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 '자사고ㆍ외고 폐지 논쟁'이 가열되면서 찬성 측과 반대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직 인수위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자사고 개혁안'을 제출할 것을 공언하며 더욱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위원장은 이에 앞서 '시도교육청 재평가에 의한 자사고 폐지를 언급한 이상 자사고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6월 30일에는 '자사고ㆍ외고 폐지가 공정한 교육인가?'를 주제로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여의도 연구원, 한국교총 등이 참여한 토론회만 봐도 자사고ㆍ특목고 폐지가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가 뭐길래?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는 MB 정권의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라 불리는 국정과제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등 관계법령 제·개정에 의거해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에 따라 교육과정, 학사운영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학교별로 다양하고 개성있는 교육과정을 실시하는 고등학교다. 전국적으로는 17개 시도에 외고 31개교, 자사고 46개교가 운영중이다. 서울이 외고 6곳, 자사고 23곳으로 밀집돼 있고, 부산 3개교, 경남과 인천이 2개교씩 있으며, 광주, 세종을 제외하곤 나머지 10시도에는 1곳씩 운영되고 있다. 자사고는 대구와 전북이 각각 4곳, 3곳으로 서울 다음으로 많다. 세종, 충북, 경남, 제주에는 자사고가 운영되고 있지 않다,
전북 지역에 있는 특목고는 전북외고가 유일하며, 자사고는 전주 상산고, 익산 남성고, 군산중앙고와 하드론수학과학전문고 등 4곳이 있다.
새정부 정책에 따라 폐지에 무게, 일부 자사고 폐지 수긍ㆍㆍㆍ
자사고ㆍ외고 폐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현 정부에 따라 지난 6월 13일 경기도교육청이 도내 외국어와 자율형 사립고 10개교를 오는 2020년까지 모두 폐지하겠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자사고ㆍ외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전국 교육청 가운데 경기도가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월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학교를 계층화, 서열화하는 정책은 없어져야 한다. 이는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라며 "외고,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재지정하지 않겠다"는 폐지 방침을 밝혔다.
특수목적고교인 외고와 자사고는 5년마다 교육청의 학교운영 평가를 거쳐 기준 점수를 넘어야 재지정을 받을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자사고ㆍ외고에 대해 재지정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은 곧 일반고 전환을 의미한다. 실질적으로 외고, 자사지 폐지를 뜻하는 것이다. 경기도에는 외고 8곳, 자사고 2곳이 있다. 모두 7800여명이 재학 중인 가운데, 안산동산고는 2019년, 나머지 9개교는 2020년에 재지정 여부를 평가받게 된다.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아, 당장 실현되긴 어려워
정치권은 폐지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반대 입장 역시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반대 측에 목소리를 높이는 쪽은 주로 자녀를 자사고ㆍ외고에 보낸 학부모들이 많다. '영향력 있는 교육계 인사들은 이미 자녀들을 외고 및 자사고를 졸업했지 않냐'며 현 정부의 자사ㆍ특목고 지정 폐지를 비판하기도 한다.
또한 지난 6월 26일에는 2천여 명의 자사고 학부모들이 자사고 폐지 반대를 외치며 대규모 거리 행진을 벌였다.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 이수현 회장은 한 언론에서 "새 정부의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에 대하여, 우리 외고, 국제고 학부모 일동은 이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덧붙여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송수민 회장 역시 "우리 아이들은 실험용 생쥐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은 정치적 진영논리에 힘없이 당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자사고연합회장인 오세목 서울 중동고 교장 또한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관한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는 시대착오적인 교육 역주행"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편 지날 달 서울시내 외고와 자사고들이 재지정 평가를 통과해 또 한 번 논란이 일었다. 2015년 기준 미달 판정을 받아 재지정이 보류된 5개 학교가 재평가에서 합격을 받은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외고, 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영훈국제중 등에 재지정을 결정했다. 이에 조희연 교육감은 외고와 자사고의 폐지는 현재 시도 교육청 권한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한 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극명하게 갈리는 찬ㆍ반 입장, 전북 자사고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정부의 자사고ㆍ외고 폐지 정책에 대해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은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교육감은 28일 외고와 '자율형 사립고는 학교유형을 다양화하겠다'는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학교 서열화라는 폐단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문제는 현 대통령 임기 내에 완료해야 하며 그 전단계로 교육부가 사실상 박탈했던 교육감 자사고 지정ㆍ취소 권한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정부는 자사고 재지정 요건을 낮춤으로써 시도교육청이 자사고를 지정‧취소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전북교육청 평가 결과 일반계고와 거의 차이가 없었음에도 자사고로 재지정할 수밖에 없도록 교육감의 자사고 평가권을 박탈한 것이다.
실제 교육부는 지난 2015년 3월, 각 시도교육청에 '자사고 평가지표 표준안'을 보내, 자사고 재지정 요건 기준점수를 60점으로 낮춘바 있다. 또한 60점 미만의 탈락 점수를 받아도 교육부장관의 동의가 있어야 지정 취소가 가능하도록 제한을 둬 시도교육감이 가지고 있던 사실상 자사고 지정‧취소권한을 무력화시켰다.
그러나 전북지역 자사고 재지정 기간의 경우, 전주 상산고는 2019년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는 2020년에 심사를 받도록 돼 있어 지금의 규정으로는 임기 내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