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전주가 가지고 있지만 존재가 부각되지 않는 것들이 있는지 들여다 본다. 새롭게 만드는 '발명'도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것들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한민국에 한복의 아름다움이 부각된 것은, 전주한옥마을에서 '유레카!' 를 외치는 깨닮음과 발견에서 시작 되었다!
최근들어 젊은층들에게는 한복을 입고 여행을 하고,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고, 남녀간에 데이트를 하는 것들이 굉장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이 움직임은 서울 경복궁까지 이어졌고, 경주, 제주도 등 다양한 지역으로 이어진 문화상품이 되고 있다. 일상과는 친근하지 않았던 우리의 전통의상 한복. 불편하고, 촌스럽다는 인식을 깨고 새로운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는 한복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하나. 전주에서 한복 찾기
2012년 시작된 박세상의 전주한옥마을 살이. 당시엔 꼬치도 없고, 스쿠터도 없었다. 외할머니솜씨 팥빙수를 먹기 위해서 길게 줄을 선 관광객의 모습이 생각난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될 되었던 향교길에 3평짜리 사무실을 만들고 '불가능공장'이라고 불렀다. 전주한옥마을을 '한.옥.마.을.답.게' 만들기 위한 실험들을 하기 시작했다. 한옥마을 주민들 만나는 여행 프로그램, 여행객들이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파티를 여는 게스트하우스, 길에 떨어진 돌을 주어서 관광기념품으로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한옥마을에 가장 어울릴 것 같았던 '한복데이'라는 축제를 만들었다.
한복데이를 만들게 된 계기는 오래전에 떠났던 여행의 경험에서 였다. 24살에 떠난 첫 해외여행, 대한민국을 떠나서 도착한 낯선 나라 일본에서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불꽃놀이를 하는 하나비 축제였는데, 많은 일본인들은 전통의상 유카타와 기모노를 입고 축제에 참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전통의상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일상화하고 있는 일본인들의 의식에 놀랐다. 또 대부분 젊은이들이 입고 있었다.
이 외에도 전세계에는 각 나라의 전통의상을 테마로 만든 축제들이 많이 있다.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스페인의 페리아드아브릴, 일본의 하나비축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카니발 등 이 축제들의 공통점은 자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사람들이 축제를 즐긴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도 한복이라는 전통의상이 있는데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전주, 또 살고 있는 곳은 전주한옥마을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한옥, 한식, 한글, 한지, 한국음악으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도시의 전주라는 곳에 우리옷 한복을 입을 수 있다면 한국속에서 "진짜 한국"을 만들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4년동안 한복데이를 만들다
2012년, 전주한옥마을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명절에도 입지않을 정도로 낯설어져 버린 한복이지만, 한국적인 곳 전주에서 '한복'은 당연한 것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2년 9월 22일 전주한옥마을에서 300명의 한복입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한복데이의 시작이였다.
2013년, '우리옷을 입은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진정성있는 말 한마디가 대한민국을 움직였다. 내가 아닌 타인에게 한복을 입히는 기획을 하게 되었다. 2013년 9월 28일은 1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리옷을 입고 있었다.
2014년 10월 04일 대한민국에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전주를 넘어 전국에서 자발적인 사람들의 뜻이 모여. 부산, 울산, 대구, 대전 5개의 도시에서 한복데이를 하게 되었다. 너와 내가 각자 가지고 있는 한복을 꺼내어 입고 각 지역의 행사장으로 와서 즐기는 인원은 10000명이 넘었다. 이 날은 대한민국에 꽃이 피었다.
해가 거듭되고 참여자가 많아 질수록 더 큰 책임감이 들었고 좀 더 알찬 컨텐츠로 축제를 채워야 했다. 20대 위주의 참여자를 넘어서, 색동옷을 입은 아이부터 시집올 때 맞춘 한복을 입은 할머님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입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복을 제대로 올바르게 입기는 방법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수많은 작은 실험들이 거듭되면서 '가능성'을 봤고, 가능성을 확인해 보면서 좀 더 '원대한 도전'을 하게 되었다. 참가자들이 원하는 것은 '매일 매일 한복데이였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였다. 4년 동안의 한복데이 축제는 별 볼일 없는 일이 별 볼일 있게 보이는 중요한 사건을 던져 주었다. 그리고 한복데이의 상설화라는 '한복 입는 도시 프로젝트'로 이어져 가게 된다.
맹목적으로 한복을 입혀야 한다는 광고는 될 일도 안되게 만든다. 우리는 '관광객 스스로 입고 싶게 만들자'고 생각했다. 입고 싶은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한복을 입으면 할인 혜택을 적용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고, 문화재 및 박물관을 무료입장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한복을 쉽게 빌려입을 수 있도록 대여점을 만들었다. 한복데이는 축제는 1년에 1회에서 1개월에 1회로 횟수를 늘렸다.
관광객들은 오늘 하루를 가장 즐겁게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다. 2-3시간 걸려서 도착한 전주에서 특별한 경험을 원하고 엄청나게 행복하고 싶다. 그 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면 한복의 불편함보다는 한복의 특별함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둘. 한국에서 한복 찾기
전주는 한국사람들이 한국을 보기 위해서 오는 곳이다. 전주한옥마을은 한국사람들에게 '한복입는 곳'으로 서서히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한국을 보기 위해서 어디를 갈까? 의문이 들었고, 나의 발걸음은 서울의 경복궁으로 향하게 되었다.
외국인들에게 한복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기로 결심하면서, 경복궁 및 서울 4대궁 일대, 주요 관광지들을 조사했고 한복을 외국인이 이해하고 체험하기 좋은 방법으로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외국인의 시선에서 한복은 '한국의 전통의상'이 아니다. 좋아하는 한국의 한류스타들이 TV에서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엔터테인먼트'이다.
셋. 세계속에서 한복 찾기
'한류'라는 단어를 신문과 TV를 통해서 접했을 땐 '뭐 얼마나 대단하길래'라고 생각했지만,
아시아 여러 나라로 출장을 나가보면 그 영향력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시아에서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을 수 있는 특혜가 많다. 직접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다 보면 'korea!'라고 외치면서 카메라부터 들이대는데 마치 연예인이라도 된 기분이다. 세계 각국에는 한국의 한복처럼 전통의상이 있다. 외국인들이 본 한복은, 디자인적으로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착용이 편리한 전통 의상이다.
한류라는 예능요소와 디자인&기능의 우수성이 결합해서 현지화가 이루어 진다면, 한복은 참 사랑받는 옷이 될 것이다.
'우리들을 한복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주변사람들에게 질문을 해보았다. 결혼식 돌잔치 등 행사에서 입는 옷, 교과서에서 역사로 배우는 암기 소재, 한복을 짓는 사람들로 인해 지켜져 오는 전통 정도의 대답이였다.
우리가 알고 있던 '한복'의 개념을 넘어. 앞으로 우리가 알아야 할 '한복'의 개념을 만들어가야만 하는 시기이다.
전통의상이 아닌, 문화(여행, 파티, 패션, 연인끼리 데이트 등)로써 한복이 사랑 받고 있다.
한복의 기본을 지키는 선에서 시작해야 하고, 앞으로 입는 단계를 넘어 즐기는 단계로 갈 수 있는 많은 컨텐츠들이 만들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