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 | 연재 [장영란 김광화의 밥꽃 마중]
호두나무
(2017-03-07 10:57:06)
겨우내 궁금하면 호두를 까먹고 지냈다. 심은 지 20년만에 호두나무에서 호두를 넉넉히 따서다. 전에도 몇 알씩 딴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제대로 따기까지 왜 20년이나 걸렸을까?
감나무는 자식 주려고 심고, 호두나무는 손자 주려고 심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호두나무는 심고 나서 열매를 얻기까지 꽤나 오래 걸리는 나무다. 그래도 20년은 좀 심하지 않은가. 다른 이유가 있으리라. 호두나무는 4월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지난해 생긴 1년생 가지에 먼저 수꽃이 피기 시작한다. 수꽃차례는 자잘한 수꽃들이 꼬리모양으로 모여, 한 뼘 길이로 늘어지며 핀다. 그러면 새가지가 자라나, 그 잎겨드랑이 사이에서 암꽃이 핀다. 부드러운 솜털로 쌓인 씨방 위로 암술머리가 올라와 둘로 갈라지는데 암술머리는 솔처럼 생겼다.
이렇게 호두나무는 암수딴꽃으로 4월말 수꽃이 먼저 피고 나서 5월 초부터 중순에 암꽃이 핀다.
자기꽃가루받이가 아닌 딴꽃가루받이를 하려는 거다.
그런데 우리 집 호두나무는 홀로 서 있으니 꽃가루받이를 제대로 못한 거리라.
귀농 20년. 해마다 봄이면 나무를 심어 왔다. 그런데 나무를 모르니 이런 일이 생긴 거다.
한 그루만 심어도 열매를 맺는 나무가 있지만, 여러 그루를 심어야 하는 나무도 있는데...사람 잘못 만나 나무가 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