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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 | 연재 [TV토피아]
<힘센여자 도봉순>이 전하는 힘 사용법
<힘센여자 도봉순>
박창우(2017-04-28 10:26:09)

우리는 늘 초월적 존재를 갈망한다. 그 소망은 시대에 따라 종교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영웅의 서사로 그려지기도 한다. 수많은 신화와 전설에서도 초월적 존재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은 항상 구원에 목말라하는 것처럼 보인다.

TV속 드라마라고 어디 다르겠는가. 역사 속 영웅의 일대기를 그린 사극은 대부분 고타율을 자랑했고,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판타지드라마에도 어김없이 신이나 외계인 등이 등장하여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곤 한다. 악을 물리치고, 스케일이 다른 사랑을 보여주며, 답답한 현실에 시원한 사이다 한 모금을 안겨주는 식이다.

JTBC 드라마의 구세주로 떠오른 <힘센여자 도봉순>을 보자. 박보영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전면에 내세운 이 드라마는 작고 여린 여성이 사실은 괴력의 소유자라는 설정을 통해 재미와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 미스터리를 추가하고 삼각관계를 버무리면서 시청률도 배에 돛단 듯 순항 중이다.

재밌는 건, 도봉순(박보영 분)이란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힘이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모계 혈통을 통해 계승되는 이 괴력의 유전자 시초를 1593년 행주대첩의 여전사 박개분 여사로 못 박는다. 그 이유는 정의를 위해 힘을 사용할 때만 비로소 그 능력이 유지된다는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국가대표 역도선수로 활약하며 국위를 선양한 봉순의 엄마는 힘을 한번 잘못 사용하는 바람에 그 아까운 능력을 잃어버렸고, 반대로 봉순은 여전히 힘쓰기를 주저한다. 거기엔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이란 편견이 녹아있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봉순이가 자신에게 주어진 특별한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봉순이 가지고 있는 힘을 물리적인 파워가 아닌 세상을 통치하는 권력으로 치환하면 어떨까. 현재 우리는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힘을 잘못 썼을 경우 그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 두 눈으로 또렷이 확인하고 있다. 권력의 정점에 섰던 '힘센여성'은 결국 그 힘을 빼앗기고 말았다. 애초에 그 힘이 자신의 힘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 누군가에게 주어진 특별한 힘은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일까. 그게 권력이든 명성이든, 혹은 다른 형태의 무엇이든. 아마도 자신에게 주어진 어쩌면 축복이자 혹은 저주일수도 있는 괴력을 사용하며 고민하는 봉순의 자문에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을 마주한 봉순은 범죄자의 손가락을 부러뜨리며 "내가 힘을 제대로 쓴다면 세상이 좀 더 나아질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완벽한 세상이나, 모두가 행복한 그런 세상이 아니라, 그냥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봉순은 힘을 쓰기로 한다.

현실도 다르지 않다. 초월적 존재를 갈망하고 영웅의 이야기에 환호하면서 정작 우리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그냥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 

정치권력이라는 커다란 힘을 손에 쥐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수많은 대선주자들은 그 힘을 어디에 사용하고 싶은 것일까?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인지, 아니면 단지 현재의 연장선상에 불과한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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