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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 | 기획 [손의 힘, 그 가치를 만나다]
전주의 '핸드메이드'를 만나다
강미선(2017-03-07 11:15:18)



같은 분야의 공방이더라도,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는 곳이 많다. 그게 바로 핸드메이드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곧 핸드메이드 도시로 불릴 전주 핸드메이드 공방들의 매력을 살펴보자




20년이 지나도 낡지 않는 신발, <맹가미 가죽공방>
"신발 좀 고쳐주세요" 인터뷰 중 찾아온 손님이 한 말이다. 알고 보니 고쳐달라며 내민 신발은 20년이 넘은 신발이었지 뭔가. "저희 공방은 시중에서 파는 일반적인 가죽이 아니라 통가죽을 사용해요. 그래서 오래가죠. 이런 장점은 가끔은 저희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매우 뿌듯하고 보람 있게 만들어요(웃음)"
한옥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맹가미 공방은 한옥마을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만들다의 순우리말 '맹글다'와 한자어인 아름다울 '가', 그리고 아름다울 '미'를 합쳐 만든 '맹가미' 공방은 2002년에 개업한 핸드메이드 가죽공방이다. "훈민정음 서문에 '맹글다'라는 말이 나오잖아요. 그 맹글다와 '아름답다'라는 한자어를 사용했어요. '아름다운 것을 만든다'라는 뜻이죠"  시를 쓰는 아내와 직접 가죽 제품을 만드는 남편이 함께 운영하는 이 공방은 세일이라는 개념이 없다. 작품 하나하나가 기간이 상당하게 소요될뿐더러 핸드메이드라는 작품 특성상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핸드메이드 제품이라 단가가 조금 있지만, 그만큼 오래 신죠. 저희 가게의 주 손님 층은 주로 30대 이상, 보통 4~50대에요. 주로 옛날에 통가죽 제품을 사용했던 분들이 그 추억과 향수를 못 잊고 많이들 찾아오세요" 오래된 만큼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다. "학생일 때 저희 공방에 왔던 친구가 직장인이 돼서 다시 오겠다고 하더니 정말로 몇 년 후에 직장인이 돼서 첫 월급을 타고 왔어요. 너무 감동적이었죠. 그런 데서 공방을 운영하는 기쁨을 느끼곤 하죠"




손으로 한 땀, 한 땀 <춘하추동 양복점>
공장에서 찍고 또 찍어내는 기성복이 난무하는 요즘, 수작업으로 양복을 만드는 집이 있다. 바로 '춘하추동 양복점'이다. "이 일을 시작한지는 30년도 훨씬 넘었죠. 아주 어렸던 청년일적부터 양복점에서 일을 하면서 양복 만드는 법을 배웠죠. 그땐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어서 잘 보이려고 애썼어요. 나중에는 이렇게 가게도 차렸죠" 핸드메이드 양복 하나를 만들기까지 찾아오는 손님의 사이즈를 재고, 가봉을 하고 다시 수정, 가봉, 수정 등을 반복해 재단을 하는 과정까지는 여간 까다로운 과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 핸드메이드 양복을 배우려는 사람도 드물뿐더러, 전국에 '진짜' 핸드메이드 양복을 만드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거의 남아있지 않다. "옛날에만 해도 직원들이 10명이 넘을 정도로 잘됐었죠. 지금은 3명의 직원이 남아서 아직까지 함께 일하고 있어요"
핸드메이드라고 해서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천과 천을 이어 붙일 때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부 수작업을 필요로 한다. 만드는 과정 중 양복을 뒤집어보면 '핸드메이드' 양복인지 이유를 알 수 있다. "양복 깃이 자리를 잡을 수 있게 촘촘히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죠. 이런 게 바로 핸드메이드 양복이라 불리는 이유에요. 가격대는 조금 있지만, 기성복 보다 훨씬 더 오래 입고 질리지 않는다는 점이 핸드메이드의 장점이죠.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는 양복점을 열심히 운영할 생각이에요"




매듭을 창작하다 <연희공방>
청년몰에는 분주히 움직이는 손이 하나 있다. 바로 남부시장 2층 청년몰에 위치한 '연희 공방'이다. 연희공방은 다른 대부분의 공방들과 마찬가지로 한옥마을 내에서 공방을 차리며 시작했다. "한옥마을에서 공방을 차렸지만 어느 순간 임대료가 올라가 나가야할 상황에 처했었죠. 다른 공방들도 비슷했어요. 저는 마침 운이 좋게 청년몰 입주자 모집 공고를 지원하게 돼서 여기까지 온거죠" 매듭 공방으로 많이 알려진 '연희 공방'은 사실 매듭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사실 처음엔 비즈공예로 시작했어요. 비즈공예를 보고 시작했다가 매듭의 세계에 빠져버린 거죠. 그 후엔 줄 곧 매듭에 관심을 가졌죠. 그 이후에 퀼트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최근엔 퀼트ㆍ매듭 작품들을 만들고 있죠"
연희공방에서는 수강생들을 받아 종종 수업이 진행되기도 한다. "공방이 좁다보니 1~2명 정도 있을 때는 여기서 하기도 하지만, 외부 장소를 빌려서 진행해요. 수강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매듭에 관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해요" 실제로 연희 공방에 다녀간 손님들이 낸 아이디어를 활용해 매듭 머리띠, 키홀더 등이 작품으로 탄생하기도 했다. "직접 만든 것 중에 하트 노리개도 있어요. 아마 제가 처음일 거에요. 만들면서 드는 생각은 실 하나가 저를 웃고 울게 만들어요. 거의 모든 매듭이 실 하나로 이루어지거든요. 이게 매듭공예의 매력 아닐까요?"




딸과 엄마가 함께 하는 손뜨개 <꽃만발>
매주 금요일, 토요일 저녁이면 남부시장에는 야시장이 열린다. 한때는 야시장 하면 '먹거리' 였지만 어느샌가 야시장 한쪽에 캘리그라피, 캐리커쳐 등 예술 작가들이 들어오면서 야시장는 먹거리 뿐만 아니라 볼거리로도 유명해졌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우와~'하면서 지나가는 곳이 있다. 바로 '꽃만발'이라 불리는 손뜨개 간이공방이다. 꽃만발이 유명해진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일반적인 뜨개질 공방들이 도안을 보고 뜨개질 하는데 반해, 꽃만발에서는 모든 디자인을 직접 하기 때문이다. 딸과 엄마가 함께 운영하는 꽃만발은 각양각색의 손뜨개 작품들이 간이가판대에 올려져 있다. "제가 디자인을 해서 엄마에게 드리면 어머니가 모양을 만들어서 저에게 주죠. 그럼 제가 구상했던 디자인대로 눈이나 코, 입을 만들고, 장식을 하는거에요" 모두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작품인 만큼 인형에 이름도 있고 같은 시리즈라도 색깔이나 모양도 모두 다르다. 그야말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핸드메이드 손뜨개 작품인 것이다. "인형들에 이름을 붙여요 제일 처음 만들었던 부기맨, 최근에 만든 불타는 심장 등의 작품이 있죠. 손님들에게 그 작품들을 소개할 때는 '세상에 하나뿐인 인형이니 소중히 다뤄주세요'라고 말하곤 하죠"




금속 공예의 매력, <아줄(AZUL)>
한옥마을 사거리에 위치한 아줄은 핸드메이드 주얼리 공방이다. 공방의 이름인 '아줄(AZUL)은 아줄라이트(Azulight)라는 보석의 이름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저희 공방 이름인 'AZUL'은 스페인어로 파랑색을 뜻해요. 제가 푸른색을 좋아해서 그렇게 짓게 됐죠. 혹은 한국말로 '아름다운 주얼리'라고도 불려요" 적당히 좋아하는 많은 이용자보다 열광적인 소수의 이용자를 만드는 것이 낫다' 소수가 열렬히 좋아하는 아름다운 제품은 그 소수의 열혈 고객을 통해 진화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제품을 알리는 역할을 해요. 열광적인 소수의 이용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아줄 공방은 주얼리 뿐만 아니라 금속 공예 작품도 만들고 있다. "아무래도 전공이 금속공예이다 보니 주문 제작이 들어오는 주얼리도 만들기도 하지만, 금속 작품들도 만들어요. 때리면 때리는 그대로 변형되는 것이 금속공예의 매력이죠" 한편 아줄에는 길고양이 후원 프로젝트인 고양이 마켓 쑥이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고양이를 모티브로 다양한 악세사리 및 소품들로 구성한 편집숍을 기획해 자체 운영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동문예술거리, <공작부인이 공작한 공작>
동문예술거리에는 특이한 이름의 공방이 있다. 특이한 공방 이름에는 다 작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어찌 보면 말장난 같은 '공작부인이 공작한 공작'이라는 공방 이름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쉽게 기억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공작'이라는 말이 자꾸 반복되는 이유는 전통매듭 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매듭이기 때문이죠. 매듭 공방이라는 특색을 살린 것이기도 해요"
매듭에 입문한지 10여년이 된 공작부인 공방은 본래 로드샵에 있다가 한옥마을에 이사왔다. 하지만 많은 공방들이 그렇듯 공방을 운영하면 그에 맞는 장ㆍ단점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공방을 운영하면서 수강생들도 생기고, 교류의 장이 된 것은 좋았는데, 가끔 매듭 작품들을 구경하시곤 휙 던지고 가시는 분이 있어요. 그럴 땐 제 작품들을 함부로 했다는 것에 대해 잠깐 분노(?)가 생기곤 하죠" 즐거움을 추구하는 공방인 '공작부인이 공작한 공작' 사장은 인생은 무리가 있어야 즐거워지는 법이라고 말한다. "즐겁지 않은 것은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인생을 저지르며(?) 살고 있어요. 늘 새로운 시도를 하죠. 전통을 계승한다 보다는 전통을 디자인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언젠가는 각 지역에 공작부인들을 키우길 바라며 매듭공예를 익히고 있어요"




전통을 현대화 시키다 <향목>
한옥마을 남천교 근처에는 전통 자수 공방 '향목'이 있다. 향목은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향기 공방'이라 불리는 게스트하우스와 함께 운영된다는 것이다."옛날엔 공방에서 하루종일 수만 놓으니 우울증이 생길 뻔 했는데, 게스트 하우스에 방문하는 손님들과 이야기도 나누니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어요. 오랜 시간 집중해서 해야 하는 자수 공예에는 조금 불편함이 생겼지만요" 향목은 전통 자수 공방이지만 전통을 그대로 따라가지만은 않는다. "전통 자수 공방이긴 하지만, 전통 그대로를 답습하지는 않아요. 전통을 제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승화시키는 거죠. 시대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한 것처럼 전통도 시대상에 따라 현대화 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죠. 일반적으로 전통 자수는 본견에 놓지만, 저는 색다른 곳에 수를 놓고 있어요" 그녀의 색다른 도전은 전시회에서도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전통자수 하면 고리타분 할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편견을 없애주고 싶어요. 전통자수도 세련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고 싶죠" 공예가들 중에서는 활발한 작가들도 있는 반면, 조용히 집에서 작업하는 작가들도 있다. "저는 후자 쪽에 속해요. 조용히 집에서 작업을 하는 편이죠. 저처럼 작업하는 작가 분들 중 연륜이 있으신 분들은 정말 좋은 실력을 가지신 분이 많아요. 청년들에게 그런 분들게 한 명씩 붙어 그를 책으로 담게 했으면 해요. 전통도 보존하고, 자연스럽게 청년들에게 일자리도 제공되는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생각돼요"




동ㆍ서양을 하나로 <이소 자수>
이소 공방은 한옥마을에서 남천교를 지나 오른쪽 골목 사이로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볼 수 있다. 겉으로 언뜻 보면 아기자기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전국에 열 개가 넘는 체인점을 두고 있는 규모 있는 공방이다. 출입문에 여름 수국 자수가 걸려 있는 이소 공방에는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꽃들을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자수 놓은 작품들로 가득하다. "저희 공방에 유난히 꽃 자수 작품들이 많은 건 친근감 때문이에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 꽃이잖아요? 사람들이 자수에 쉽게 다가오고 저희 공방 작품을 친근감 있게 여겼으면 해서 꽃을 작품화 한 것들이 많아요" 공방에 들어서면 에펠탑 자수부터 여러 생활 요즘 유행하는 프랑스 자수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소 공방을 온전히 프랑스 자수 공방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이소 공방의 작품들에는 서양적인 측면 뿐 만 아니라 동양적인 면 또한 분명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실 주변에서는 저희 공방이 프랑스 자수, 서양 자수로 많이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한글을 서양 자수 기법으로 수놓은 작품, 동양에서 많이 쓰이는 삼베 천에 서양자수기법으로 꽃 자수를 놓는 등 동ㆍ서양이 어우러진 작품들을 만들어 나가면서 점점 동양 자수, 서양 자수 어느 하나라고 부를 수가 없었죠" 그래서 올해부터 '이소 공방'은 자신을 소개할 때 서양자수, 프랑스 자수가 아닌 '이소 자수'라고 표현하기로 했다.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이소 자수'를 브랜드화 한 것이다. "직업이 군인인 남편 덕분에 우연히 외국에서 배워온 자수가 이렇게 제 인생에 즐거움을 줄지 몰랐어요.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공방을 운영할 생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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