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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5 | [사람과사람]
사람들 더불어 함께 살기에 나섰다 「한우리 공동체」
김연희 문화저널 기자(2003-09-23 15:06:34)
마을의 공동노동문화였던 두레는 현대에서는 낯설은 문화가 되어버렸다. 농민들만의 삶의 방식이 아닌 우리네 조상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일과 놀이'의 문화 두레는 개별화 되어가는 현대에서 다시 한번 의미를 되새겨보기에 충분한 문화임에 틀림없다.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 문화' 두레의 정신을 현대사회 생활에 맞게 이어가고자 하는 「한우리 공동체」는 전주의 삼천동 한 동네에서 활기를 모아가고 있다. '우리가 사는 곳의 보다 바람직한 삶을 일구기 위해 뜻과 땀이 모인 우리 동네 두레'를 표방한 「한우리 공동체」가 하고자 하는 일은 폭넓게 다양하다. 교육, 환경, 생활, 문화, 먹을거리 등 작고 지나치기 쉬운 여러 일들을 한 지역에 같이 사는 사람들이 힘을 합해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우리 공동체」가 만들어진 것은 오래 되지는 않았다. 93년 3월 삼천동에 자리 잡은 후 1년여 시간동안 주민들과 친숙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터를 닦아왔다. 처음 문을 열고 어린이들을 모집해 「모둠」반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주민들의 오해로 한동안 곤혹을 치르기도 했고, 혼자의 힘으로 운영에 터덕거리기도 하면서 1년을 지내왔다. "반은 후회스럽고 반은 연민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힘과 용기가 납니다. 1년이라는 시간으로 주민들과 같이 했다고 할 수 없죠. 그 시간 동안은 「한우리 공동체」를 알게 하는데도 부족한 시간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여러 가지 사업을 통해 나타나는 성과물은 눈으로는 볼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성과물은 마음의 울타리를 걷어가는 것입니다. 한우리라고 느끼는 것은 가슴에 살아 숨쉬는 것입니다."고 말하는 「한우리 공동체」대표 심재균(35)씨는 일을 통해 알려지고 주민들과 함께 하고 싶어 한다. 교육 분야에서는 한우리「모둠」반 운영과 교육상담, 독서운동, 진로상담, 일반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어학 컴퓨터 소양교육 등을 실시하고, 환경 분야에서는 쓰레기 나누어 버리기, 쓰레기 재활용과 생활분야에서는 아껴쓰기, 나눠쓰기, 바꿔쓰기, 다시쓰기(일명 아나바다)운동과 알뜰장 개설, 문화 분야로는 마을문화운동, 전개, 먹을거리운동은 농촌 살리기, 우리식탁살리기, 운동을 전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삼천동에 자리 잡을 즈음 삼천동은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주택단지가 형성되고 있는 시기여서 쓰레기차가 배차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공터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기에 더 익숙해 있었고 진정서나 치워달라는 불평만이 있었다. 또한 악취와 쥐들이 들끓는 깨끗하지 못한 동네이었다고 한다. 「한우리 공동체」가 처음으로 삼천동 주민들을 위해 추진한 사업은 삼천동 쓰레기 수거차 배차 문제였다. 삼천동 지역 쓰레기 방치현장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청소과에 사진과 민원을 제출했다. 전주시청과 완산구청을 찾아 면담을 요청해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일라고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등 쓰레기 문제 해결에 발로 뛰어다닌 결과 청소 담당관들이 현장조사를 나왔고 얼마 지난 후 쓰레기 수거 시시 계획을 통보받는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청소차 배차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큰 난관이 가로 놓여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주민들의 의식과 협조였다. 그동안 쌓아놓은 쓰레기를 청소하자는 일에 무관심할 뿐 아니라 어렵게 청소해 놓은 공터에 매일 새벽마다 다시 쌓이는 쓰레기는 「한우리 공동체」가 해야 할 일이 많음을 알려 주는 것이기도 했다. 「모둠」반 아이들과 매일같이 쓰레기 치우는 모습을 보며 어른들이 무엇을 느낄 것인가 하는 것보다 어린아이들의 눈에 어른들의 행동이 어떻게 비쳐 것인지 그 부분이 더 걱정되었다고 한다. 지난해 9월중에는 「모둠」반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대청소의 날을 정하고 자기 집 앞부터 깨끗이 치우자. 재활용품 모아내놓기 등을 실시했지만 그날 호응은 크지 않았다고 한다. "몇 개월 동안 대중사업으로 주민들의 의식이 바꾸어지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욕심내고 성급하게 서두르지 않을 것입니다. 평생 해야 할 일이니까 조급함 없이 서서히 하나씩 해결하고 주민들과 함께 해 나갈 것입니다."고 심재균씨는 말한다. 국민학교 4.5.6학년으로 구성된 「모둠」반이 「한우리 공동체」에 활력을 주고 있다. 방학동안만 운영하고 있는 「모둠」반은 공부이외에 아이들의 생활태도, 그림지도 등 사고력 창의력 등에 중점을 두고 독서교육을 실시한다. 아이들의 교육은 바로 반응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한다. 학부모들의 회의를 통해 회비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해 어쩔 수 없이 회비를 받기도 했지만 책을 구입한다든지 학용품을 사준다든지 해서 회비의 쓰임을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해주고 있다고 한다. 헌옷을 모으고 인형극을 준비해 고아원이나 보육원을 방문해 큰 반응을 얻기도 했다. 「모둠」반 아이들의 중심이 되어 펼친 활동은 「한우리 공동체」에 큰 활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즈음 「한우리 공동체」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작은 도서관 다울문고 운영이다. 동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아 주민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마을문고 기반 조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작은 도서관 전국 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지난 3월 작은도서관 협의회 제1회 전국대회를 가졌고 4월중에는 전북지역 작은 도서관 창립총회를 가짐으로써 「한우리 공동체」의 다울문고가 계획하는 많은 사업이 다소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다울문고를 처음 운영하기 시작했을 때 조금의 여유만 생겨도 책을 구입하고, 책을 모으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서울의 책의 조직위원회를 찾아다니기도 하면서 다울문고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전국에 많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전국적 조직에 함께 할 수 있었다고 한다. 1년여의 시간동안 1천여 권의 도서를 갖추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명실상부한 마을문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구비하여야 한다며 도서 갖추는 일에 열심이다. 도서를 기증 받거나 도서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 언제든지 달려가 도서관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것이 그의 결심이다. 그러나 요즈음 작은 도서관에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일이 생겼다. 상업적으로 도서를 대여해주는 곳이 늘어가고 있다. 작은 도서관의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오해받을 일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이를 차별화로 인식시켜 내기 위해 마을문고의 운영방법을 개선시킬 계획을 앞두고 세워두고 있다. 삼천동 주민들이 주인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정으로 주민들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이다. 각 아파트에서 한두 명씩의 운영위원과 주택단지의 주민들이 대표자로 나와 마을문고를 자연스럽게 운영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주민들이 찾아오는 사랑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우리 공동체」를 통해 취미가 같은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거나 소모임 반을 구성해 항상 열려 있는 주민들의 사랑방으로써의 「한우리 공동체」로 자리 매김 할 계획이다.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거나 이익 때문이라면 더욱 하기 힘든 이러한 일은 어느 누구의 몫이 될 수없다. 작지만 큰 힘을 모아낼 수 있는 「한우리 공동체」와 같은 단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은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실천이 이어질 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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