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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 | 문화이슈 [문화이슈]
도시는 우리 모두의 집이다
대한방직부지 개발
이정현(2018-07-13 12:05:01)



전주의 마지막 노른자 땅'서부신시가지 대한방직 부지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4월30일, 부동산 개발 업체 주)자광이 지역 언론과 시민을 대상으로 '143층 익스트림 타워 복합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처음으로 들어가 본 대한방직은 높다란 굴뚝, 사원 숙소, 숲을 이룬 정원, 낡은 슬레이트, 시간을 거슬러 30년 전 느낌 그대로였다.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처럼 여기저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 기자회견 하는 자린데... 어떻게 오셨어요?" 라고 물으니 입을 닫는다.  안으로 들어가니 오래된 회의실 한쪽이 음향과 영상 장비로 채워져 있다. 화려한 영상에 팡파레가 울리면서 회사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지역 경제의 활로를 열겠다고 하면서 잠자는 전주를 깨우겠다는 다소 오만한 발언을 시작으로 야심찬 청사진을 제시했다. 어떤 언론은 스티브 잡스 같다고 추켜세웠다. 430m 놀이 타워를 중심으로 350실 규모의 특급호텔, 3,000세대 부띠끄 아파트, 백화점 등 쇼핑시설, 12,000평 규모의 컨벤션센터, 그리고 미디어 테마 공원 등 35,000평 규모의 지상공원을 짓겠다는 것이다. 전체 사업 예산은 2조5천억원, 새만금 세계 잼버리가 열리는 2023년까지 개발을 마치겠다고 호언장담 하며 다음날 전주시에 사전협의서를 제출했다.


편의점 하나 지을 수 없는 땅에 '143층 익스트림 타워 복합개발'? 
'이 사업이 어떻게 가능하지? 재벌 기업도 아니고 불과 자본금 3억의 부동산 개발 회사가... ' 속내는 뭘까 찬찬이 들여다보니 60층 높이의 고급 아파트 3천 세대를 짓는 것과 복합 쇼핑몰이 개발사업의 핵심으로 보인다.  아파트 한 채당 분양가를 5억원(40평×1200만원)으로 잡으면 1조5천억원 규모다. 복합쇼핑몰은 지어서 유통 재벌기업에 넘기기만 하면 된다. 롯데건설이 토지 계약 지급 보증을 섰다고 하니 1순위는 롯데가 유력할 것이다. 대한방직 터를 구입한 부동산 개발업체 주)자광이 자금 조달을 자신하는 이유다. 그런데 봉이 김선달이나 허생이 살던 시대로 되돌아가지 않는 아닌 이상 이 사업은 불가능하다. 대한방직 부지가 도시관리계획상 일반 공업용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주시가 도시기본계획과 관리계획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계획이다. 지금은 편의점 하나를 지을 수 없는 땅이다. 공장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주)자광이 지역 시의원을 앞세워 꺼낸 카드가 바로 놀이시설과 전망 기능을 갖춘 430M 익스트림 타워다.  전주의 랜드마크이자 천만 관광객 유입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앞세워 지역 일자리나 경제 활성화를 강조했다. 시기적으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심리를 부추기고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민간의 도시개발 사업은 특혜 시비와 땅 투기 가능성 높아 
물론 도시계획은 인구증가, 환경개선 등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가 있다. 하지만 계획 변경의 전제는 도시의 공공적인 기능을 확대이다. 민간의 택지 개발은 특혜 시비와 땅 투기 논란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와 불평등의 원인이 되어왔다. 대규모 도시 개발을 자치단체나 LH 공사가 맡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민간이 제안하고 시행하는 도시개발 사업은 현실성, 수익발생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다. 민간제안 방식의 도시개발을 법적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방직 부지는 전주시도시기본계획상 '시가화 예정용지' 이다. 개발은 불가피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공론화를 시작하는 것도 좋다.  고밀도 개발로 인한 서부신시가지 도시계획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개발 방식은 무엇인지, 개발이익 환수와 기부채납 방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전통문화 도시 전주의 정체성에 맞는 것인지 방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먼저 정해야 한다. 공익이 먼저고 사익이 다음이다. 순서가 바뀌면 안 된다. 하나씩 짚어보자.


교통 혼잡, 바람 길 차단, 기반시설 부족 등 서부신시가지 도시환경 악화 
서부신시가지는 도시계획 측면에서 낙제점이다. 도로는 좁고 주차 공간은 부족해서 교통 혼잡이 심하다. 주차 한번 하려면 몇 번은 돌아야 한다.  다른 신도심에 비해 공원 녹지도 부족하다. 단독주택지에는 대규모 원룸촌이, 천변에는 30층이 넘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섰다. 바람 길이 막혔고 인구도 당초 계획을 훨씬 더 넘어섰다. 신시가지 조성 당시 전주시가 수익성만 고려한 고밀도 개발을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부신시가지 개발이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멀티플렉스 극장 등 상업, 업무용 빌딩이 속속 지어지고 있다. 더욱이 인근 만성지구 효천지구의 공동주택 입주가 시작되면 도시 관리상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약 9천여 명의 입주자, 롯데백화점과 이마트를 합한 규모의 복합 쇼핑몰, 그리고 연간 천만 명의 관광 부가가치가 있다는 놀이시설이 들어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 일대 주민은 물론 전주시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대한방직 부지 개발로 인해 주변에 추가로 확보해야할  학교 부지, 도로 확장, 주민 이용시설 등 도시기반시설은 오로지 시의 몫이다. 따라서 대한방직 터 개발 계획은 잘못된 서부신시가지 도시계획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한다.


용도 변경시 시세 차익은 수천억 원 예상, 기부채납은 16.9%에 불과
대한방직 부지는 2002년 신시가지 도시개발사업에서 절반 넘게 제외되어 특혜 논란이 있었다. 당시 평균 감정가액 평당 53만원, 약 340억원 가량이었다. 결국 15년이 지난 지난해 주)자광이 사들인 가격이 1,980억원. 지가 차액만 무려 1,640억원 가량이다. 무려 6배 가까이 땅 값이 뛰었다. 토지 용도가 상업지구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해 자광이 사들인 대한방직 부지 3.3㎡ 단가는 302만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인근 전주대 인근 상업지구 공시지가 3.3㎡당 876만원에 이른다. 이 공시지가로 비교 추정해도 3배 이상 뛴다. 6천억원이 넘는다. 실제 매매 가격이 공시지가보다 2~3배가량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자광은 아주 싼 가격에 대한방직 부지를 사들인 것이다.
기존 서부신시가지 조성 당시 토지주와 형평성도 문제다. 당시 토지주들은 부지 조성, 도로와 하수도, 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에 들어간 비용을 토지로 부담하고 나머지 차액만큼 땅으로 돌려받았다. 법적 용어로 감보율인데 서부신시가지 평균 감보율(시에 내준 땅) 59.1%였다. 땅 값이 비싼 상업용지는 75.3%를 시에 내고 24.7%만 돌려받았다. 주)자광은 상업지구 용적율 600%에 훨씬 못 미치는 250% 저밀도 개발과 50% 정도를 공공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부채납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주)자광의 개발계획서를 검토해 본 전주시는 소유권을 이전하는 기부채납 면적이 전체 230,565㎡ 중 39,015㎡(16.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1,200억원 상당의 컨벤션 건물 기부를 추가한다고 해도, 다른 지역 신시가지 개발 사업에 비해 기부채납 비율이 아주 낮은 편이다. 정당한 개발 이익 환수에 대한 공감대 없이 토지 용도가 변경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전주시민회는 형평성과 개발이익 환수 측면에서 부지 총면적의 20%에 대해서만 소유 및 개발 사업을 계획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초고층 430m 익스트림 타워는 전주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나? 
전주는 유형 무형의 자산이 많은 도시다. 한옥마을로 대표되는 전통문화, 음식으로 대표되는 맛의 고장, 크지 않고 높지 않으면서 아늑한 산과 강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도시다. 관광적인 잠재력도 아주 크다. 그 가운데  1000만 관광객 한옥마을이 있다. 자광은 430m 초고층 타워가 전주의 미래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서 1000만 관광객을 추가로 유치하는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베가스 초고층타워, 상해의 동방명주, 두바이의 초고층 호텔 등을 자주 언급했다. 하지만 이들 도시는 기본 인구, 관광객, 도시의 유형에서 전주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상해는 인구가 2천5백만에 관광객이 3억명이다. 두바이는 국제공항 이용자만 8천5백만명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20년 준공을 목표로 448m 타워 복합개발을 추진하는 인천 청라국제도시 관광객 유입 추정치도 300만명이다. 수도권에 인천국제공항을 끼고 있는 곳도 이 정도를 예측하는데 추가 천만 명은 그냥 개발을 위한 미끼로 보인다. 적어도 전주의 랜드마크 라는 상징성을 부여하려면 초고층 타워가 전주라는 도시의 특성과 정체성을 반영한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절대 면적이 상업 및 부대 용도인 자광의 사업계획을 놓고, 지역 자금 역외 유출과 상권 붕괴 우려도 크다. 몇 년 전 롯데쇼핑이 경기장 부지에 지으려던 복합쇼핑몰의 매출액 추정은 전주시 추산 5천억원에서 상공인들 추산 1조원이다. 자광의 뒤에 롯데건설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매입 대금 지급 담보도 롯데건설이고 자광의 시공사도 롯데건설이다. 여기에 60층 높이의 아파트 3천세대 공급은 아파트 시장을 크게 교란시킬 것이다. 전주는 주택보급율이 108%를 넘어섰고 지난 몇 년간 아파트 신규 물량이 3만 세대를 넘겼다. 기존 상권의 초토화나 주거단지의 몰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도시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사유지의 개발이익은 적절하게 보장해야 하지만 공적으로 이용할 토지가 부족한 도시에서는 더더욱 공익성이 우선해야 한다. 서민들은 도시라는 공간에서 일과 여가와 휴식과 놀이를 해야 한다. 도시는 우리 모두의 집이다. 집은 편하고 안락하고 쾌적해야 한다.  일터도 다르지 않다. 도시라는 집과 일터를 어떻게 가꿀 것인가는 시민의 몫이다. 신기루 같은 초고층 타워나 60층 아파트 숲보다 공동체의 공간을 염두에 두고 개발계획을 수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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