백"과 같은 신조어가 더는 낯설지 않다. "헬조선"의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조차 모르는 무기력한 젊은이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말이다. 몇 해 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과 함께 우울한 청년들을 위로하는 목소리가 생겨났고, 이제는 왜 우리가 아파야 하는지 반문을 제기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청년문제의 해법을 찾아나가는 분위기다. 다행히 우리 지역에도 청년들의 현실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헤쳐 나가는 팀이 있다. 그리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여전히 고민하는 청춘을 위한 파티를 기획했다. 그 현장을 담기 위해 청년문화기획사 "우깨"의 "청춘그라운드"를 찾았다.
지역에서 청년문화를 고민해 온 "우깨"는 "우리가 깨달은 것들"을 공유하며 자기주도적인 삶을 찾아가는 청년문화기획사다. 가을의 문턱에서 "우깨"가 준비한 이번 행사, "청춘그라운드" 역시 젊은 세대의 고민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고 마주앉은 청중과 함께 대안을 찾아가는 장으로서, 기존의 뻔한 공연 포맷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지역의 새로운 대안적 콘텐츠로 기획되었다. "청춘그라운드"가 진행된 전주영화호텔의 로비에는 이날의 연사 중 한 명인 김승진 선장의 모험을 담은 다큐멘터리 "지구를 사랑한 남자"가 상영되고 있었다. 메인 프로그램이 벌어질 옥상은 "우깨"의 방향성을 트렌디한 문구로 표현한 현수막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청춘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너나할 것 없이 사진으로 오늘을 기록하느라 분주했다. 마침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 가을을 실감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청춘그라운드"는 미래를 고민하는 청춘의 마음에 불을 지펴줄 "열정그라운드"와 솔직하고 앙큼하게 청년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똘끼그라운드", 놀고 싶은 그리고 사랑하고 싶은 젊은이들을 위한 "욕구그라운드"라는 총 3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본격적인 행사의 문을 열어준 "욕구그라운드"의 "사랑상담소"에서는 사랑에 대한 고민을 로이심리연구소의 박문규 소장의 진행으로 풀어나갔다. 사전 접수된 참여자들의 사연을 심리상담 전문가의 입장에서 재치 있게 풀어나간 "사랑상담소"는 본질적으로 상대방과 내가 서로 다른 사람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주었다. 어쩌면 청춘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지점 중 하나인 건강한 인간관계에 대한 팁이기도 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사랑상담소"가 애피타이저와 같은 순서였다면 다음으로 이어진 "열정그라운드"는 행사의 메인디시와 같았다. 로비에서 손님맞이를 하던 다큐멘터리 "지구를 사랑한 남자"의 주인공 김승진 선장이 무대에 올라 도전하는 삶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김승진 선장은 대한민국 최초로 무동력 요트 세계 일주를 성공한 다큐멘터리 PD 출신의 모험가다. 그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망망대해에서 209일 간의 항해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꿈을 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마음을 울리는 여러 메시지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남이 아닌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통해 자기 인생의 테마를 찾으라는 조언이 가장 크게 남았다.
이어서 마이크를 넘겨받은 "열정그라운드"의 두 번째 연사, 전주 MBC 김예솔 아나운서는 꿈을 이뤄가는 과정과 현재를 이야기했다. 어린 시절부터 바랐던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남들 다 하는 노력이 아닌, 나의 상황에 맞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꿈을 실현해온 시간들을 공유했다. 또한 마냥 좋을 줄만 알았던 아나운서 생활 중에 겪은 매너리즘을 얘기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었는지 스스로를 되짚으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끊임없이 나의 행복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깊어가는 가을밤만큼 행사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쯤 "우깨"가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인 "생산적 또라이 파티"가 막간을 이용해 시작됐다. 익살스러운 질문을 통해 오늘의 '또라이'를 뽑는 "생산적 또라이 파티"는 타인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나의 가치를 추구하는 "우깨"의 지향점과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었다.
끝으로 "생산적 또라이 파티"의 기운을 이어받아 "청춘그라운드"의 대미를 장식할 "똘끼그라운드"의 무대 세팅이 완료됐다. "우깨" 원민 대표의 진행 속에 서난이 전주시의원과 동네 뮤지션 이내가 함께 은은한 음악 속에서 청년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이날의 주제는 "꼰대"였다. 청년으로 살아가며 겪은 꼰대질을 토로하고 유쾌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며 무대와 객석이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이어서 꼰대에 대항하기 위한 청년의 정치를 고민하며, 청년들의 정치참여가 투표에만 그치지 말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민주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는 당부로 끝을 맺었다.
이밖에도 앞서 "사랑삼담소"와 함께 "욕구그라운드"의 한 꼭지로 진행된 아트마켓에는 캘리그라피와 한국화 마켓이 준비되어 즐길 거리를 더해주었다. 아트마켓에 참여한 두 명의 젊은 작가는 "우깨"가 진행했던 여러 행사에서 인연을 맺어 이번 파티에도 함께하게 된 든든한 지원군이다.
향후에도 강연을 기본으로 교육프로그램이 가미된 문화행사를 기획 중인 "우깨"는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낼 청년문화기획자를 양성하고자 문화기획스쿨도 함께 진행 중이다. 또한 "청춘그라운드"에 이어 나를 발견하는 2박3일, "인문독서예술캠프"가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기대를 가져 봐도 좋을 것 같다. 이어질 행사에 대한 정보는 "우깨"의 홈페이지(http://uggecompany.com)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답답하고 외로운 현실에 지친 청춘들에게 "우깨"의 행보를 주목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