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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5 | [문화저널]
환경을 생각한다 전주천은 죽어있다! 전주천 환경 기행을 마치고
유영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2003-09-23 12:12:46)
오랫동안 전주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전주천의 어린 시절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항상 맑고 푸른 물이 시원스럽게 흘렀고, 다가교 근방 바윗터는 어린아이들의 다이빙대 역할로 항상 빈들거렸다. 뿐만 아니라 한벽당 근처에서는 물고기가 많아 맛좋은 매운탕 집이 성황을 이루었고 저녁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시원한 물에 목욕을 하는 것이 즐거운 일과 중에 하나였다. 물가로는 반짝거리는 모래와 하얀 조약돌이 눈이 부셨고, 어머니들은 냇가에서 빨래를 한 세탁물을 그냥 조약돌 위에 널어놓았다. 이처럼 전주천에 대한 향수는 끝이 없다. 족대를 들고 물풀사이로 첨벙거리며 팔뚝만한 장어를 낚어 올리던 일, 얕은 물가로 돌담을 쌓아 고기병을 묻어놓고 몰아서 불거지며 모래무지며 싱싱한 고기를 잡던 일. 그러나 오늘의 전주천은 생각해도 역겨운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변해있다. 맑은 물은커녕 시커멓게 죽은 폐수가 흐르고, 주변 어디에고 쓰레기가 없는 곳이 없다. 그뿐 아니라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도 물도 잘 흐르지 않은 하천으로서의 기능은 이미 상실한지가 오래다. 고도의 성장으로 인한 대가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변해온 전주천의 모습에 너무나 무심했고 방치했다. 이젠 회생불능에까지 빠져버린 전주천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할 위기에까지 와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전북환경운동연합에서는 전주천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전주천 환경기행을 가장 오염이 심한 구용산 다리부터 삼례교까지 실시하였고, 전주천이 현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실상을 알아보았다. 답사코스 답사코스는 전주천 중에서도 사람발길이 뜸하고 공장지대 등 오염원인이 많아 가장 오염 상태가 심한 곳으로 용산다리에서부터 천변으로 하수 종말처리장, 분뇨처리장, 천일, 제풍제지, 쌍용화학공업사, 서신동 쓰레기 야적장 및 추천대 부근으로 정하였다. 회원들과 시민들은 구용산 다리에서 집결하여 바로 전일여객 차고 있는 천변 쪽으로 전북환경운동연합 깃발을 세우고, 준비된 여러 대의 차량 행렬을 타고 이동을 하였다. 답사 코스가 20Km에 걸친 장거리였기 때문에 차량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가장 오염이 심한 곳에서 하차하여 실태 파악과 함께 이용동교수님(전북대 환경공학과)의 간단한 수질검사와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하수 종말 처리장 등에서는 관계공무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 방법을 취하였다. 쓰레기 청소 우리가 처음 내린 곳은 첫 번째로 물막은 곳에서였고 내리자마자 심하게 악취가 나는 것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 물을 살펴보니 검게 기포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심하게 부패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하얗게 쌓여있는 거품은 바람에 날려서 주변에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었다. 우리는 미리 준비해 간 종이 푸대와 집게를 나눠주고 쓰레기 줍기를 실시하였다. 쓰레기는 사람이 잘 안다니는 곳이라서 그런지 온갖 것들이 널려있었고, 쓰레기는 사람이 잘 안다니는 곳이라서 그런지 온갖 것들이 널려있었다. 대부분 오래된 것들이어서 반쯤은 땅에 묻혀 끄집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시민과 회원들은 인내를 가지고 쓰레기를 주었으며, 근처에 있는 쓰레기는 대충 치울 수 있었으나 끝도 없이 나오는 쓰레기는 현 인원 가지고는 어쩔 수 없었다. 별 수 없이 30분정도의 청소를 끝낸 뒤 다음에 대대적으로 시간을 갖고 치우기로 하고 예정된 다음 코스로 향했다. 하수종말처리장 배출구 다음 코스는 하수 종말 처리장에서 처리되어 전주천으로 배출되는 배출구에 도착하였다. 하수종말처리장의 하루 처리능력은 약 10만3천 톤 정도로 그중에서 5만 톤 정도는 공단폐수를 처리 해 주고 나머지 5만 3천 톤 정도만 생활하수를 처리해 주고 있다. 전주시에서 1일 배출되는 하수는 약18만 톤 이상으로 5만여 톤만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화되지 않은 채 전주천으로 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2단계 하수종말처리장이 건설하게 된다하더라도 10만 톤 정도이기 때문에 합친다해도 자꾸 늘어가는 전주시 하수를 전부 처리하기는 어려운 실정에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하수 종말 처리장에서는 전주시 하수를 처리하도록 하고 지금까지 특혜를 주고 있는 공단 폐수는 자체 정화하여 방출할 수 있도록 하여 꾸준한 감시를 하는 것이 전주천 오염을 막는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하수 종말 처리장 안에는 계속 하수를 처리하고 있는 라인이 눈에 보였고, 처리하고 남은 슬러지를 주변에 군데군데 쌓아 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슬러지 속에 중금속이 함유되어 있어 토양을 오염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용기에 완전 밀봉하여 매립을 해야 하는데 주변에다 쌓아놓고 엉성하게 관리하는 것은 슬러지에 대한 관계공무원들의 인식부족에서 나오는 것으로 여겨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배출하는 입구에는 수질성분이 기재된 푯말이 서 있었고 약간 갈색을 띤 처리된 물이 상당량 전주천으로 배출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사전에 찾아 왔을 때 보다 배출되는 물의 양이 훨씬 많았고 깨끗해 보였다. 아마도 환경단체가 답사를 한다고 하니 행정기관에서 토요일인데도 퇴근을 안 하고, 다른 때 보다 더 신경을 썼기 때문에 나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배출구 약간 위쪽에서 가져온 기계로 즉석에서 용존산소량(DO)을 측정하여 보았는데 2.0이 나왔고, 윗물에서는 3.0정도가 측정되었다. 용존산소량은 ,L단 산소보유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기에서 측정된 수치는 공업용수 3급으로 분류되며 특수한 정수 처리를 한 후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수질이 극도로 나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수질검사를 하고 있던 중 그보다 놀라운 것을 발견한 것은 바로 그 위쪽에 그물을 쳐 놓은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확인은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사전 답사를 할 때에도 배를 타고 그물을 치는 모습을 목격하였었는데 다시 이러한 모습을 보게 된 것은 이 곳에서 상습적으로 고기를 잡아 시장에 내다 판다는 소문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현재 시에서는 하천 관리를 목적으로 양구청에 9명씩 18명의 하천 관리인을 두어 쓰레기 투기 등 하천 오염을 막고,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를 단속하도록 되어있으나, 하천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분뇨 처리장 배출고와 공단 폐수 배출구 우리는 계속 천변을 따라 삼례 다리 쪽을 답사하고, 다시 삼례다리를 건너 답사 해 온 맞은편 천변으로 답사를 실기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멀리서도 악취 때문에 알 수 있는 분뇨처리장에 도착하였다. 그 곳에는 관계공무원에게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11단계 처리시설을 둘러보았다. 관계공무원은 철저한 처리로 양질의 수질을 내 보내고 있다고 하였지만 여전히 검은 폐수는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아 배출되는 것으로 보였다. 실제 지난「한겨레신문 4월10일자 보도」에도 전북에 있는 분뇨처리장에서 방류수 수질 기준(부유물질, 생물학적 산소요구량_을 6배나 초과되었다는 보도를 보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전부 분뇨처리장은 시설도 노후되어 정상 가동이 원활히 되지 않고 있어 공무원들도 기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전주 분뇨처리장도 서울이나 경기도 인천 등과 같이 하수종말처리장과 연계하여 양질의 수질을 내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곳은 자체에서만 처리하여 내 보낸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음은 분뇨처리장 바로 옆에 흐르는 공단 폐수를 살펴보았다. 이 폐수는 제1공업단지 내 삼양사, 백양, 한솔제지등 대기업 7개 업체의 폐수를 전량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는 반면 그 나머지 중소기업체들이 자체 정화하여 곧바로 전주천에 배출하는 폐수이다. 따라서 이 폐수는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면 언제든 처리되지 않고 방출될 위험이 있으며 실제 기준치보다 높게 방출하여 감독기관에서 적발된 건수가 종종 있었던 문제의 폐수가 아닐 수 없다. 실제 그 곳에서 수질검사의 결과는 용존산소량이 0.3으로 거의 무산소에 가까우며 BOD도 다른 곳에서 나타난 최고의 수치보다 2배가 많은 57.4를 기록했다. 물론 이 수치는 배출 허용 수치 안에 드는 것이지만, 공업용수 3급이 10급 이하로 되어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나쁜 수질이 전주천으로 유입되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또한 수질검사시 나타난 결과를 보면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검사 자체를 우리 스스로 하지 못하고 행정기관 산하에 있는 전문기관에 의뢰하기 때문에 무언가 석연치 않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고사평 쓰레기 야적장 추천대 부근 피해 주민들의 증언 이 곳은 오래 전부터 경치가 빼어난 곳 가운데 하나이다. 그래서 우리 선인들께선 추천재를 지어 놓고 풍류를 즐긴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물이 거의 흐르지 않아 썩어 있었으며 쓰레기 야적장에서 나오는 침출수 유입으로 인하여 다른 어느 곳보다 심하게 오염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추천대 근방으로는 쌍용화학공업사, 제풍제지, 천일제지 등 오염을 시킬 수 있는 공장이 들어서 있어 전주천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에서 측정한 용존산소량도 2.7로써 아주 좋지 않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지만 BOD는 19.6으로 비교적 양호한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물의 겉부분에서 측정한 결과로 약간 깊은 곳에는 오염물질이 많이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훨씬 심한 오염상태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추천대에 도착하자 이미 그곳 주민들이 나와 반겨주었다. 대부분 나이 드신 노인들이 많았고, 그래서 오래 전부터 이 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 온 토백이 분들이었다. 그분들이 소리 높여 주장을 하는 요지는 쓰레기 야적장이 들어오면서 파리가 끌기 시작해서 심할 땐 부근에 있는 집들이 파리에 둘러싸여 집이 안 보일 정도라고 하면서 파리를 잡기 위해 약을 뿌리다보면 어지럽고 눈이 안 보이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소연 하였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피해 이사를 가게 되고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주민들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살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상태인데도 행정에서는 전혀 피해에 대한 보상은커녕 약 한 병 사주지 않는다고 시행정의 무관심을 강도 높게 비판을 하였다. 아무튼 그 분들의 흥분을 보더라도 파리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병균으로 인한 이질 그리고 악취 등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라는 생각과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고 살아 왔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같이 참여한 관계공무원으로부터 앞으로 필요한 약을 비롯한 여러 가지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이 있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어서 참가한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수질검사 분석자료 직접 현장에서 수질검사를 한 장비는 WATER QUALITY CHECKER WQC-20A 이며 회사명은 TOAELECTRONICS LTD IN YAPAN이다. 분석한 내용은 수온, 수소이온농도(PH), 용존산소량(DO), 탁도 이고, 전북환경연구회에 의뢰한 분석결과는 표1을 참조하기 바란다. 수질검사를 분석해 보면 수온이나 수소이온농도(PH)는 정상 수치를 나타내고 있고, 부유물질량(SS)도 상수원 1급 기분이 25이하로 되어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10 이하가 공업용수 3급으로 되어있는 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고 또한 용존산소량(DO), 총인(T-P), 총질소(T-N)의 기준도 각각 2이상, 0.150이하, 1.5이하로 되어있어 조사된 수치는 상당히 높게 나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수질의 부영양화의 원인 물질인 인과 질소가 많이 있다는 것은 이들 영양염류를 생장하는 조류가 번성하여 물꽃을 피우게 하고, 조류가 번성하였다가 죽게 되면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가 소모되어 물고기나 다른 생물체가 산소부족으로 죽게 되는 과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비소, 시안, 수은, 카드뮴, 납, 6카크롬 등 중금속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맺는말 이번 전주천 답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성과를 거두었고 특히 참여하신 시민들은 말로만 듣던 전주천오염이 이렇게까지 오염되어있을 줄은 몰랐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환경보호 운동을 해야 할 것인지 확신이 섰다고 말할 뿐만 아니라 참여한 관계공무원도 자신이 맡고 있는 지역을 이렇게 세밀하게 조사해 보기는 처음이라고 행사 참여에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아무튼 전주천 오염은 부분적인 문제가 아니고 우리 시가 안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으며 특히 행정에서는 90년부터 전주천 정화 사업을 대대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벌이고 있는데도 수질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현상은 전주천변에 오폐수를 배출하는 공장이나 대규모 아파트 온천 등을 허가하여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을 펴고 있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시정에 있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의 자세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전주천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이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선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하는데도 막연히 환경에 대한 시민의식이 개선되기만을 바라고 있으며 정화사업에 투입되는 예산 한도 내에서만 작업을 하는 것으로만 그쳐 좀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전주천이 이렇게 되기까지 채임을 행정에게만 돌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우리 시민들도 그동안 환경 문제에 무관심 했던 부분도 큰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진정 옛날의 전주천으로 되살릴 의지만 있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영진 / 55년 출생으로 전북대 체육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고 89년 전교조 관련으로 해직되었다. 현재는 전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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