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로컬푸드 협동조합을 말하다
안대성 대표가 있는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 성공사례로 꼽힌다. 협동조합은 발전을 거듭해 현재 1088명의 조합원과 6개의 직매장, 3곳의 농가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직매장은 모악산점을 포함해 효자점, 하가점, 삼천점, 전북혁신점, 봉동둔산점 있습니다. 완주군에 있는 직매장은 거의 다 완주로컬푸드 협동조합이 운영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용진, 소양, 상관 등 지역 농협에서 운영하는 매장도 6개가 있는데 이 경우 지역농협 소속 회원들을 우선하는 경영을 펼치다 보니 비회원 농민들이 소외될 수가 있는 한계가 있죠"
완주군로컬푸드협동조합은 최근 국내 자급률이 10%가 안되는 콩 자급률을 높이고 콩제품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콩이 가진 영양성분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는 '진짜두유&볶음콩'을 직접 생산·유통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KBS2에서 방영하는 시사교양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에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방송되면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는 등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그만큼 도시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엔 진짜 두유라고 콩을 껍질채 갈아서 만든 100% 순수 두유를 출시했어요. 시중에 있는 대부분의 두유는 액상발효물질같은 화학첨가물질이 많이 들어갑니다. 일반 두유와 저희 진짜두유의 차별성은 100% 콩이 들어가고 일체의 첨가물이 안들어 간다는 점이죠. 그만큼 맛이나 영양면에서 뛰어난 제품입니다. 주로 서울에 거주하는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이 구매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녁이나 아침에 밥을 먹지 않고 식사대용으로 진짜 두유를 먹는 거죠. 저도 자꾸 배가 나와서 고민이 됐는데 아침 저녁으로 두유를 먹고 4kg정도를 감량 했습니다"
안대성 대표가 완주로컬푸드를 만들려고 고민하게 된 것은 한국 사회의 농촌 문제와 연결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에 나타난 가장 큰 문제는 농사예측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방송이나 신문을 보면 '영동의 포도가 칠레산 포도에 밀려서 포도나무를 뽑아낸 다더라', '김장철이 되면 배추값이 폭락했다', 블루베리가격이 폭락했다 등등이란 말이 자주 나옵니다. 직장인 같은 경우는 매달 소득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이 되지만, 농민들은 퇴비 사고, 농사를 파종하고 나서 수확할 때까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요. 풍년이 나도 걱정이고 흉년이 나도 걱정입니다. 농산물 값이 하락하겠구나, 제값을 못 받을 수도 있겠구나 합니다. 유독 농부만 이런 걱정들을 하죠. 거기에다 생산비는 계속 올라갑니다. 농산물 값은 그대로거나 떨어지면서 농민의 몫이 줄어들고 있는 거죠. 그래서 너도 나도 농촌을 떠나고 있는 겁니다. 농촌에서 제대로 된 생활을 영위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말이죠"
식량 자급률은 줄고, 농촌은 점점 힘들어진다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으로 고도성장을 하긴 했지만, 농민의 숫자가 계속 줄게 되고 식량 자급률 22%로 OECD 회원국중 최하위가 됐어요. 거기서 쌀을 제외하면 쌀 자급률이 5%밖에 안되요. 대부분 가공시장에서는 미국산 쌀 혹은 수입산 쌀이 유통 되는 거죠. 비사벌 막걸리든, 장수 번암 막걸리든 수입산 쌀로 막걸리가 만들어진다는 소리죠. 심지어는 식당에도 밥상용 수입쌀이 유통되기도 합니다. 식량의 95%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식량 자급률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하위권이에요"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농업에 종사하는 농촌 사람들이 도시 노동자나 봉급생활자보다 더 잘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안대성 대표는 소 한 마리를 팔면 자식들을 시집·장가 보낼 밑천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농촌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농촌의 붕괴는 꼭 농촌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족농이 사라지면서 질좋은 먹거리 공급이 어렵게 되고 결국 서민들은 값싼 수입원료 가공식품을 일상적으로 먹을 수 밖에 없다.
"채소나 과일 등 직접 재배한 농산물은 로컬푸드로 해결되는데 문제는 가공품에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요식업장에서 인도산 탈지분을 쓰는데, 다시 말하면 일상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빵'에 이게 들어가 있는 거죠. 일반 제과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빵은 대부분이 수입 밀을 사용합니다. 수입밀은 유통기간이 길다보니 방부제 등 첨가물이 엄청 들어가죠. 제과점빵을 사다 한달을 놔두어도 썩지 않지요. 또 곡물값이 오르면 우리가 좋아하는 소고기값도 오릅니다. 소에게도 우리가 먹는 일반 곡물을 먹이고 있기 때문이죠. 예전엔 도시보다 농촌이 더 잘살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역전 되어 쌀이 개 사료값보다 더 쌉니다.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만 해도 농사짓는 사람들 보다 훨씬 더 법니다"
현재도 농촌 생산물 유통구조는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다. 대형마트가 생기고, 지역의 돈이 그 지역 안에서 돌지 않고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지역의 중앙정부 의존도는 나날히 심해지고 있다. 전라북도만해도 재정자립도가 20%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지방들도 사정을 마찬가지다. "이마트, 홈플러스 대형마트가 생긴 지 얼마 안됐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90년대 중반이니까요 한 20년 정도 밖에 안된거죠? 하지만 그동안 마트들이 대형 유통망을 장악해 버린거죠, 대형마트에 있는 농산물중에 전라북도에서 생산된 것은 약1.5%정도 밖에 안됩니다. 그러니 지역에 있는 돈이 자꾸 다른 곳으로 새는 거죠. 재정자립도가 100%가 넘는 곳이 없는데, 우리나라에선 서울시 본청이 80%정도로 가장 높습니다. 그에 비해 전주시는 20%대 입니다. 80%를 중앙정부에게 받아쓰지 않으면 재정이 어려운거죠"
점점 북상하는 작물재배온도, 위험이 다가온다
매 년 여름 뉴스에는 온난화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계속된다. 재작년 지표를 작년 지표가 갱신하고, 작년 지표를 올해 지표가 갱신한다. "작물온도가 북상하면서 농민들은 정말 잠을 못자요. 지금 제주 감귤이 충주까지 갔습니다. 지금 제주도는 망고를 생산하고 있어요. 사과는 철원까지 갔습니다"
산동성 충칭시에는 땅 1m를 파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특이한 하우스 재배지가 존재한다. 풍부한 일조량으로 따로 난방을 하지않아도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저렴한 생산비로 농작물 재배가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강원도에서 이런 하우스를 밴치마킹하는 시도를 해봤는데 실패했어요. 충칭시는 눈이 안오죠. 하지만 우리나라엔 눈이 오잖아요. 눈이 와서 땅이 얼어버리면 농작물이 냉해를 입어서 다 망치게 되는거죠. 만약 충칭시에서 재배된 농작물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온다면 가격은 우리수즌의 거의 반에 반값일 겁니다. 우리는 기름 떼서 난방하며 농사짓는데 생산원가 자체가 당연히 다르겠죠"
가짜 음식이 판치는 중국, 우리나라도 따라갈 가능성有
마오타이주는 중국의 대표 술중의 하나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렌타인 30년산과 가격이 비슷할 정도로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안대성 대표의 말에 따르면 마오타이주 회사 대표도 밖에선 마오타이주를 사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중국은 가짜 음식 혹은 위험한 음식으로 인해 식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이 팽배하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가장 많이 사가는 것이 한국산 식품입니다. 그만큼 아직 한국은 식품시장이 안전하고 안정적이라는 거죠. 하지만 언제 우리 밥상도 위협 받을지 모릅니다"
농민의 절반이 노인, 농업을 살릴 대책은 없을까
"농민의 50%가 65세 이상이에요. 젊은 사람들이 그 농사를 물려받지 않는 한 50% 농민은 사라지게 되는거죠. 그런 농민이 사라지게 됐을 때 어떤 농민이 살아남을까 하는 거죠. 가족농이 싹 사라진 나라들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가족소농이 사라지게 되면 그 피해는 농촌사람들에게만 오는 게 아니에요. 도시 사람들에게 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더 큰 영향을 받게 되죠. 실제로 뉴욕시는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사람이 2명 중에 1명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값싼 패스트 푸드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뉴욕은 비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죠. 그 대상은 당연히 저소득층이 되는거구요. 그런데 지금 우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젊은 나이에 고혈압, 당뇨 환자가 한 집 걸러 하나, 두 집 걸러는 암환자, 상황이 이렇습니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국가에서 농민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줘야 합니다. 의사, 판사 되기 어렵죠? 왜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만들어 놨을까요?. 손 끝에 생명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농민은 더 상급레벨입니다. 의사는 잘못 먹고 병에 걸린 사람의 병을 고치지만 농민은 애초에 병의 근원적인 먹거리를 책임집니다. 독일에서는 농민이 되기 위해 꽤 복잡한 절차를 거칩니다. 독일 사람들의 음식을 책임지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수당을 줍니다. 독일은 농민이더라도 세금부담이 큽니다. 그대신 정부는 농민들의 지위를 보장하고 농촌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합니다. 이런 것은 공공적 지원을 해줘야 해요"
"가족농업이나 지역농업 기반이 무너지면 로컬푸드가 사라지고 식자재 가격의 폭등이 필연적으로 뒤따릅니다. 결국 서민들은 값비싼 색자재 대신, 패스트푸드나 GMO 식품 같은 질낮은 재료로 만든 싸구려 식품을 찾게 되고 그것은 비만과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주 원인으로 주목받으며 국민건강과 직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경제성과 관계없이 농업과 농민을 중요시하며 지원해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역의 농산물인 로컬푸드를 소비하는 것만으로 농민을 살리고 지역농업을 살리며 나아가 우리나라 농업을 살리는 순환경제의 고리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