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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 | 기획 [내가 본 영화]
왜 그들에게 해피엔딩을 주지 않았을까
<비행>
박영완(2018-07-13 11:52:57)



 지난 달, 연락을 잘 하지 않고 지내던 후배가 연락이 왔다. 졸업 작품으로 만든 자신의 영화가 3년의 편집 끝에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으로 상영한다며 한껏 들떠 있었다.
 영화제에서 상영을 한다는 것이 한 명의 감독 뿐 만 아니라 같이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5월이 되어 영화제는 개막을 했고 후배에게 티켓을 선물 받아 스크린 상영기회를 얻었다. 실은 편집과정에서 나에게 편집 조언을 얻었을 때가 있었지만 그 땐 시간이 맞지 않아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간략한 기획의도와 시놉시스를 읽었다.
 영화의 내용은 탈북자가 정착지원금을 받고 정착지원사무장과 집을 얻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부터가 영화에 대한 나의 거부감이 시작되었지만(나는 자신이 겪어 보지 못한 이야기를 영화로 쉽게 다루는 편에 대해서 굉장히 거부감을 느낀다.) 낯익은 얼굴들이 스크린에 나오는 점과 현재의 한국독립장편에 대한 진부한 소재와 다른 소재로 느끼는 과정 속에서 생기는 호기심으로 인해 거부감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런 흥미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체적인 극의 전개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감독의 첫 작품이자 독립영화라는 것만으로 그냥 넘어가 주길 바랐을 수도 있고 감독의 역량일 수 도 있으나 신기하게도 많은 관객들은 그런 전개를 문제 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더욱 의아했다.
 먼저, 탈북자인 근수는 왜 목적이 변하였는가...? 근수의 목적은 극중에서 이미지 적으로 부각되진 않지만 잃어버린 형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형을 찾는 과정을 영화 속에서 1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는 그러한 목적이 완전하게 사라진다.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형이 보낸 편지의 내용이 공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편지의 내용이 근수의 목적을 없앴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근수는 그 편지를 가방 속에 넣어서 다녔기 때문이다.
 두 번째, 욕심이 많은 지혁은 왜 한 번도 그 가방을 훔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 부분이 극을 지루하게 만든 첫 번째다. 전과자이며 반항심이 많고 물건을 훔치고 다니는 지혁은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진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리고 심지어 근수를 돕기 까지 한다. 지혁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초반부에 확실하게 잡혀있는 관객들은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엔딩에 관한 부분인데 근수의 변화된 모습으로 엔딩이 흘러간다. 그리고 근수의 선택과 그동안 팔았던 것이 가짜 마약이라는 부분이 애매하게 밝혀진다. 나와 많은 관객들이 혼란에 빠진 시점이다. 나는 그동안 내 취향일 수도 있지만 엔딩에서 주는 귀결되는 이미지를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비행>은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쓰지도 못했을 뿐더러 엔딩마저 알 수 없을 정도로 마무리가 된다.
 그렇게 영화가 끝난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이 영화를 좋게 본 관객들도 많았다. 물론 영화의 장점이 있고, 배우들에게 몰입되는 거친 촬영과 편집은 칭찬한다.
 하지만 나는 원초적인 질문을 감독에게 던지고 싶었다. 왜 잘 알지도 못하는 탈북자와 전과자의 이야기를 선택했으며 그들에게 해피엔딩을 주지 않았을까? 실제로 극장에서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나의 질문에 감독은 대답을 잘 하지 못하였고 끝내 들은 답은 <비행>은 청춘의 영화라는 대답이었다. 곧이어 여자관객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왜? 여자들의 청춘은 영화 속에서 저렇게 비추어지는지?(영화 속에 나오는 여성들은 노래방 도우미와 출장 성매매여성)에 대해 질문했다. 역시 감독은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큰 고민을 하지 않고 만든 영화라는 판단이 들었다. 재밌을 것 같아서 만들었다는 것은 관객에 대한 큰 모독이다.   물론 이번에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장편을 감독의 첫 작품 또는 두 번째 작품만 출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지만 더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관객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비행>은 배급투자상을 받았고 2주 동안 개봉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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