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스마트폰을 검색하며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실시간으로 접한다. 정작 내 부모나 형제, 친지의 안부보다 일면식도 없는 유명인들의 소식에 목매는게 현대인들의 일상이 돼버렸다.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유명한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찾아보는 것은 손가락 하나면 까딱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주변에 있는 이웃들의 소식들은 접하기 쉽지 않다. 완주에는 늘 마주치고 부대끼며 사는 가까운 이웃의 소식을 날 것처럼 생생하게 전해주는 '알리미'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다. 전북 완주시 고산면에 위치한 '완두콩협동조합'은 완주군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그들이 궁금해 하고 관심 있어 하는 지역의 일들을 찾아 다니며 소식지로 묶어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완두콩협동조합'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이용규씨를 만났다.
이용규 대표는 전주에서 발행되는 새전북신문에서 19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다. 그는 신문사를 그만 두며 우연한 기회로 완주에 정착하게 됐다. 미디어공동체를 표방하는 '완두콩협동조합'의 시작도 그가 완주에 정착하며 시작됐다. 농촌마을에 정착하면서 농사가 아닌 미디어매체활동을 펼치게 된 것도 언론인으로서의 경력에서 비롯된 것 같다.
"신문사를 그만두고 완주에 정착하면서 이 지역(완주)에서 농사 말고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에 완주군 커뮤니티센터에서 진행하던 매니저 프로그램을 들었죠." 완주군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에서 진행된 매니저 프로그램은 2011년 고용노동부와 완주군이 귀농귀촌 예정자와 창업예정자를 대상으로 교육과 훈련을 시켜,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과 일할 사람이 필요한 지역을 서로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때마침 저와 같이 신문사를 그만둔 친구들이 있었고, 완주에도 소식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해 지금의 완두콩이 만들어졌습니다. 2011년 가을즈음부터 준비해서 2012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죠. 소식지는 지금도 매 월 한차례씩 나오고 있습니다"
완두콩협동조합이 여러 매체에 소개되고, 특별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완두콩 소식지가 다른 소식지들과 다른 차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식지들이 사회 이슈를 다루고 공인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달리 완두콩은 마을 이야기와 완주 시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희 소식지 구성을 말씀드리면 1면부터 7면까지는 매 월 주제가 있어서 바뀝니다. 이번 달에는 완주군에 정착한 귀농인들의 이야기를 기획했죠. 그 다음 페이지엔 <웃어라 공동체>라는 꼭지에서 완주군 공동체 이야기를 다룹니다. 공동체 이야기 후엔 <삶의 풍경>이 있는데 글쓰고 영상도 찍는 친구가 완주 사람들을 인터뷰 하는 코너죠. 이런 이야기가 쌓이면 따로 묶어서 책도 만듭니다. 이외에도 청년 칼럼, 농촌 별곡 완주 이야기, 마을 소식 등 많은 꼭지들이 있어요. 공통점이라면 모두 완주군의 이야기라는 것이죠"
완두콩은 소식지를 통해 완주군 사람들과의 소통과 교류를 지향하고 있다.
"이처럼 소식지를 보시면 알겠지만, 완두콩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내용을 다루기보단 지역 주민들의 사소한 일상을 다루는 내용이 많습니다. 요즘 보면 우리나라 매체들은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어 있지 않습니까. 정작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는 관심도 없죠. 다른 지역에서 나오는 소식들은 금방 접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는 모른다는 게 안타까워서 만들게 됐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면서 이웃 간의 정도 쌓고 다른 사람들과도 소통하고 진짜 '이웃'처럼 지내는 거죠"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듯 소식지로 수익을 내기는 쉽지가 않다. 완두콩에서는 이를 다른 사업과 병행하며, 꾸려나가고 있다. 그중에서는 지역적으로 의미있는 사업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이런 매체를 만들면서 큰 수익이 나진 않아요. 소식지를 잘 만들기 위해서 홍보 포스터나 리플렛 같은 것도 만들고, 때론 책자도 발간합니다. 작년에는 완주할머니들의 인생손글씨를 담은 『할미그라피』를 발간했죠. 완주에 계시는 스물 한 분의 사연과 구술, 시들이 담겨있는 책자에요. 손글씨 안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어요. 그걸 인터뷰 하고 보충해서 엮다 보니 좋은 결과물이 나왔어요. 대체로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책자,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보기 어렵잖습니까"
앞으로도 완두콩은 계속해서 지역에 사는 이웃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그들의 관심에 주목하하고 집중하면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길을 찾아갈 예정이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거나 다른 투자도 받아 이 지역을 나타낼 수 있는 책을 꾸준히 내고 싶습니다. 그래야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저희들의 존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소한 이야기들도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해, 완주군을 활력 있고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최근 경향이 텍스트 보다는 눈으로 보는 영상이나 시각물이 주목받고 있어 영상쪽도 시도해 보고 있는데, 잘 안되고 있네요.(웃음) 앞으로도 영상 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통 방법을 찾을 예정이에요"
완주에 터를 닦은지 어언 6년, 이용규 대표에게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겠지만 지나간 세월만큼 그가 이룬 성과 또한 적지 않았다. 언론사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완주지역에 새로운 지역출판문화를 확장시킨 그의 노력이 오직 농업에만 집중됐던 귀농귀촌 방식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모범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