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주목하다
80년대 말에서 90년대에 이르는 시기, 3저 호황과 함께 정치와 경제가 안정되면서 386세대를 중심으로 지식인들 사이에서 민족예술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새롭게 부상하기 시작했던 시기 문화저널은 그 중심에서 지역의 문화를 지켰다. 그 중의 하나가 전통문화다. 시대가 변하며 점차 현장에서 사라져 가던 전통예술은 지키고 전승되어야 할 가치있는 민족예술로 거듭나 무대에 올려지는 공연문화로 활발하게 전환하는 시기를 맞았다. 그 과정에서 전통은 전통대로 보존하되 현재 문화와 어우러지는 실험적인 공연들이 대중들에게 다가서면서 우리의 전통예술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문화저널이 시도한 기획공연과 전시 역시 그 연상에 있었다. 창간 1주년 기념공연으로 올린 비가비 명창 김명곤의 창작판소리 '금수궁가'를 시작으로 이후 10여년 동안 기획된 무대를 돌아보면 문화저널이 추구했던 지향을 알 수 있다.
'김덕수 사물놀이 공연', 국악작곡가 '김영동의 삼포가는 길'을 비롯, 퓨전 국악연주단 슬기둥, 백창우와 노래마을, 국악연주단 어울림, 임동창, 장사익 공연 등 문화저널의 기획무대에 초대되었던 예술인들은 모두가 우리 시대의 음악을 새롭게 이끌어낸 주역이었다.
숨어있는 예인들, 무대위에 서다
국악의 중심지인 전라북도는 전북도립국악원과 국립민속국악원이 있고, 전라북도와 전주, 정읍, 남원에 각각 도립국악단과 시립국악단이 운영될 만큼 국악 인프라가 탄탄한 지역이다. 이러한 전통문화 토대를 바탕으로 1992년 명인발굴을 위해 시작한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올해로 스물 여섯 번째 공연을 마쳤다. 근대화과정에서 쇠락의 길을 걸으며 숨어살던 전통문화 예인들을 발굴·소개하며 재평가를 이끌어내고자 했던 이 기획은 국악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전통을 더욱 가치있게 빛낸 명인명창들
시나위합주와 기악독주, 농악과 춤, 전통무용, 판소리와 들노래, 남도민요, 상여소리 등 다양한 장르와 지역을 뛰어넘어 전국의 내로라하는 명인명창들의 무대를 펼쳐 보이는 동안 전라도의 춤과 가락은 어느새 전통예술무대의 역사가 되었다.
더불어 서울 공연으로 기획된 세차례 무대는 뿌리 깊고 격있는 '전라도 춤과 전라도 가락'을 더 널리 알리는 통로가 되었으며 전라도 예인들이 주목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사이, 세대를 통해 대를 잇는 무대와 국악과 퍼포먼스, 국악과 클래식의 크로스오버 등 실험적인 기획 역시 전통국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5년부터 시작한 <허튼가락, 경계를 허물다-산조의 밤>은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의 또 하나 시도로 형식적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즉흥성이 특징인 산조를 통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연주와 그에 맞는 열린 무대의 조화로 주목받는 레퍼토리로 잡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