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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5 | [서평]
우리들이 살고있는 터전에 대한 이해 『도시, 지역, 환경』(최병두 저, 한울, 1993)
지역사회연구모임(2003-09-23 15:18:34)
현재 우리사회의 80%에 가까운 인구가 산업과 인구 및 각종시설이 집중되어 있는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살고 있다. 전체 산업에서 도시적 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농촌에서 유출된 인구가 도시에 집중함에 따라 오늘날의 도시는 새로운 생활약시의 공간으로 재구조화되었다. 생산양식이 전환하고, 산업화가 급속한 속도로 진행되면서 나타난 도시사회의 재구조화는 생산력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도시 내부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야기시켰다. 이와같이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도시와 지역사회의 형성과 발전, 도시 사회공간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 있다. 한국공간환경에 대한 과학적 이론화의 규범적 실천을 표방하는 '한국공간환경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최병두 교수는 그동안 사회적 위기가 공간적으로 어떻게 표출되고 있으며, 이러한 실천적 노력들이 행해져야 하는지를 많은 글을 통해서 밝혀왔다. 최근에 최병두 지리평론집이라는 부제를 붙여 펴낸 이 책도 저자의 지속적인 관심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지리학자인 저자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 도시 및 지역 환경 문제에 봉착해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 미진하기 때문에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그 의의를 밝히고 있다. 우리가 주어진 공간을 벗어나서는 살아갈 수 없고 따라서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관심과 노력도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의 몫이라는 점에서 이 책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주제들은 구체적인 현실의 부분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도시 및 지역문제라는 제목 안에 지역개발과 지역문제, 지역정치, 토지, 주택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2부에서는 도시공간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중 가장 주요한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환경문제와 환경운동에 대해서 설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지식인들이 역사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자기반성으로 연구 활동에 임해야 한다며 지식인의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우리사회는 급속하게 자본주의를 진행시키면서 해외로부터 도입된 자본을 소수의 특정 기업들에게 특혜 배분했을 뿐만 아니라 국토개발정책을 통해 수도권과 동남권에 사회간접자본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하여 집적의 이익을 추구했다. 이러한 개발전략에 맞물려 진행된 도시화과정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도시사회문제들이 나타났다. 한국사회의 자본축척과정에서 농업과, 공업, 농촌과 도시, 더 나아가 수도권, 동남권과 여타 지역간의 불균등 성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저 발전된 지역 주민들의 소회의식 또한 심화되었다.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저항이 거세어지자 국가는 정당성의 위기라는 정치적인 문제를 안게 된다. 또한 일부 지역으로 산업이 집중되어 집적의 이익이 발생하는 한편, 지나친 집중으로 새로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자본과 국가가 주도한 파행적 도시화와 지역불균등발전은 산업 및 인구가 집중된 대도시들의 팽창과 새로운 공업도시들의 건설을 동반하면서 사회공간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여러 가지 도시사회문제를 가져다주었다. 과밀한 도시의 토지이용은 지가를 폭등시켜 민중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토지문제와 주택문제를 낳게 된다. 도심 주변에는 중간계층의 주거지들이 대규모 고층아파트라는 형태로 자리 잡고, 저소득 무주택계층의 주거지는 점점 외각으로 밀려난다. 이 과정에서 토지의 상대적 부족과 가격상승으로 부동산 투기가 생성하고, 토지의 독과점적 소유가 발생한다. 이러한 토지문제는 실물경제의 투자 위축과 사회간접시설의 확충곤란을 초래하여 결국 도사사회에 전반적인 위기를 몰고 올 수도 있다. 이러한 토지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주택문제는 인간적인 삶의 기본 조건인 까닭에 도시 무주택 계층들의 사회적 불만과 저항의식을 고양시킨다. 환경문제 또한 우리 사회 전반의 자본주의화 과정에 내재된 모순의 위기적 표출이자 사회공간환경의 급격한 변화의 결과이다. 산업공해의 발생과 환경오염의 심화는 1970년대 이후 추진된 중화학공업화와 이에 의한 지역불균등발전의 학대에 기인한다. 낮은 생산력 수준에서 자본 기술, 시장 그리고 자원을 해외에 의존해 왔던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이라면 환경오염을 묵인 또는 장려했다. 경제성장 과정에 있어서 기업들 또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산업이라면 환경오염이 아무리 심각한 산업이라도 도입했으며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시설이나 기술에 대한 투자는 매우 인색했다. 독점자본들은 엄청나게 자본을 확대시키며 국가의 총량적 경제 성장에는 기여했지만 이들의 성장은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환경오염과 환경파괴라는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특히 70년대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공해다발형 산업들이 이전되면서 환경문제는 급속히 악화되었다. 즉 70년대 선진자본주의국가들은 고조되는 환경운동으로 공해방지에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고 지나친 생산설비투자로 이윤율이 저하되자 첨단산업으로 산업구조를 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양산업과 공해산업들은 공해방지시설에 대한 규제가 미약한 신흥공업국들로 이전되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중화학공업화는 더 많은 자본, 기술, 에너지의 도입을 필요로 했고, 에너지 과소비, 공해 다발형 생산 공정을 통해 산업폐기물의 양을 증가시키고, 환경을 오염시켰다. 특히 지방의 공업도시에서 저렴한 노동력뿐만 아니라 값싼 용지, 용수, 전력, 교통통신시설 등을 이용하여 창출된 잉여에너지는 거의 대부분 중앙도시로 이전된다. 이에 따라 공업도시의 지역경제 발전 및 공해방지 시설 설치, 환경오염 통제시설을 위한 재투자가 어렵게 되고, 유해한 산업폐기물들만 누적적으로 증가된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유형의 도시 및 지역 환경문제가 주민들의 생활을 핍박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공간적 운동들을 유발하는 한편, 도시 및 지역사회의 존립을 위협함에 따라 국가는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의 국가의 역할증대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도시 및 지역 환경문제의 해결은 진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실현을 통해 가능하다. 또한 지역불균등발전을 해소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균형개발 전략, 복지정책의 확대와 집합적 소비재의 원활한 제공, 그리고 과학기술혁신과 산업구조조정을 통한 산업공해와 환경오염의 원인 해소 등이 필요하다. 생태학적인 현상만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환경문제의 배경이나 이론에 대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사회의 사회 공간적 위기들의 근원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시도는 미진한 상태에서 도시 및 지역문제와 환경문제를 연결해서 파악하는 저자의 시도는 매우 시기 적절하다고 하겠다.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때로 반복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터전을 이해하고, 여러 가지 사회 공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포괄적인 합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하겠다. (정리:배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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