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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 | 기획 [창간기획 ⑤]
죽을 줄 알았던 나무에, 꽃이 피었습니다!
월간토마토
이용원(2017-12-11 13:08:07)



간혹, 그런 생각을 한다. 지역에서 돈도 벌리지 않는 잡지를 매월 발행하고 단행본을 출판하는 이유는 뭘까? 시민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다른 사람도 내게 묻지만, 나도 묻는다.
월간 토마토는 2017년 5월, 세상에 창간호를 내놓았다. 이제 10년을 꽉 채우고 조금의 시간이 더 흘렀다. 그 사이에 10여 종의 단행본도 출간했다.
잡지 월간 토마토는 '공간, 사람, 그리고 기록'이라는 테마로 매월 발행한다. 지역에서 마땅히 기록하고 공유하며 함께 나눠야 할 이야기를 담는 문화예술잡지다. 지역에서 문화예술잡지를 발행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록이었다. 지역에 있는 공간과 사람, 각 요소가 만나 엉기며 만들어 낸 수많은 순간은 마땅히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지만, 늘 소외당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가치는 서울 중심이었고,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지역 이야기를 지역에 사는 사람이 직접 기록하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다른 이유는 예술의 일상성을 갖기 위한 '매개'였다. 현실은 새로운 대안을 요구한다. 이는 자본주의적 상상력이 아닌, 인문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지금 세상을 망쳐 버린 자본주의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시민이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고 의견을 모으며 주도적으로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고취시키는 유효한 방법 중 하나가 일상에서 만나는 포괄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직접적으로 예술 작품을 만나고, 다양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경험과 기회를 매개하고 싶었다.
창간 때부터 단행본을 발간하려고, 출판사 등록을 함께했다. 잡지를 발행하면서 단행본 출판을 진행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함께 일하는 기자들을 닦달하면서 단행본 출간을 시도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2015년, 단행본 출판 경험이 있는 편집인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출판을 진행할 수 있었다. 대전의 공간과 사람, 우리가 10년 가까이 월간 토마토에 담아낸 콘텐츠를 모으고 손을 보아서 《우리가 아는 시간의 풍경》이라는 단행본으로 엮어 냈다. 도서출판 월간토마토라는 이름으로 낸 첫 책이었다. 월간 토마토 창간호를 냈을 때만큼이나 첫 단행본 출간은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어서 대전의 마을을 기록한 《대전여지도》 1, 2권을 2년에 걸쳐 출간했다. 이 사이에 낸 의미 있는 또 다른 책은 《지극히 당연한 여섯》이다. 월간 토마토 창간 2년차부터 진행한 '월간 토마토 문학상_단편소설 공모전'을 통해 뽑은 수상작을 모아 단행본으로 엮어 냈다. 거의 10년에 걸쳐 진행한 프로젝트다.
대전의 사람과 공간을 기록하고, 세상에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문학상 공모전을 통해 단편소설 수상집을 출판하는 일에 많은 에너지와 애정을 쏟았다. 경제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모델을 만들지는 못했다. 여전히 힘들다. 그럼에도 지역에서 월간지를 발행하고 지역 콘텐츠를 담아 단행본을 출판하는 일을 멈추고 싶지는 않다.
'왜?'라는 질문에 답변은 끊임없이 변한다. 질문을 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고 현재 회사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답변이든 관통하는 공통의 맥락이 있다. 우리가 벌이는 월간지 발행과 출판은 모두 일종의 '퍼포먼스'다.
세상 사람 모두 안 된다고 당연하게 여기고 생각하는 영역에서 벌이는 난장이다. 창간 초기 한참을 붙잡고 앉아 다양한 조언을 쏟아 내던 대학교수에게 조용히 구독신청서를 건넸을 때 들은 이야기가, "저는 어차피 죽을 나무에는 물을 주지 않습니다."였다.
어차피 죽을 나무라고 여겼던 그것이, 꿋꿋하게 삶을 이어 가며 미약하나마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누구나 뻔한 결론을 내놓은 채 한곳만 바라보며 달려가는 세상은 하나도 재미없다. 상식이라고 떠들어 대는 말에 의지하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다양한 시도와 행위가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지역에서 그렇게 살아도 재미있다는 것을 우리 방식의 퍼포먼스를 통해 계속 보여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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