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문화재단이 설립된 지 10년이 됐다. 전주문화를 알리고 전주문화 예술인들 간의 네트워크 구축을 중심으로 활동을 한 전주문화재단은 10년의 시간 동안 구심점 역할에 만전을 다해왔다. 장명수 초대 이사장이 재임하던 시절을 제1기, 라종일 2대 이사장 시기는 제2기, 유광찬 3대 이사장과 이용숙 4대 이사장을 제3기, 그리고 전주시장이 당연직 이사장을 맡는 제4기가 출범했다. 각 시대별로 재단은 뚜렷한 방향성을 가진 채 활동을 해왔으며 당연히 제4기의 행보가 관심을 받고 있다.
전주문화재단은 여러 가지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여론이 좋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재단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사업 진행보다는 전주시로부터 위탁받은 사업만 진행하고,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네트워크 구축보단 백화점식 사업에만 몰두했다. 정책연구나 정책기획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전주시로부터 내려온 사업을 진행하면서 허울뿐인 재단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재단 설립이 10년이 된 현재, 상황은 많이 변했다. 전주시도 과거 행태에서 많이 벗어났으며, 재단 근무자들도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아는 듯하다. 알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서 그것을 이루기 위한 역할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늦었지만 다행이란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올 정도다. 전북관광문화재단이 최근 설립됐다. 전북을 대표하는 광역단체 재단이지만 전주문화재단이 빠질 수는 없다. 기초단체 재단이지만 전주가 곧 전북이다. 전북관광문화재단의 존재는 옆으로 두더라도 전주문화재단이 전북을 대표하는 재단이 돼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전주시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듯이 재단에 대한 호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 10년 동안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나름대로 본연의 역할을 수행했다면 이제 앞으로 10년이다. 다가올 10년은 과거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론을 교훈삼아 희망찬 10년을 바라봐야 한다. 전주 문화예술인들이 재단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는지를 잘 파악하고 재단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심사숙고할 때다.
그동안 재단은 예술적 창의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전주문화 발전을 위한 기반창출 역할을 하지 못해왔다. 예산을 지원한다는 명분아래 시의 직간접적인 간섭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재단은 외형적으로 봤을 때 이사장을 비롯해 이사회가 구성돼 있다. 이사회는 재단의 최고 의결기구로 중요문제를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매우 상식적인 것이지만 전주시가 깊게 개입하면서 이사회는 허울뿐인 기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직원채용 뿐 아니라 직원 근무배치도 시의 허락을 받아야 가능한 구조였다. 한때 6명의 직원이 빠져나가면서 길게는 2년 가까이 후임을 뽑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전주시가 신규직원 채용을 승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재단의 자율적 운영은 고사하고 내부 직원마저 근무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직원은 조직에 대한 자부심은커녕 자괴감만 형성되고 있다. 재단 직원의 평균 근무기간이 2년이 채 못 되는 게 이를 반영한다. 낙하산식 채용도 빈번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전주지역 문화예술계는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전주문화계 구심점 역할을 할 재단이 오히려 문화예술인들의 입방아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단의 본 역할은 손도 대지 못한 채 시에서 내려오는 위탁대행 사업에만 몰두하는 상황에 '최대 지원, 최소 간섭'이란 대명제는 실현되지 못한 채 10년이란 세월을 보낸 것이다.
2013년 전주문화재단은 뜻밖의 사건이 터지게 된다. 공금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조용했던 사무실은 발칵 뒤집혔으며, 전주시도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해당자는 법의 심판을 받았고 사무국장과 상임이사, 이사장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사건은 한 개인의 우발적인 일로 마무리됐지만 재단의 모든 치부가 한 번에 드러나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사무국장과 상임이사는 몇 개월 동안 진행됐던 예산의 유용을 알지 못했고, 사사건건 간섭하던 전주시도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사건의 직접 발단은 재단 내부에서 일어났지만 전주시의 책임이 크다는 게 당시의 여론이었다. 물론 아무도 입에 담을 수는 없었다. 굳이 전주시로부터 미움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 전주시는 재단의 모든 일을 사사건건 간섭했다. 재단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아야겠다는 태도다. 전주시 문화발전을 위한 협력자가 아니라 자신들의 임무를 대신하는 단순 노무자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재단은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 일하기보단 그저 전주시 위탁사업에만 몰두했다. 창의적 사업발굴이나 주도적, 주체적 행동방식은 남의 일이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시가 그동안 재단을 '협력자' 개념보단 '갑을 관계'를 토대로 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최근 전주문화재단은 설립 10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출범 10년과 향후 미래 10년을 맞이하기 위해 마련된 이 행사는 전주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해 제2의 도약을 노리는 재단에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재단은 2006년 설립 이후 전주의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펼쳐왔다. 문화정보 114, 아시아 명인 네트워크, 전주마당창극, 전통문화조사기록화 사업, 신진예술가 사업 등 214개에 달한다. 올해만 해도 전주시 마을조사사업, 공간예술연습공간 지원, 팔복문화예술공장 조성 등을 통해 문화로 전주를 변화시키는 선두주자임을 자처했다.
이날 행사는 '전주, 문화의 길을 문다'란 주제로 다양한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특히 '문화동행', '전주 100인' 등 총 2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토론에는 지역 예술인들과 시민들이 참여해 재단이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공유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문화동행 세션은 문화예술 전문가와 전주시 출연기관 책임자들이 참석해 예술생태계의 지속성, 문화재단과 지속가능발전, 출연기관 협력방안 모색 등을 논의했다.
전주 100인 세션은 시민과 예술가 100인이 모여 전통문화의 지속가능 발전, 문화도시 전주, 문화로 행복한 전주, 문화계의 지속성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기념행사에서는 초대 이사장인 장명수 전북대 명예총장과 유광찬, 이용숙 전 전주교대 총장, 김승수 전주시장 등 전·현직 이사장 등이 참석해 재단의 10년 역사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재단 현 이사장인 김승수 시장은 "전주가 문화예술이고, 문화예술이 전주다. 문화영토는 전주를 중심으로 성정하고 있고, 그 중심에 전주문화재단이 있었다"며 "전주가 대한민국 문화특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념식에서는 전 이사장들에 대한 공로패 수여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장명수 초대 이사장, 유광찬 3대 이사장, 이용숙 4대 이사장이 공로패를 수여 받았다.
또 전주문화재단 업무 공로를 인정받아 김창주 차장이 표창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이어 기념식에 앞서 진행됐던 토론의 결과를 발표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안을 공유하는 자리가 진행됐다.
재단 관계자는 "지나온 10년을 주춧돌로 삼고,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걸어갈 10년을 준비할 것"이라며 "전주시가 전문화중심 도시로 역할을 하는데 그 동력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주문화재단은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서노송동 시대에서 벗어나 한옥마을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된다. 명망가가 이사장을 맡던 시기에서 탈피해 전주시장이 이사장을 수행하게 된다. 한 때 존재했던 상임이사직이 대표이사로 변경된 채 부활됐다. 민선6기를 맞아 재단이 새롭게 용트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는 시급하다. 과거 행태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전주시는 최대 지원, 최소 간섭의 원칙을 지켜야 하며, 재단은 수동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재단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생기발랄하고 자신의 업무를 최대한 발휘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과거를 교훈삼지 않으면 언제라도 다시 과거로 돌아갈 개연성은 언제든지 있는 법이다.
전주시의 지원에만 목을 매지 말고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자생적 노력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공모사업에도 눈을 떠야 하며, 지역 예술인과의 네트워크 형성에도 노력해야 한다. 이들이 결국엔 재단의 자산이 되며 재단을 보호해주고 막아 줄 보호막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재단은 과거 10년 동안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냈다. 다가올 10년을 준비할 때다. 교과서 같은 말을 둘째 치더라도 재단 스스로 역량 강화에 나설 때다. '전주문화재단에 근무하세요?' 부러움이 가득 찬 소리가 나와야 한다. 답은 재단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