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5 | [문화저널]
문화가
망자 보내는 마지막 축원의 길
임실 삼계 전통 상례「상여소리」재현
편집부(2003-09-23 15:27:40)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살아있는 자들과 망자가 나누는 마지막 대화, 그 축원의 자리를 결집하는 상여놀이로 이름 나있는 「임실 삼례 고전 상여소리」가 4일 하오 2시 임실군 삼계면 소재지에서 열렸다. 전통적인 민속과 제례의식이 사라져가고 있는 상항에서도 그 고유한 틀을 간작하며 계승해온 삼계면 사람들의 정성으로 마련된 이날 재현은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옛사람들이 지녔던 죽음에의 의식과 정서를 그대로 전해주는 소중한 자리가 되었다.
임실 상여소리는 3백여 년 전 조선조 중엽에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의례이다. 고려시대의 악습인 고려장제도를 철폐한 조선이 개국한 이후 민심을 충효의 사상으로 유도하기 위해 민가의 장례풍습을 개혁하기 위한 조정의 장례의식을 당시 조정의 당파 싸움에 시달린 관료들이 낙향하여 그 지방의 특색을 살려 정착시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임실 상여소리는 특히 이 지방의 특색을 살려 구성지면서도 구슬픈 가락을 더해 살아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생의 무상함을 절감할 수 있도록 가락을 만들어 부르는데 그 내용과 가락이 독창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실 상여소리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84년 전국 민속예술 경연대회에 참여하면서 부터이다. 이 상여소리를 발굴하고 고증해 그 정통적 모양새를 소리와 함께 지켜온 것은 이 마을 사람들의 정성에서 비롯되었는데 특히 남다른 애정과 집념을 갖고 상여소리를 발굴해낸 김교영씨와 지휘자 김준식씨는 임실 상여소리 보존의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임실 상여소리를 본격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전통을 계승한다는 뜻도 있지만, 이 소리의 보유자들(김태영 78세, 김종문 67세)이 연로해 좀더 본격적인 보존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 한 그 명맥을 유지하는 일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재현은 이 임실 상여소리의 보존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보존 대책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인 셈이다. 이날 재현에도 이미 활동하기가 불편한 김태영씨가 참여하지 못했으며 앞소리는 김종문씨가 주도했다.
이번 재현을 추진해온 임실문화원 홍동운 문화원장은 "실제로 이런 재현을 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삼계마을 사람이 다시 한번 뜻을 모은 것은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며 "삼계 상여소리는 우리 지역이 꼭 보존해야할 중요한 문화유산인 만큼 그 보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번 재현으로 그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