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 | 연재 [장영란 김광화의 밥꽃 마중]
살구
(2017-05-19 14:19:13)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이 있듯이, 맹수가 피해간다는 나무가 있다. 살구나무다. 얼마나 귀하게 여겼으면 이런 말이 다 생겼을까마는 살구 먹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동양철학에서는 목화토금수가 한 바퀴 돌면 일 년이라고 한다. 이른 봄에 목기가 일어서고, 뒤이어 초여름에 화기의 계절이 된다. 이 화기는 심장 소장을 주관하는데 때맞춰 익는 살구가 이 화기를 북돋워준다. 그래서 예전에는 마을마다 살구나무 한 두 그루는 있었고, 길바닥에 살구가 떨어지면 그냥은 못 지나갔다. 자연의 섭리에 맞춰 자연스레 먹고 산 셈이다.
살구나무는 꽃도 아름답다. 연한 분홍색이 은은히 감도는 꽃이 활짝 피면 누가 수채화로 붓질을 한 듯하다. 살구꽃은 동글동글한 꽃잎 5장이 하얀 바탕인데 꽃받침이 붉어 꽃에 은은한 분홍빛이 감돈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벚나무와 구별하기 어려운데 그건 살구가 벚나무 집안이라 그렇다. 살구꽃의 특징은 꽃받침에 있다. 꽃이 피면서 붉은 꽃받침이 뒤로 젖혀진다.
조금 있으면 시장에 누런 살구가 나오려나. 살구만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살구 잼이 얼마나 맛있던지……. 살구가 풍년이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