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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 | 인터뷰 [인터뷰]
홍대 인디밴드 뮤지션, 완주에 터를 잡다
예술하는 귀촌인, 김병수·이정신
홍현종(2018-03-15 10:15:40)



홍대 인디밴드출신 뮤지션 김병수(42)와 이정신(41), 이 두 사람은 홍대에서 잘 나가던 뮤지션이었다. 음반은 물론, 콘서트 등을 통해 흥행에도 성공했었던 이들이 홍대인디신을 버리고 몇 해 전 완주에 귀촌하였다. 현재는 삼례에 거주하며, 농사가 아닌, 음악과 영상제작 등을 비롯한 문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완주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나 그들의 '삼례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김병수 씨가 해주었다.



처음 하시던 일은 어떤 것이었나요?
"대학교 다닐 때, 학교 스쿨밴드 멤버로 같이 음악을 했습니다. 학교는 인천에 있었는데, 음악에 대한 꿈을 갖고 1999년에 무작정 홍대로 진출을 하였습니다. 돈이 많지 않아서 처음에는 홍대근처 합정동의 한 중국집 건물 지하에 연습실 겸 숙소를 정하고 밴드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홍대로 진출했을 당시는 어땠나요?
"밴드 이름은 '자우이'라고 정했고, 하드코어 음악으로 2년 정도 활동을 했습니다. 나름 인기도 많았고, 상도 받았으며, 심지어 매니저까지 고용할 정도로 잘 나가는 밴드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나름 큰 회사랑 계약도 맺고 계약금까지 받았지만, 욕심만큼 활동하기에는 경쟁도 치열했고 나름 준비도 부족해서 결국 자우이 활동을 종료하게 됐습니다."


이후에는 음악활동을 어떻게 하셨나요?
"아버지에게 1,000만원을 빌려서 밴드를 다시 결성하고 CD를 발매하게 됩니다. 당시 밴드 이름은 '마이크로키즈(MICROKID)'였으며, 5명의 멤버가 같이 활동하였습니다. 발로 뛰면서 방송국 등을 찾아다니며, 직접 홍보도 하였고, 홍대 근처에서 대관공연도 많이 하였습니다. 이렇게 1년 정도 활동을 하다 보니, 점점 반응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에는 가수 신해철 씨가 대표로 있던 싸이렌엔터테인먼트와 계약까지 하게 됐습니다."


신해철 씨를 만난 이후에는 어떠셨나요?
"저희들 나름대로도 음악의 신이신 신해철 씨의 소속사 가수가 된다는 것에 나름 흥분도 되고, 기대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생각만큼 소속사의 지원이 많지는 못했습니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신해철 대표 한 사람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태에 저희 같은 밴드도 몇 팀 함께 있었는데, 관리하기에 버거워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싱글 발매 후 다시 인디 밴드로 활동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인디밴드 활동은 어떠셨나요?
"생각보다 팀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에 어려움이 많이 발생합니다. 멤버들 대부분이 음악 외에 다른 직업을 유지하는 투잡 상태로 밴드 활동을 이어가야만 했습니다. 상당히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결국 멤버 1명이 탈퇴를 하게 되고, 4인 체제가 되었습니다."


친하던 멤버가 탈퇴해서 힘들지 않으셨나요?
"그때 남은 멤버들끼리 딱 1년만 전력질주로 해보고, 잘되면 계속하는 것이고, 안되면 해체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정말 1년간 열심히 활동을 해보았지만, 결국 팀은 해체되게 되었습니다.


팀 해체 후에는 어떻게 음악활동을 이어가셨나요?
"결국 저와 이정신 씨 둘만 남게 되었습니다. 둘이서 홍대를 벗어나 새로운 음악을 해보자, 특히 지하생활에서 벗어나자 이야기 했습니다. 당시에는 연습실도, 공연장도 모두 지하였는데, 오랜 기간 지하에서 생활하는 것에 지쳤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게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희망하는 도시는 뉴욕이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시절이었지만, 이미 3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경제적인 문제까지 부딪히게 되고, '외국에 가기 전에 전국일주를 해보자'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후에 전국을 여행하셨나요?
"그때가 2015년인데, 전국일주를 시작하면서 정한 원칙이 있었습니다. '작업은 지역에서, 공연은 서울에서 당일로'였습니다. 지하가 아닌 자연을 찾았고, 음악 작업하기에 좋은 지역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 '남해'였습니다. 너무 좋은 지역이고, 만족하면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남해를 떠나 완주로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결정적으로 남해는 서울과 너무 멀었습니다. 보통 서울까지 5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공연을 하기에 너무 힘든 거리였습니다. 그래서 알아보다보니, 완주가 남해와 서울의 중간 정도의 거리였습니다. 2시간 남짓이면 서울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처음 홍대에서 음악을 함께 했던 친구 오정균이 이곳에 먼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 집에 머물면서 거주할 곳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집근처 슈퍼 사장님이 방금 나온 집이 있다고 알려주셔서, 밤에 집을 보러 갔습니다. 그 집은 2년간 사람이 살지 않던 집이었는데, 전기도 끊어지고, 마당에는 낙엽이 수북해서 마치 폭탄이라도 맞은 집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집의 구조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집 두 채를 합쳐놓은 듯한 구조는 음악작업과 숙식을 동시에 하기에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거기다가 규모도 크고, 임대료는 1년에 350만원이었기에 주저 없이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주변 분들이 도와주셔서 1개월의 자체 공사 후 2016년 1월 2일에 완주로 전입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완주에서의 활동은 어떠셨나요?
"완주에 정착한 후, 1년 만에 디지털싱글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밴드 이름은 제리타이거스타(JELITIGERSTAR)이며, 이정신 씨와 저의 2인 밴드입니다. 2016년 음반 발매 후 완주지역에서 5번 정도 공연을 하기도 했는데, 모아놓은 돈은 점점 떨어져가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이후 주변의 제안으로 영상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리스튜됴(JELIstudio)라는 사업자를 설립하고 지자체 홍보영상은 물론 농가들의 홍보영상을 제작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이 아닌 영상 일을 하시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제가 홍대에서 인대밴드 생활을 하던 2001년에도 홍보의 필요성을 느껴서, 직접 밴드의 영상을 제작하고는 했습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도 하나씩 공부해가면서 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영상 일을 하다 보니, 많지는 않지만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수입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특히 완주로컬푸드를 활용한 요리영상 '쿡팜'을 제작해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반응이 뜨겁습니다. 보다 좋은 영상을 위해 키친이 설치된 스튜디오를 직접 제작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는 이정신 씨가 대본을 쓰고, 요리하는 친구가 요리를 해서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나름 흥행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작년에 완주군에서 '청년정책팀'을 신설해서 지원사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저희가 삼례문화예술촌에 있는 숙박체험관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들도 음악 작업을 위해서 넓은 공간이 필요했는데, 이곳을 게스트하우스 겸 문화공간으로 꾸며가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서 음반 작업을 하고 있는데, CD제작에 필요한 곡은 전부 준비되었습니다. 음반작업을 하다보면, 2% 정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관객들의 반응을 확인해보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공연을 해보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라 반응이 어떨까 싶었는데, 저희들의 음악을 그냥 즐겁게 즐겨주시는 모습에 저희들도 놀라웠습니다. 그냥 신기해 하시면서도 저희들을 응원해주십니다. 그냥 예술하는 사람인가 보다, 이렇게 이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올 상반기에 디지털 싱글 1곡을 발매하고 이후 정규 음반을 발매할 예정입니다."


완주에 오셔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재능기부란 명목으로 공연을 강요하는 분들이 있어서 힘들었습니다. 보이지 않게 학연과 학벌 등을 따지고, 저희들의 프로필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갖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들과 비슷하게 힘든 과정을 겪는 친구들이 있다면, 기꺼이 도와주고 싶습니다. 특히 음악이나 음반제작을 원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습니다. 현재 이곳에 음반 제작과 관련된 장비, 녹음 공간 등이 완비되어 있어서 음반 제작이 가능합니다. 더불어 게스트하우스를 이용, 숙식과 휴식도 가능한 상태입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해서 설명해주시지요.
"이 공간의 이름은 '하워드인플래닛(Howard In Planet)'입니다. 하워드는 예전 영화 '하워드 덕(Howard The Duck)'이라는 영화에서 유래됐습니다. 이 영화에서 오리는 외계에서 온 오리로 B급 문화를 상징합니다. 저희 또한 B급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계에서 온 B급 오리 하워드가 지구를 지키듯 저희들도 지역을 지키며 재미있게 지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을 역동적으로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모일 것이며, 완주가 더 재미있는 동네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완주에서 해보고 싶은 사업이 있으신가요?
"완주지역을 기반으로 소규모 음악페스티벌을 만들고 싶습니다. 갇혀진 곳에서 음악을 하면 반응도 좋지 않고, 민원도 많이 발생합니다. 공개적으로 많은 분들을 함께 참여시키고 유도하면, 반응도 좋아집니다. 지역 주민들과 어울려서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소규모 축제를 꼭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귀촌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해줄 말이 있으신가요?
"젊을수록 빨리 해보자. 젊으면,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기회는 또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회는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서울(혹은 도시)을 떠난다면, 왜 떠나야만 하는지 '이유'와 '목표'가 뚜렷해야만 할 것입니다. 어느 곳에 정착하든 쉬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목표가 뚜렷해야 어느 곳에서든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찾아온 귀촌, 이 두 사람은 본인들의 의지와 희망을 안고 완주 삼례에 정착하게 되었다. 떠나온 서울을 그리워하지도 그렇다고 배척하지도 않으며, 완주 지역을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
지역의 문화와 지역민들과 함께하며, 자신들의 걸어온 귀촌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기꺼이 도움의 손을 내밀 준비도 되어있다.
점점 노령화되어가고 있는 완주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두 사람의 엉뚱한 상상력과 용기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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