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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 | 기획 [18회 전주국제영화제]
표현의 자유를 꿈꾸는 ‘해방구’
강미선(2017-04-28 10:10:46)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 26일부터 5월 7일까지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말에 개막하는 '봄 영화제'의 대명사로 유명하다. 특히 이번에는 58개국 229편의 역대 최다 회차 편성으로 초청작, 상영 회차를 늘려 관객들과 게스트 관람 기회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영화 표현의 한계와 다양성, 가능성을 시험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는 슬로건이 그를 말해준다. 야외상영장에 대형 텐트를 쳐 안정된 공간에서의 상영을 시도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편리한 동선, 밀도 높은 공간, 하나로 모아지는 축제는 전주국제영화제의 공간에 대한 지속적인 모색과 비전을 보여준다. 


슬로건 '영화표현의 해방구'와 페스티벌 아이덴티티
제 18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가 전주영화제작소에서 지난 27일 열렸다. 제 18회 전주국제영화제 슬로건은 '영화 표현의 해방구'로 영화제가 견지해야 할 태도, 올해 프로그래밍의 방향을 강조한 말이다. 한편으론 어떤 외압에도 흔들림 없이 표현의 자유를 지지해온 영화제의 정신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하다.
슬로건에 대해 김승수 조직위원장은 "이번 영화제에서 새롭게 선언하는 게 아니고 이제까지 걸어왔던 길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영화의 해방구라고 걸었습니다"며 "독립영화관은 대한민국에서 그 어떤 표현도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으로 다이빙벨, 귀향 등 수없이 다른 지역에서 꺼려왔던 이야기들을 당당하게 상영해왔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새삼스럽게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고 다시 슬로건을 가져온 것은 지난해 전 국민, 전 영화인, 전 문화인을 괴롭혔던 블랙리스트의 망령이나 또는 검열의 망령에서 명확하게 벗어나 복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선정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페스티벌 아이덴티티는 '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빛과 나비'의 움직임으로 시각화했다. 헤드라이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영화제의 서막을 알리는 표현이자, 다채로운 시각의 작품들을 형상화 하고 있다. 또한 지난 13, 1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징이었던 '나비'가 다시 회귀해 '봄의 영화축제'임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영화제를 대표하는 메인 컬러는 '전주 레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보조 색상으로는 청록을 채택해 활기와 생동감이 넘치는 기운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폐막작
영화제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개막작과 폐막작에는 각각 일디코 엔예디의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몸과 영혼'과 야구치 시노부의 '서바이벌 패밀리'가 선정됐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18년 만에 발표한 일디코 감독의 영화로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영화에서는 몸은 자랐지만 아직도 미숙해 보이는 여주인공 마리아와 세상의 권태로움을 짊어진 것처럼 이미 농익은 정신을 지녔지만 팔이 불편한 남자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재창조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던져주며, 몸과 영혼의 불균형 속에 타인을 찾아가는 진실의 여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폐막작 '서바이벌 패밀리'는 지난 2월 일본에서 개막한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작품이다. 야구치 감독은 '워터 보이즈'. '스윙걸즈'를 통해 대중적인 코미디 장르의 감각을 자유롭게 요리하는 감독으로 각광을 받았다.
서바이벌 패밀리는 동경에 거주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로 경쾌하지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전기 공급의 중단으로 인해 도시는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되고, 아버지는 가족들을 이끌고 자신의 고향에 갈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시 문명의 허술함을 풍자하면서 가족들이 난국을 헤쳐 나가는 과정은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현대인을 향해 비판을 가하는 것이 이 여정의 목적임을 보여준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한국 영화 세 편 선정
전주국제영화제의 간판프로그램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세 편은 이례적으로 모두 한국영화가 선정됐다. 선정된 작품은 이창재 감독의 (가제)와 김양희 감독의 <시인의 사랑>, 김대환 감독의 <초행> 등이다. 선정 이유에 대해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의 강화와 지원을 중요한 목표로 설정했다"며 "영화 산업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와 다양성 영화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독립영화의 동면기를 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자 3편을 모두 한국영화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가제)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이 정당 최초로 국민 참여 경선제를 도입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 것을 다룬 영화이다. 기라성 같은 정치인들이 경선에 뛰어든 가운데, 지지율 2퍼센트 대의 꼴찌 후보 노무현이 출사표를 던진다. n프로젝트는 한 명의 시민과 그를 대표로 끌어올린 시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시인의 사랑>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마흔 살의 신이 아내에게 구박 받으면서 언제쯤 시가 깊어질지 고민하는 철없는 남자를 그린 영화이다. 아름다운 시 세계와 팍팍한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하던 시인은 어느 날 도넛 가게에서 일하는 해사한 용모의 소년을 만난 후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초행>은 미술학원 강사 수현과 작은 회사의 계약직 직원 지영, 6년차 커플을 그린 영화이다. 지영이 한동안 생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현은 그동한 피해왔던 가족들과 마주할 결심을 하고 아버지의 환갑잔치가 열리는 삼척으로 향한다.





프론트라인 섹션 신설
올해는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는 슬로건과 같이 영화 표현의 한계와 다양성, 가능성을 시험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이번 영화제에서는 도전적이고 논쟁적인 화두를 던지는 영화를 상영하는 프론트라인 섹션을 신설했다.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지만 지난 몇 년까지만 해도 영화제들은 상당히 많은 외압과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국제영화제는 신념을 지켜왔다"면서 "이를 극대화 해 금기를 넘어선 과감한 영화제로 가꿔가겠다는 의지로 프론트 라인을 새로 구성했다"고 신설 이유를 밝혔다.
프론트 라인 섹션에서는 베를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인 <펠리시테>를 필두로, 전작 <카르텔 랜드>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매튜 헤인만의 신작<유령의 도시>를 상영한다. <유령의 도시>는 시리아를 점령한 IS의 탄압에 맞서 '항거'의 양식으로 저널리즘을 택한 지하 저널리스트들의 투쟁담을 그렸다. 부르주아와 기득권을 향한 반역을 품은 영화 <혁명을 하려던 삶의 절반은 무덤에 묻혀버렸다> 등 이외에도 다큐멘터리 <새로운 해>, <목, 심장, 위> 등 문제의식을 대범하게 표현한 작품 11편을 볼 수 있다.







놓칠 수 없는 '프로그램 이벤트'
이번 국제영화제 프로그램이벤트는 <마스터 클래스>, <시네마톨로지 클래스>, <시네마 클래스>, <토크클래스>, <시네마, 담(談)>, 전시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진다.
각 분야에서 탁월한 영화적 성취를 이루고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한 작가와의 만남으로 꾸며지는 <마스터클래스>는 영화상영 이후 90분간 진행되며, 참가비용은 12,000원이다.
영화를 통한 영화의 이해를 시도하는 <시네마톨로지 클래스> 프로그램은 극장에서 영화 상영 이후 영화를 만든 감독 혹은 해당 작품에 관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강연을 펼친다. 영화 상영 이후 60분간 진행될 예정이며 참가비용은 6000원이다.
전시의 경우 제 3회 '100 Films, 100 Posters'가 제 18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100편에서 받은 영감을 기초로 한국의 디자인(scene)을 이끌어 가는 100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포스터를 전시한다. 영화의 거리 전주 라운지 내의 팝업 스토어, 남부시장 청년몰 등에서 진행된다.
또한 올해 특별전에서는 12편의 영화로 소개되는 송길한 작가를 전시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작가 송길한, 영화의 영혼을 쓰다'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전시는 40여 년간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해 온 송길한 작가의 생애와 이력,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이 외에도 주목할 만한 영화들에 관한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마 클래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들의 현장경험을 듣는 <토크클래스>, 영화인들과 야외무대에서의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시네마, 담(談)> 등의 풍성한 이벤트가 함께 할 예정이다.


축제 분위기에서 국제영화제를 즐기다
이번 제 18회 국제영화제에서는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응하고자 야외상영장에 TFS 텐트를 시공해 '전주 돔'이라는 이름으로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영화를 제공할 예정이다. 야외상영장에 텐트를 활용하는 것은 지난해 야외상영장 활용 면에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폭우로 스크린이 찢어지고, 일부 영화가 상영되지 못하는 등의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국제영화제가 내놓은 대안책이다.
전주 돔'에서는 개폐막식 뿐만 아니라 야외 상영과 공연, 관객 파티를 진행해 축제 분위기를 즐길 계획이다. '전주 돔'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미셸 오스로의 그림자 애니메이션 <이반 차레비치와 공주>를 비롯하여 파리에서 벌어지는 하룻밤의 소동을 다룬 <파리의 밤이 열리면> 외 다수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특히 어린이날에는 두 편의 애니메이션을 밤낮으로 상영한다는 계획이다. <패트와 매트>는 어린이날 관객들을 위한 특별 무료상영으로 선보일 예정이며, 밤에는 온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추억의 명화 <정글북> 극장버전이 공개된다.


배지 유료화에 따른 게스트ㆍ관객 서비스 개선
전주국제영화제는 그동안 초청 게스트와 프레스, 전주프로젝트마켓 관계자에 한해 무료로 배지를 발급해왔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에서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시행으로 불가피하게 '배지 유료화'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배지 유료화에 따른 장점도 있다. 그동안 영화제에서 게스트들을 내부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초청할 수 밖에 없었다면, 배지 유료화 시행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참가를 원하는 다양한 분야의 영화인들에게 문호가 개방된다는 장점이 생긴다. 전주 지역의 숙박 조건도 개선될 예정이다. 영화제 개막 직전 오픈하는 대형 글로벌 체인 호텔과 MOU를 통해 게스트들의 편의성을 증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게스트의 좌석을 좀 더 여유 있게 확보하고, 영화제 기간 동안 화제작을 중심으로 한 'P&I' 스크리닝을 통해 다양한 게스트의 관람권을 보장한다.
관객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는 모바일 예매 시스템을 도입해 관객 배려 인프라를 확충한다. 극장 내 관객서비스(물품보관, 휴대폰 충전, PC존)을 확대 운영하고, 전주라운지와 영화의 거리 곳곳에 관객 심터를 마련해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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